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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3만명대’ 귀한몸 된 ‘진단키트’…제2 마스크 대란 올까

정부, 선별진료소 검사 시스템 변경
진단키트 수요 폭증, 중고거래에도 등장
약국·편의점 물량 확보 급급…실효성은 의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을 지나고 있는 마스크를 쓴 시민들. [연합뉴스]
 
#. 수서럭키점 0개, 일원한솔점 0개, 일원가람점도 0개. 근방 2㎞ 이내에 있는 모든 편의점의 자가진단 키트가 ‘품절’로 뜬다. 점포 지역 설정을 한참 떨어진 ‘역삼동’으로 설정하니 그제서야 한 지점에서 19개가 남아 있다고 나온다. 이 지점은 현재 위치에서 5.4㎞ 떨어져 있는 곳으로 차를 타도 20분이 걸리는 거리다.
 
편의점 CU가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앱) ‘포켓CU’를 통해 자가진단 키트 재고 현황을 검색해본 결과다. 신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3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자가진단 키트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선별진료소 검사 시스템이 바뀌며 자가진단 키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자 ‘약국 오픈런’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급속도로 늘어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자가진단 키트 발주가 정지되기도 했다.
 
편의점 CU는 ‘포켓CU’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가진단 키트 재고 현황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지역별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 화면캡쳐]
 
정부는 지난 3일부터 만 60세 이상이거나 고위험군만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는 신속항원검사를 받게 되고 이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야만 PCR 검사를 받게 된다. 이제 선별진료소에 가더라도 일부 사람들만 PCR 검사를 받게 되기 때문에 자가진단 키트를 구매해 직접 집에서 검사해 빠르게 결과를 확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학교나 직장에서 PCR 검사결과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스크 대란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편의점 자가진단 키트 매출 설 이후 급증…발주정지 사태도

 
주요 편의점에서도 자가진단 키트 수요가 급증해 품절사태를 빚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만명대 돌파를 기점으로 자가진단 키트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CU에서는 자가진단 키트 매출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월 대비 1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25에서는 12배, 세븐일레븐에서는 9배, 이마트24에서는 12배 증가했다. 특히 이마트24에서 판매 중인 ‘휴마시스’사의 자가진단 키트 판매량은 전월 대비 1136% 증가했다.
 
이 가운데 CU는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 발주는 지난 4일 정지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자가진단 키트 수요 증가를 예상해 12월 대비 2배 이상 물량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급증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발주가 정지된 것이다. CU 관계자는 “지난 4일 하루 발주가 정지됐던 것이고, 8일부터 발주가 재개된다”며 “지금까지는 휴마시스를 판매했는데 정부 쪽으로 우선 공급하게 돼 내일부턴 래피젠이 판매된다”고 밝혔다.  
 
GS25와 세븐일레븐, 이마트24의 경우 발주정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물량이 넉넉하지는 않은 상태다. GS25 관계자는 “현재 세 가지 키트를 판매 중인데 업체당 5개 거래처를 확보해놔 15개씩 발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고거래에도 등장, 사재기까지…‘무용지물’이란 시각도

 
일부 온라인몰에서는 자가진단 키트가 10배 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자가진단 키트는 1개(2회분) 당 1만3000원~1만5000원 선이지만 한 쇼핑몰에는 2회분이 10만원에 올라와있다. 네이버·쿠팡 등 주요 사이트에서는 2회분에 1만2000원~1만6000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자가진단 키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한 판매자는 “키트를 대량으로 사두었는데 쓸 만큼 써서 내놓는다”며 약국보다 2배 비싼 가격에 판매글을 올렸다. 당근마켓의 ‘동네정보’ 탭에는 약국별 자가진단 키트 재고 현황을 공유하는 글도 여럿 올라오고 있다. 편의점 CU는 ‘포켓CU’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가진단 키트 재고 현황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지역별로 제공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자가진단 키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근마켓의 ‘동네정보’ 탭에는 약국별 자가진단 키트 재고 현황을 공유하는 글도 여럿 올라오고 있다. [사진 화면캡쳐]
 
약국, 편의점 등 너도나도 자가진단 키트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계와 전문가들은 “자가진단 키트는 기존 PCR 검사보다 정확성이 떨어지고 무증상 감염자의 민감도가 20% 이하를 맴돌고 있다”며 “민감도가 낮은 코로나19 환자는 음성으로 나올 수 있어 오히려 확산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소비자는 “편의점 자가키트 검사 결과 음성을 받아 안심했는데 병원 간이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면서 “병원에서도 키트 검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아 사실상 소비자 불안감을 떨치는 용일 뿐 검사라고 볼 수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편 당국은 ‘제2의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는 ‘수급 불안은 걱정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2일까지 자가검사 키트 1000만명분을 공급할 방침이다. 하지만 약국과 온라인 쇼핑몰에 각각 508만명분과 492만명분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으로 편의점 업체로서는 다른 수요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돼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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