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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의 발톱 드러낸 연준, 긴축시계 빨라지나?

[2022 경제대예측 - 세계 경제 흔들 변수①] YES 80%

 
 
미 연준 이사회 건물 [사진 셔터스톡]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2년에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것을 시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놀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의 고삐를 더욱 죄겠다고 밝혔다. 긴축 속도를 당초보다 2배 높이고, 2022년에만 3차례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긴축 시계가 빨라질 것임을 분명하게 예고했다.
 
2021년 12월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미 연준의 ‘인플레이션 파이터’ 선언에 가까웠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높은 물가상승률이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쓰겠다”며 ‘매파’(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쏟아냈다. 2021년 11월 미국 소비자물가(CPI)는 40년만에 최고치인 6.8%를 기록했다. 역대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슈퍼 비둘기’로 불리우던 파월 의장을 ‘매파’로 급변시킨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던 정책을 끝내고, 높은 물가 상승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밝힌 것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란 표현을 이번 성명에서 삭제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3월 금리 인상과 조기 대차대조표 축소를 가리킨다”며 “매파 연준에 놀랐다”고 평가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모양새다. 미 긴축속도가 예고된 만큼 ‘불확실성’의 해소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위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시중에 유포한 막대한 돈을 거둬들이면 자산시장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어서다. 당장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가계와 기업의 부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자칫 급격한 금리 인상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플레 파이터’ 택한 연준, 3월 테이퍼링 조기 종료  

미 연준은 2021년 12월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서와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2022년 1월부터 테이퍼링 규모를 월 300억 달러(국채 2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100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앞선 2021년 11월 FOMC 정례회의에선 국채 100억 달러, MBS 50억 달러 등 매월 총 150억 달러씩 매입량을 줄여갈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급변한 태도는 최근 6%대를 훌쩍 넘어선 물가와 개선된 고용 상황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준이 이같이 긴축 가속페달을 밟음에 따라, 테이퍼링 종료 시점은 2022년 6월에서 3월로 앞당겨진다.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채비도 마치게 된다. 파월 연준 의장은 “테이퍼링 종료 시점과 기준금리 인상 사이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기 인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연준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시점이 이르면 2022년 3월인 셈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Fed워치는 “2022년 3월 인상 확률이 45%, 5월은 64%”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FOMC 위원의 금리 인상 전망이 담긴 점도표에선 다수의 위원이 2022년 3번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18명 위원 중 10명이 2022년 말 금리를 0.75~1.0%로 전망했다. 현재 0.0~0.25%인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인상할 경우 2022년 3차례 인상이 예상된다. 4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상(기준금리1.0~1.25%)한 위원도 2명이나 됐다.  
 
더 나아가 2022년 이후에도 금리 인상은 가파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2023년 기준 금리를 1.25~1.5% 혹은 1.75~2.0%라고 전망한 위원은 각각 5명이나 됐다. 1.75~2.0% 금리는 현재 금리에서 0.25%포인트씩 총 7번을 인상해야 하는 수치다. 이는 2022년 1~2회 인상을 예상했던 시장의 전망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연준 관계자들의 중간값에 근거한 전망치를 분석하면, 기준금리는 2022년 말까지 0.9%, 2023년 말 1.6%, 2024년 말 2.1%수준으로 상승이 점쳐진다.
 
연준은 또 다른 긴축 카드도 꺼내들었다. 양적 긴축으로 불리우는 대차대조표(B/S) 축소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 사태로 채권 매입을 통해 불어난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QT)의 시점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나, 앞으로 FOMC 회의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대차대조표 축소는 채권 매각 등을 통해 자산을 줄이는 것으로, 테이퍼링보다 더 공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보다 테이퍼링 자체를 주목해야한다”며 “연준이 이번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매입한 물가연동채권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운용함으로써 기대인플레이션을 하락시키고, 실질금리의 가파른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긴축발작’ 충격은 제한적, 장기적 자산시장 위축  

연준의 긴축 가속화는 장기적으로 자산 시장을 위축시키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풀었던 막대한 돈(유동성)이 점진적으로 흡수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테이퍼링의 조기 종료는 기준금리 인상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향후 시장의 유동성이 감소함에 따라 증시 등 자산시장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2022년 3회’에 걸친 금리 인상 전망을 두고 국내외 금융시장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시티은행은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더 매파적”이라며 “2022년 6월 첫 금리인상을 전망하며 테이퍼링이 종료되는 3월에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점도표상 2022년 3회 금리 인상, 실업률 전망 대폭 하향 조정, 일시적 인플레이션 표현 삭제 등은 매파적”이라며 “첫 금리 인상 시점을 2022년 5월에서 3월로 앞당기고 매분기 0.25%포인트씩 9번의 금리 인상을 전망하며 예상보다 빨리 자산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 외에도 영국, 러시아 등 주요국이 긴축에 착수하거나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긴축 정책과 금리인상은 신흥국에게는 ‘충격의 시기’였다. 1970~1980년대 중남미의 외채위기를 비롯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사태 등은 미국의 긴축으로 인한 쇼크로 발생했다.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미국금리 전망과 한국 정책과제’ 심포지엄에서 “미 연준은 충분한 긴축 신호를 통해 시장과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미 연준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방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연준과 달리 ECB는 당분간 테이퍼링, 금리 인상 계획이 없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독일 등 유로지역의 물가가 급등하는 만큼 예상보다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가 이뤄지면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각국 중앙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속속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2021년 12월 16일 3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영란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0.1%에서 0.25%로 올렸다. 같은 날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021년 12월 17일 기준 금리를 연 8.5%로 1%포인트 끌어올렸다. 이는 2021년 7번째 이뤄진 금리 인상으로, 연초 4.25%였던 기준금리가 2배로 치솟았다.  
 
이들 국가들은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하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글로벌 경제 회복에 먹구름을 몰고 왔음에도, 최악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더욱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1분기 추가 금리 인상 전망…3차례 인상 관측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21년 12월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한국은행도 2022년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미 금리 수준에 따른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를 가진 나라가 아닌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적정금리 수준을 유지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급등하는 물가 우려도 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준다. 2021년 11월 기준금리를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인상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022년 1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21년 11월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00%가 됐지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2022년 1분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이러한 금리인상은 코로나19 여파로 부채가 많이 쌓인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낳고 있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최근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 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연구 보고서를 통해 “부채가 많은 시기에 금리를 인상하면 평상시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진다”며 “금리 인상에 동의하지만 경기 회복세를 고려하면서 점진적으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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