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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반도체 호황 오지만…저항도 만만치 않아 [이종우 증시 맥짚기]

1분기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정상화로 기업이익 늘고 주가 상승 예상
지난 석달 동안 주가 40% 오른 SK하이닉스, 이익증가분 주가 반영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주가가 오르면서 시장 기대감도 덩달아 커졌다. [중앙포토]
 
지난해 상반기 미국에서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매입자산 축소)이 본격 거론됐을 때만 해도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유동성 공급 축소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해 12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 일정을 계획보다 앞당기고, 금리 인상도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주식시장이 하락하지 않고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두려워했던 건 유동성 공급을 줄이느냐 유지하느냐가 아니라, 상황이 괜찮을 때 손 놓고 있다가 한계에 부딪힌 후 허겁지겁 금리를 올리고 돈을 회수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 상황이 벌어졌지만, 시장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인 것이다.  
 
주식시장이 왜 이렇게 반응했을까. 우선 금리 상승을 견인하는 인플레이션이 시간이 지나면 약해질 거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금리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만 장기적으로도 상황이 똑같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클리브랜드 연준 총재가 향후 10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을 2%대 초반으로 산정했다. 과거 10년간 평균보다 낮다. 5년 뒤인 2026년부터 2031년까지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2.38%로 1차 테이퍼링이 진행됐던 2014년보다 낮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존재하지만 이미 금리에 반영된 부분도 있어 계속 금리 상승 요인이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시장금리에 어느 정도 반영된 점도 감안하고 있다. 미국의 단기 금리인 2년물 국채수익률이 0.75%가 됐다. 지난해 6월에 0.14%였으니까 반년 만에 5.3배가 된 셈이다. 단기 금리가 이렇게 급등한 건 금리 인상이 멀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2년물 국채금리의 상승속도는 과거 어떤 때보다 빠르다. 2015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당시 단기금리는 테이퍼링 시작 시점부터 2년 후에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있을 때까지 1.6배 오르는 데 그쳤다. 지금은 테이퍼링을 시작한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금리가 여섯 달 만에 5.3배가 됐다. 금리를 빠르고 강하게 올릴 거란 전망이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1분기 높은 주가 부담과 금리 인상 영향 더해질 듯  

괜찮은 경제 상황이 물가상승의 영향력을 압도할 거란 기대도 미국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가는 가계가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을 때 높아진다. 가계가 여력이 없으면 제품가격 인상으로 전체 매출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계속된 정부의 지원 확대로 미국의 가계 저축률이 9.4%까지 치솟았다. 2012년부터 팬데믹 이전까지 평균 저축률 7.2%보다 2%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미국 가계가 충분한 소비 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가보다 경기 확장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면 예상보다 강한 정책 전환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가가 오른 건 시장 내부의 힘이 외부 악재를 압도한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주가가 지금처럼 1년 9개월째 계속 상승하면 어지간한 악재는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 주가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강해 주가가 내려갈 때마다 매수에 나서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가가 하락할 때다. 쌓여 있던 악재가 한꺼번에 힘을 발휘하면서 주가를 강하게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테이퍼링이 끝나고 금리 인상이 시작되는 1분기에 1.8%까지 상승했다 다시 후퇴한 후 연말에 2%를 넘어갈 거로 보인다. 1분기 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인플레이션이 견인한다. 3월에 테이퍼링이 끝나기 때문에 1분기는 금리 인상이 가시권 내에 들어오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 역시 만만치 않아 시장 금리가 전고점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이 국면이 지나고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면 뉴스가 현실이 된 영향으로 금리의 일시 후퇴가 예상된다. 이런 모습은 과거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관찰됐었다.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있기 전에 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금리가 올랐다가 인상이 이루어진 후에 다시 하락하는 형태였는데, 이번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보면 1분기는 금리 상승이란 외부 악재의 힘이 세지는 상황이 된다. 이 상태에 높은 주가 부담이 겹칠 경우 미국 주가 하락이 빨라지게 된다. 쌓아 놓았던 악재가 한꺼번에 힘을 발휘하기 때문인데, 그러면 우리 시장도 약해진다. 코스피가 혼자 상승할 만큼 힘이 강하지 않다는 건 이미 지난해 4분기에 입증된 사실이다.  
 

반도체 주가 반등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

시장 내부적으로는 반도체의 향방이 연초 주식시장을 결정할 거로 보인다. 지난해 말에 반도체 주가가 오르자 해당 업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아졌다. 올해 최고 유망 업종으로 꼽는 증권사가 많아졌는가 하면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고 이익을 얻을 거라 믿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동안 메모리반도체 주가는 업종 경기보다 2분기 정도 선행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불황 때 이익 전망치 하락이 멈추는 시점부터 주가가 올랐고, 주가가 높아지면 실제로 이익이 좋아지는지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익이 늘어나는 증거가 확보된 후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르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호황이 계속되지만, 이익 전망이 더는 높아지지 않을 때부터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해 업황이 나빠지는 증거가 나오면 주가가 최저점에 도달했다.
  
지난해에도 이 과정이 있었다. 2분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치가 낮아지자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해 삼성전자 주가가 20%, SK하이닉스도 30% 넘게 떨어졌다. 그리고 3분기에 이익 전망 하락이 멈추자 메모리 반도체 주가가 반등에 들어갔다.
  
반도체 경기 둔화가 지난해에 끝난 만큼 올해는 새로운 호황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 첫 번째 신호는 1분기에 수요처에서 반도체 대량 주문일 텐데,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정상이 되면서 IT 공급망 차질이 개선돼 제품 생산이 늘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늘고 주가도 오르는 상황이 벌어질 거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인텔과 AMD의 신규 서버 플랫폼 출시가 겹치면 반도체 경기 회복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 전망과 별개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말 이후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4000만주 순매수했다. 그 덕분에 주가가 15% 올랐다. 코스피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이지만 순매수 규모를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석 달 사이에 주가가 40% 넘게 상승해 어지간한 이익 증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태다. 반도체 주가가 추가 상승하려면 만만치 않은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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