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시장쟁탈 가속화 중국 배터리 위상 유지할까?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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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시장쟁탈 가속화 중국 배터리 위상 유지할까?

[2022 경제대예측 - 한국 경제 향방①] yes 70%

 
 
지난 5월 미국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 [사진 연합뉴스]

지난 5월 미국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 [사진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전기자동차 배터리 3사가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2022년에도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위상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삼원계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활용,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NCM(니켈·고발트·망간)이나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의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 생산해왔다. 다만 2022년에도 리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LFP 배터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2022년 LFP 배터리의 원가 경쟁력이 다소 약화될 것이란 진단이다.  
 
완성차업계와 배터리업계 등에 따르면 2022년에도 LFP 배터리 확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LFP 배터리 도입을 선언한 상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인 테슬라는 투자설명회에서 모든 차종의 기본형 모델에 LFP 배터리 탑재한다고 선언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도 “2024년부터 소형·준중형 전기차 배터리를 LFP 배터리로 교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형 전기차 등 저가 차량 위주로 LFP 배터리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SDI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진 삼성SDI]

삼성SDI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진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설립 중인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전경.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설립 중인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전경.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FP 배터리 약진에 국내 배터리 ‘주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는 원가 경쟁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터리업계 등에선 통상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보다 약 20% 저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는 모두 리튬이온 배터리에 속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에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평균 전압을 결정하는 소재다. 문제는 삼원계 배터리의 양극재 원료 중 하나인 코발트 가격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코발트는 구리 등을 채굴할 때 부산물로 얻을 수 있는 물질이라, 전체 채굴량 자체가 넉넉하지 않아 희귀 금속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공급 불안전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코발트 사용량의 60% 이상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돼 현지 정세에 따라 코발트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수급 구조 탓에 가격 변동이 크다. 실제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2021년 1월 4일 코발트 가격은 t(톤)당 3만3000달러였으나, 같은 해 12월 10일엔 t당 6만9525달러까지 올랐다. 1년 새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기술 보완 등을 통해 그간 LFP 배터리 약점으로 꼽혔던 짧은 주행거리를 일부 개선한 것도 LFP 배터리 확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기술력으론 주행거리 측면에서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에 밀리고 있긴 하지만, 반드시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할 정도로 뚜렷한 차이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배터리업계 등에선 LFP 배터리 주행거리는 400㎞ 안팎, 삼원계 배터리 주행거리는 500㎞ 안팎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주행거리 보완, 삼원계 배터리 화재 이슈 등으로 2022년에도 LFP 배터리 판매량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LFP 배터리가 주력인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2021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10월까지 승용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CATL)은 시장 점유율 28.2%로 1위를 차지했다. 2020년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18.4%)과 비교하면 점유율을 약 10% 끌어올린 것이다. 또 다른 중국 배터리업체인 BYD도 같은 조사에서 시장 점유율 8.5%를 달성, 2020년 6위(시장 점유율 5.5%)에서 4위로 올라섰다.
 
반면 2020년 1월부터 10일까지 승용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시장 점유율 1위였던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같은 기간에는 CATL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SK온의 2021년 10월 누적 시장 점유율은 5.7%로 2020년 같은 기간과 동일했으며, 같은 기간 삼성SDI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6.7%에서 2021년 5.0%로 줄었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팽창에 힘입어 최대 세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지만,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성장률이 더 높았다.  
 

전고체 등 판 뒤흔들 차세대 배터리 ‘아직’

탄산리튬 가격 상승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2022년에도 LFP 배터리 확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2021년과 마찬가지로 2022년의 배터리 시장도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가 양분할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배터리업계 등에 따르면 SK온은 현재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우선 적용할 목적으로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LFP 배터리가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한계 등을 고려해 전기차 배터리와 비교해 공간이나 무게 제약이 거의 없는 ESS 시장 한정으로 LFP 배터리를 개발하는 전략이다. SK온과 비교하면 전기차용 LFP 배터리 개발에 다소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삼성SDI는 LFP 배터리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신 삼원계 배터리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코발트를 제외한 이른바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LFP 배터리와 경쟁할 수 있는 원가 구조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삼성SDI 측은 향후 LFP 배터리 시장 점유율 확대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버스·트럭 등을 제외한 승용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LFP 배터리의 2021년 상반기 시장 점유율은 11% 수준이다.  
 
국내외 주요 배터리업체들이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상용화까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2022년에도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의 상용화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당분간 배터리업체들은 삼원계 배터리와 LFP 배터리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적용되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배터리로, 화재에 민감한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통해 화재 위험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폭발이나 화재 위험 등이 줄어드는 만큼, 안전성 관련 부품 대신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활물질을 채울 수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의 핵심인 용량과 안전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이유다.  
 
이에 국내 배터리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9월 말에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교(UCSD)와 공동 연구로 기존 60도 이상에서만 충전이 가능했던 기술적 한계를 보완해 상온에서도 빠르게 충전이 가능한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SK온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10월 말에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술 기업인 솔리드파워에 약 350억원을 투자해, 양사 공동으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생산하기로 했다. 삼성SDI 역시 2020년에만 연구개발에 8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등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제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이 2027년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업계 일부에선 이 상용화 시점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3대 스타트업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미국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의 치차오 후 최고경영자(CEO)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업체가 1980년대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그때도 ‘8년 후’ 지금도 ‘8년 후’를 말하고 있다”며 “배터리 개발에서 양산까지 10년을 주기라고 할 때 늘 ‘2단계’에 머물러 있었다는 뜻”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SES는 2021년 11월 4일에 온라인으로 배터리 월드를 열고 107암페어시 이상의 용량을 갖춘 리튬메탈 배터리인 ‘아폴로’를 선보였는데,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에너지 밀도가 리터당 935와트시의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 CEO는 “전고체 배터리가 먼 미래의 배터리라면 SES의 배터리는 지금 기술”이라며 현재로선 자사 기술이 차세대 배터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을 금속인 리튬으로 대체한 배터리를 말한다. 흑연이나 실리콘 등을 활용한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전성과 성능 등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다. 음극과 전해질 모두를 고체로 대체한 것이 전고체 배터리라면, SES의 리튬메탈 배터리에는 겔(Gel)타입의 ‘솔벤트 인 솔트(염중염매)’ 전해질이 적용된다. SES의 리튬메탈 배터리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진일보한 기술이란 평가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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