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촌 상징 압구정, ‘평당 2억’ 시대 여나 [강남 재건축 특집③]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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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촌 상징 압구정, ‘평당 2억’ 시대 여나 [강남 재건축 특집③]

'실거주 2년' 요건 피하려 연이어 조합 설립
압구정 3구역, 신속통합기획 추진하며 선두 차지할까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 인근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 인근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내로라하는 국내 정·재계 인사 다수가 거주하는 곳. 수십 년간 대한민국 부의 상징으로 군림해온 전통의 강자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주변 단지들과 함께 재건축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4일 현재 강남구 압구정동(압구정 아파트지구) 소재 6개 특별계획구역 중 4곳이 조합설립인가를 마친 상태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중 압구정3구역과 2구역이 차례로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민간 재건축 신청을 완료했다.  
 
이미 재건축을 완료했거나 사업 막바지에 이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시세가 3.3㎡(평)당 1억원을 훌쩍 넘긴 가운데 최근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압구정 재건축이 이를 뛰어넘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3.3㎡당 2억원 이상까지 예상한다.    
 

강남 고급 아파트의 상징, 실거래로 전국구 대장주 입증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7차 아파트. [함종선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7차 아파트. [함종선 기자]

이 같은 기대감은 압구정이라는 지역이 보유한 입지적 가치와 상징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강남구에서 귀한 한강 변에 자리 잡은 압구정은 한남대교(옛 제3한강교) 등을 통한 도심 접근성이 높은 곳이었으며 강남구 내에서 가장 먼저 대규모 공동주택 지구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특히 ‘압구정 현대’는 개발 초기부터 시공사인 ‘현대’ 이름을 내세운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로 국내 주택사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애초에 중산층 이상을 겨냥해 중대형 위주로 구성됐으며 입주 초기부터 현대그룹 임원과 강남 개발을 따라 내려온 강북 부유층들이 거주하면서 점차 자리 잡아갔다. 동호대교를 따라 난 논현로를 중심으로 동쪽에 ‘구현대’가 1970년대부터 먼저 조성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서쪽에 ‘신현대’가 생기며 압구정 한강 변의 중심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압구정 현대를 중심으로 동쪽에 압구정 한양아파트, 서쪽에 라이프미성아파트가 들어섰다. 아파트 입주가 마무리될 때쯤 현대백화점 본점과 갤러리아백화점에 명품관이 입점하면서 압구정은 부유층 집결지로서 정점을 찍게 됐다. 압구정 현대가 전국에 지어진 현대아파트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로 압구정 현대는 수십년간 강남권 최고 시세를 자랑하는 아파트로 꼽혔다. 명성은 여전하다. 지난 4월에는 압구정 현대 7차 전용면적 245㎡가 80억원에 거래되며 반포에 이어 3.3㎡당 1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용산구 한남동 소재 고급 신축 아파트인 한남더힐 펜트하우스(전용면적 244㎡)가 82억원에 팔리며 역대 아파트 매매 최고가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전화위복’ 된 정부규제, 올해 조합설립인가 신속 진행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추진 현황 [출처: 강남구청]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추진 현황 [출처: 강남구청]

압구정 현대의 시세 상승은 최근 신속하게 진행된 재건축 사업과도 관련이 깊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압구정동의 아파트 평균 연식은 40년이 넘었으며 이는 강남구는 물론 서울시 최고 수준이다. 재건축 추진 연한은 30년이다.  
 
그러나 재건축 사업이 급진전 된 기간은 비교적 최근이다. 2009년엔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정책의 하나로 서울 한강 변에 자리한 여의도, 이촌, 성수, 합정동과 함께 5대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압구정 재건축은 그럼에도 당시 서울시가 요구하던 토지 기부체납(사업 부지의 25%)에 대한 반대 의견과 서울시의 정비사업 규제 등 문제로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2~3년 새 주택시장 호황을 맞아 압구정 재건축은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결과적으로 압구정 재건축 사업에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작용했다는 평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6·17대책을 통해 2021년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에 대해선 ‘2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는 조합원만 입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다소 속도가 늦었던 압구정 내 재건축 조합은 조합설립 동의서를 걷으며 사업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올해 2월 압구정4구역을 필두로 압구정5구역·압구정2구역·압구정3구역이 연이어 비슷한 시기에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을 떨게 한 해당 법안은 지난 7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폐기됐으나 결과적으로 압구정 재건축사업의 고삐를 당기게 됐다.
 

‘대장주’ 3구역, 2년 뒤 사업시행인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9월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 '신속통합기획'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월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 '신속통합기획'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중 압구정3구역은 압구정 재건축 사업 중 대장주로 이름이 높다. 구역 내 아파트 대부분이 ‘구현대’로 압구정 현대1,2차를 비롯한 한강 변 핵심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사업 규모도 36만㎡ 4000가구를 초과하는 등 주변 지역에서 가장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압구정3구역은 '1대1 제자리 재건축' 방식으로 추진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1대1 재건축은 기존 전용면적 130% 범위에서 아파트를 신축하는 대신 전용 60㎡ 이하 소형 타입 없이 중대형 세대 위주로 구성할 수 있어 주택시장에서 '고급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일반분양이 최소화돼 조합이 얻는 이익이 적은 대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하에서 부담금을 줄일 수 있고 세대수가 적어 쾌적한 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 '제자리 재건축'이란 선호위치를 차지하는 문제로 발생하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단지 조성 시 기존 세대의 한강 변, 역세권 등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확정 고시를 기다리고 있는 3구역은 압구정 첫 신속통합기획 신청 구역이 되면서 몸값이 더욱 오르고 있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구역지정까지 통상 5년이 걸리는 절차를 2년까지 단축하고 건축심의, 교통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여기에 층수제한 완화 등 인센티브가 포함돼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유명 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압구정3구역 조합 관계자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조합원 동의로 서울시에 신통 기획을 신청했다"며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사업장별로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협상을 진행하는 신통 기획의 제도적 장점을 긍정적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구역은 지구단위계획 고시를 기존 제도와 같이 추진하고, 이후 세부 정비계획은 신통 기획을 통해 서울시와 유연하게 협상해 나가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사업시행계획 인가까지 2년 정도가 더 걸릴 것으로 조합은 내다봤다. 통상 신탁방식을 제외한 서울시 정비사업은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에 돌입한다. 조합 관계자는 "내년에 지구단위계획, 정비계획이 확정된 후 설계가 완료되면 건축심의 신청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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