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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격투자 시동 건 인텔…TSMC 추격하는 삼성 쫓는다

인텔,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 베팅, 공장 설립 계획 발표
바이든 정부, 반도체 안보 위해 투자 기업에 인센티브 예상

 
 
인텔 오하이오주 반도체 공장 조감도[사진 인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재편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TSMC의 치열한 투자경쟁이 이어졌다면, 새해에는 인텔이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미국에 풀겠다고 선언했다. 
 
인텔은 지난 21일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지난 21일 미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약 24조원)를 투입해 2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착공 시기는 올해 말로, 2025년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인텔은 “부지는 8개의 공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며 “향후 10년간 투자 규모가 1000억 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파운드리 시장 성장 속도에 따라 투자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인텔 파운드리 재 진출 1년도 안돼 공격적 투자 이어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및 공급망 회복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인텔은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고, 지난해 약 22조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 두 개를 착공했다. 인텔이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20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한 데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의지와 맞아떨어져서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안보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TSMC 등 해외 기업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놨다. 지난해 11월에는 인텔의 중국 청두공장 생산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기업의 기술 이전 우려가 있고 중국 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미국 의회는 반도체 기업 지원 법안인 ‘칩스 포 아메리카(CHIPS for America Act)’를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26년까지 총 520억 달러(약 62조원)를 반도체 기업 지원과 연구개발 지원 등에 쓸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의지를 알고 있는 인텔은 이번 투자가 단순히 사업 확대가 아닌, 미국 ‘반도체 리더십 회복’을 위한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는 미국 반도체 제조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인텔의 노력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첨단 반도체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텔의 투자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텔에 “약 7000개의 건설 관련 일자리와 3000개의 반도체 관련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TSMC 추격 나선 삼성전자, 인텔 도전도 받아내야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는 TSMC를 추격하는 동시에 인텔의 도전을 받아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위 TSMC가 53.1%, 2위 삼성이 17.1%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대만 UMC(7.3%), 미국 글로벌파운드리(6.1%), 중국 SMIC(5.0%) 순이다. TSMC와 삼성전자가 양분하던 파운드리 시장에 인텔이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지원에 이어 구글,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기업과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의 협력이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 기업간 협력이 이뤄지면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인텔도 ‘빅바이어’를 쉽게 유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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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공정 등 기술력 측면에서 TSMC, 삼성전자보다 뒤쳐진 인텔은 기술 경쟁력 끌어올리기에도 나섰다. 인텔은 지난 19일 1.8㎚ 공정을 위해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TSMC·삼성전자보다 빨리 최신 장비를 확보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인텔은 새로운 오하이오 공장에서 ‘옹스트롬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옹스트롬(A, 1A=0.1㎚)은 지난해 3월 인텔이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기존 파운드리 시장에서 썼던 ‘5㎚’, ‘3㎚’ 등의 명칭 대신 써온 수치다. 인텔은 이 공장에서 ‘인텔 18A(옹스트롬)’를 포함한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패권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 TSMC는 미국과 일본에 각각 120억 달러(약 14조3000억원), 70억 달러(약 8조3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로 했고,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인 400억∼440억 달러(약 47조5000억∼52조3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 우위 점하기에 나섰다.
 
삼성전자 역시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을 착공했다. 경기 평택캠퍼스의 3번째 반도체 생산라인 ‘P3’ 공장 완공, 4번째 생산라인 ‘P4’ 착공도 순조롭게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TSMC 양사의 미국 파운드리가 모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여기에 인텔의 파운드리까지 2025년 양산에 들어가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과 팹리스 등 고객사 확보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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