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빼앗긴 일자리, 높아진 효율…AI가 짠 코드 ‘바이브’를 느껴 봐 [한세희 테크&라이프]
- 인공지능이 바꾸는 개발자 고용 시장
코딩 진입 장벽 낮추고, 생산성 높이고

팬데믹이 끝나고 테크 버블이 꺼지면서, 이 시기 방만하게 채용한 인력이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던 즈음, 새로운 바람이 불며 개발자 일자리에 또 한 번 충격이 가해졌다.
바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이다. 오픈AI의 챗GPT를 시작으로, 구글의 제미나이와 앤스로픽의 클로드 등 초거대 언어모델(LLM)에 기반한 대화형 AI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문장을 생성하며 대화하는 능력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놀라운 기술력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원자력 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할 정도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고, 수십만 장의 최고급 GPU를 동원해 학습시킨 값비싼 AI 모델을 활용해 수익을 내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코드 짜는 AI, 개발자를 대신하다
챗GPT가 등장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생성형 AI의 가장 명확한 활용 분야로 자리 잡은 것이 있다. 바로 코딩이다. LLM은 언어를 유창하게 다루는 AI다. 그리고 코딩 역시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지 사람이 아닌 컴퓨터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다. 사람이 말하는 언어에서 다음에 올 단어를 예측하는 작업이나, 컴퓨터 언어에서 다음에 이어질 코드를 예측하는 작업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AI가 가장 능숙하게 다루는 언어는 다름 아닌 컴퓨터 언어였다. 코드 작성은 AI가 가장 먼저 혁신을 불러온 분야가 된 셈이다.
이로 인해 개발자는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한때 가장 유망하다고 평가받던 직업이었던 개발자는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이 해고되는 직종 중 하나가 되었다. 미국 고용통계국에 따르면, 2023~2025년 사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은 27.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전체 인력의 3%인 6800명에 대한 감원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중 40%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4월 메타가 주최한 AI 콘퍼런스 ‘라마콘’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의 대담 중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작성된 코드 중 30%는 AI가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케빈 스콧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책임자(CTO)도 “2030년에는 전체 코드의 95%가 AI로 생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커버그 CEO 역시 “내년쯤에는 개발의 절반 정도가 사람이 아닌 AI에 의해 이뤄지고, 그 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개발자 자리는 줄어들고, AI를 개발하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구글 역시 지난 4월, 구글 코드의 30% 이상이 AI에 의해 생성된 것이라고 밝혔고,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작년 한 해 AI를 통해 개발자가 4,500년치 일한 것에 해당하는 시간을 절약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AI 기반 코딩 보조 서비스다. 마치 프로그래밍에 능숙한 고수가 코드 편집기 옆에 앉아 질문에 답해주듯, 사용자가 일상 언어로 원하는 기능이나 디자인을 말하면 AI가 이를 코드로 자동 작성해준다. 개발자는 그 결과물에 피드백을 주며, 코드를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간다.
코딩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도 앱 개발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한편, 전문 개발자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준다. 실제로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팀의 생산성이 40~60%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러한 방식의 코딩은 흔히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고 불린다. 개발자가 의도한 느낌이나 분위기(vibe)를 AI가 파악해 그에 맞는 코드를 생성한다는 의미다.
바이브 코딩 분야의 대표 기업들도 이미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코드 편집기인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에 AI를 통합한 ‘커서’(Cursor)는 지난달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캐피털로부터 9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 가치는 10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오픈AI가 인수를 희망했으나, 커서는 독자 노선을 택했다.
오픈AI는 대신 커서와 유사한 바이브 코딩 기업인 ‘윈드서프’(WindSurf)를 30억 달러에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커서는 연간 매출 약 1억 달러, 윈드서프는 약 5천만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두 기업 모두 아직 적자 상태다. 앤스로픽의 클로드 등 외부 AI 모델에 의존하고 있어,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외부 모델 의존도 문제지만, 자체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막대한 비용과 기술 리스크가 뒤따른다.
바이브 코딩은 숙련된 개발자의 역량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이제 막 진입하려는 신입들에게는 벽이 되는 AI 시대 ‘일자리의 문제’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적인 코딩 작업을 AI에 맡기고, 개발자는 보다 고차원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다. 코딩을 몰라도 누구나 앱 개발에 도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노동 불안 외에도, 바이브 코딩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보안이다. 생성형 AI가 문장을 만들면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생성하는 ‘환각’ 현상이 문제되듯, 코딩 과정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라이브러리나 가짜 패키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AI가 생성한 가짜 패키지들이 실제 존재하는 패키지와 유사한 이름을 가진다는 것이다. 해커는 이 점을 악용해 동일한 이름의 악성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유포하고, AI의 도움을 받아 개발 중인 다른 사용자가 이를 실수로 다운로드하게 하는 방식의 공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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