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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폭탄에도 오픈런"…‘도넛 도장깨기’에 빠진 MZ세대

노티드도넛, 랜디스도넛에 이어 말똥도넛까지
이색도넛집 잇따라 개점…웨이팅 30분은 기본
차별화된 맛과 디자인으로 소비자 발길 모아

 
 
[사진 랜디스도넛 코리아 인스타그램]
  
#대학생 김민주(25)씨는 올 한 해 도넛맛집 도장깨기가 하나의 취미가 됐다. 랜디스도넛, 올드페리도넛, 노티드도넛 등. 1년 동안 다녀온 도넛집만 7군데가 넘는다. 김 씨는 "요즘 도넛 가게마다 다양한 종류의 도넛이 출시돼 찾아 다닌다"며 "심지어 도넛 디자인도 예뻐 SNS 업로드용으로도 좋아서 자주 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를 강타한 디저트 트렌드는 '도넛'이다. SNS에는 '도넛'을 태그한 게시물은 약 34만개, '도넛맛집'을 태그한 게시물은 약 9만개에 이른다. '빵지순례', '디저트 뿌시기' 등이 MZ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고, 인증샷 문화가 더욱 커지면서 도넛 시장이 함께 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넛 하나 사는데 30분...오픈런 현상은 물론 조기 품절까지... 

지난 6일 오후,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말똥도넛은 도넛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현정 기자]
 
지난 3일 파주에 새롭게 오픈한 '말똥도넛'은 오픈하자마자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다. 평일에 웨이팅 20~30분은 기본, 주말에는 주차 대기 줄은 물론 도넛을 사기 위한 줄도 끝이 없다. 10여개 종류의 도넛과 화려한 인테리어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지난 3일 새롭게 오픈한 도넛전문점 말똥도넛은 화려한 디자인의 도넛을 선보인다. [이현정 기자]
 
해당 매장에 방문한 최혜지(30대)씨는 "매장의 화려한 인테리어 디자인 뿐만 아니라 형형색색 도넛들의 맛이 궁금해 더 유명해지기 전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도넛열풍을 이끈 주역에는 '노티드도넛'이 있다. 노티드는 청담, 안국, 잠실 등에 위치한 도넛 가게로 최근에는 전국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주말에 노티드 안국점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은 매장 밖 거리까지 행렬을 이룬다. 현재 '노티드', '노티드도넛'을 태그한 SNS 게시물은 20만개가 넘는다.  
 
지난 11월 노티드는 롯데제과와 콜라보하여 ‘쁘띠몽쉘 마롱 몽블랑 케이크’를 선보였다. [사진 카페노티드 인스타그램]
 
뜨거운 인기에 노티드는 유통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협업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난 8월 노티드는 GS리테일과 손잡고 노티드 우유, 젤리 콜라보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 11월에는 롯데제과와 콜라보해 '쁘띠몽쉘 마롱 몽블랑 케이크'를 선보였다. 백화점 매장들은 노티드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전해질만큼 유통업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랜디스도넛 애월점은 인증샷 명소로 자리잡으며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사진 랜디스도넛 코리아 인스타그램]
 
지난해 제주도에 첫 개점한 '랜디스도넛'은 노티드도넛을 이은 도넛 강자로 꼽힌다. 랜디스 도넛은 영화 '아이언맨' 속 주인공이 매장의 대형 도넛 사인보드에 걸터앉아 도넛을 먹는 장면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랜디스 도넛은 2019년 제주 애월점에 1호점을 개점한 이후 연남점, 가로수길점 등을 열며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다. 애월점 개점 당시 랜디스 도넛 사인보드 앞에서 인증샷 촬영하려는 사람들로 긴 대기 행렬을 이뤘고, 매장 입장을 위해서는 30분 이상 웨이팅을 해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오픈한 연남점은 도넛 '오픈런'이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랜디스도넛 연남점의 모든 도넛이 판매돼 솔드아웃된 상태다. [사진 랜디스도넛 코리아 인스타그램]
 
계속되는 도넛 열풍에 기존 도넛 업체들의 매출도 덩달아 올랐다. 국내 도넛 시장에서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던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1% 상승했다. 롯데GRS의 크리스피크림 도넛도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대비 20%가량 상승했다. 도넛 인기에 힘입어 던킨은 지난 8월 수제 도넛 매장 '던킨라이브'를 개점했다. 지난 5일 SPC에 따르면 던킨라이브 매출은 개점 3개월 만에 일평균 매출 목표 대비 2배를 초과 달성했다.
 

도넛, 인기 비결은 '미각과 시각' 동시 자극

이렇게 도넛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업계에서는 '디자인'을 꼽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SNS 유행이 계속되면서 비주얼만으로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이 인기 있다"며 "과거보다 훨씬 화려해진 도넛의 디자인이 도넛의 흥행에 큰 몫 했다"고 설명했다.  
 
이국적 느낌의 가게 앞에서 사람들은 인증샷을 찍고 있다. 지난 3일 개점한 말똥도넛 앞. [이현정 기자]
 
도넛 가게들의 독특한 인테리어 디자인도 소비자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앞서 말똥도넛은 이국적인 느낌이 가득한 외관 및 내부 인테리어로 SNS에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매장 안팎엔 너도나도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인증샷 찍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랜디스 도넛은 도넛맛집 외에도 '인증샷 맛집'으로 거듭나며 도넛보드는 '인증샷 핫플'이 됐다. 노티드 도넛은 노티드만의 팩키징과 굿즈 디자인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노티드 도넛을 대표하는 크림도넛. [사진 카페노티드 인스타그램]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홈카페 문화가 발달한 것도 도넛의 유행에 한몫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넛은 냉동 보관 후 해동해 먹기에 적절할 뿐만 아니라 집에서 커피와 함께 즐기기에도 적절하다는 이유로 소비자 사이에서 더욱 인기를 끈다. 직장인 하은수(28)씨는 "랜디스 도넛이나 크리스피크림 도넛을 좋아해 한 번에 대량 구매한 후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하나씩 꺼내먹는다"며 "커피와 함께 먹으며 홈카페 분위기 내기에도 좋고 맛있어서 자주 사 먹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때 시들해졌던 도넛의 인기가 되살아 다면서 당분간 전성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행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상품군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포착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도넛은 기름에 튀기는 고칼로리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살쪄도 맛있고 예쁘면 괜찮다는 MZ세대 취향을 저격하면서 도장깨기 맛집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도넛 관련 상품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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