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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소비자 연결하는 '로컬 콘텐트'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공간은 머무는 곳에 그치지 말고 미디어가 발전해야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로컬가치’가 그 출발
디지털시대 로컬 문화는 경쟁력 있는 콘텐트

 
 
철물점 콘셉트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사진 시몬스]
 
침대회사 시몬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최근엔 침대는 커녕 침대 모서리조차 보여주지 않는 OSV(Oddly Satisfying Video: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영상) 방식의 광고로 유튜브에서는 공개 2주 만에 누적기준 조회 수 1400만 회를 가볍게 넘기고 2월 첫째 주에는 광고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또 이 브랜드는 서울 성수동,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부산 전포동에 ‘시몬스 하드웨어 숍’이라는 침대와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팝업스토어를 만들어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시몬스는 그에 그치지 않고 젊음의 거리 해운대 해리단길에는 ‘시몬스 그로서리 숍’을 열더니, 서울 청담동에도 같은 개념의 팝업스토어를 열어 주변 상권을 활성화하면서 큰 반응을 몰고 왔다.  
 
이른바 ‘로컬 소셜라이징’을 브랜드 전략의 핵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로컬 소셜라이징은 지역사회의 특성을 반영하며 해당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간을 디자인하고 기획하는 것으로, 기업의 지역 사회적 기여를 의미하기도 한다. 가벼운 의미로는 지역의 특색에 녹아들 수 있도록 브랜딩을 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시몬스 테라스’. [사진 시몬스]
 
시몬스의 소셜라이징 브랜딩은 2020년 5월 시몬스 공장 소재지인 이천에서 시작한 ‘시몬스 테라스’가 그 출발이다. 2018년부터 지속해온 이천 ‘시몬스 파머스마켓’의 개념을 확장해 ‘시몬스 그로서리 숍’으로 운영하며 이천지역의 농산물을 시몬스답게 판매해 지역 농가들과 현지 상권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를 통해 얻은 자신감에 시몬스는 계속해서 팝업스토어 형태로 서울과 부산의 힙한으로 지역으로 확장했다. 서울 성수동과 부산 전포동을 선택해 지역 특성과 어울리는 색다른 방식으로 다가가기 위해 공간 및 프로그램 구성과 문화 콘텐트를 보여주는 팝업 스토어를 시작했다.  
 
철물점 콘셉트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사진 시몬스]
 
철물점 콘셉트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가 그것이다. 특히 부산에서는 부산의 로컬 패션 편집숍 발란사(Balansa)와 협업해 각종 문구류와 공구, 야구모자, 티셔츠 등의 굿즈를 판매해 화제를 모았다. 2021년 6월 부산 해운대의 경리단길이라는 의미의 ‘해리단길’에 연 ‘시몬스 그로서리’는 남유럽의 식료품점 콘셉트로, 코로나19가 기승이었음에도 여름에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의 ‘핫플’로 엄청난 반응을 몰고 왔다.  
 
매일 50팀 이상의 대기로 기다리는 동안 주변 음식점과 카페를 이용하면서 이 지역 상권 점주들이 환영한 것이 그 증거다. 그런데 이 숍에서 판매한 것은 MZ세대 팬들이 좋아하는 ‘굿즈’뿐이 아니다. 이천의 의 특산물인 쌀과 농산물을 ‘시몬스다운’ 브랜딩으로 판매했다.  
 
올해는 F&B와 리테일 매장이 속속 들어서며 다시 한번 전성기를 노리는 청담동에 이색적인 스토어를 기획했다. 유럽 등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육가공 식품 판매점인 샤퀴테리 숍(Charcuterie Shop)을 콘셉트로 삼은 것이다. 매장으로 입장하는 유일한 통로인 이곳에선 삼겹살처럼 포장된 수세미, 치즈처럼 포장된 그물백 등 붉은 조명 아래 정육과 가공 식품을 연상시키는 굿즈를 판매한다.  
 
컵, 수세미, 요요, 볼펜, 스마트폰 그립톡 등 흔한 일상 소품을 샤퀴테리 숍에 어울리는 패키지로 포장된 모습이 재미있는 풍경을 만든다. 2층에는 부산 해리단길의 유명한 로컬 버거 ‘버거샵’이 있어 부산의 지역 정서를 담아 놓음은 물론 지역과 지역의 연결이라는 의미를 가치 있게 구현하고 있다. 3층에는 시몬스의 OSV 브랜드 필름이 미디어아트의 형태로 전시되고 있어 ‘물멍’ ‘불멍’을 하듯 힐링의 방식으 ‘브랜드 멍’을 제공한다.
 

소셜라이징 공간으로 진화한 지역 호텔 

제주에 있는 호텔 ‘베드 라디오’ 홍보 화면. [사진 베드 라디오]
 
호텔업계에서의 로컬 소셜라이징도 흥미롭다. 일본의 시부야에 위치한 ‘트렁크 호텔’은 호텔이 단지 숙박을 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거나, 편하게 로비에 앉아 일하거나,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지역의 중심 커뮤니티센터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누구나 와이파이를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의자가 있고, 로비에 바가 있어 누구나 언제든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다. 사회와의 공존을 위해 호텔의 인테리어를 업사이클링 자재를 활용하고, 객실 슬리퍼는 샌들공장에서 폐기되는 고무를 재활용해 투숙객이 집으로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찻잔은 상처난 그릇을 회수해 분쇄한 뒤 새롭게 만든 것이다. 장애인들과의 공생이 주요 가치다. 그래서 곳곳에 장애인들이 만든 작품과 소품들이 있다.  
 
지역예술가, 지역 크리에이터들의 전시가 이어지고, 트렁크 스토어에서 팔리는 제품은 모두 로컬 제품들이다. 식당의 모든 음식은 로컬 식자재를 활용한 건강식을 제공한다. 이 호텔은 스스로 ‘호텔이 아니라 ‘소셜라이징 플랫폼’이라 부르며 로컬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호텔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었다. 2017년 만들어진 소규모 호텔이고 오픈 이후 2년 만에 코로나19가 발생했음에도 지역 사람만 이용하는 호텔이 아닌, 한국을 비롯해 적지 않은 나라에 알려진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로컬 소셜라이징 호텔이 제주에 있다. ‘베드 라디오’가 그 주인공이다. 2019년 4월에 시작한지 2개월 만에 예약률 100%를 기록하며 코로나19가 한참이던 지난해 평균 예약률 85%를 기록하는 호스텔이다.  
 
호스텔(BED)을 통해 로컬의 경험을 전파(RADIO)한다는 의미의 이 호스텔은 ‘편안한 쉼’뿐 아니라 밀레니얼 여행자들이 원하는 로컬의 경험을 만들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한껏 들뜬 표정으로 체크인을 하는 여행자들, 스텝과 친근하게 인사하는 디지털 노마드족, 테이블 위 문서를 보며 진지하게 미팅 중인 비즈니스맨,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동네 아저씨들... 호스텔 ‘베드라디오의 풍경이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시작해 세계 10개의 체인을 보유한 에이스호텔의 소셜라이징 콘셉트를 적용했다.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브랜드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게스트는 물론, 지역민에게도 공간을 아낌없이 제공하여 여행자들에게 로컬의 일상이 더욱 가까워지게 했다.  
 
인근 자전거샵과 제휴해 운전을 못하는 젊은 여행자나 외국인 여행자들이 쉽게 먼 곳까지 여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인근 피트니스와 연계해 만원만 내면 투숙객들이 일 단위로도 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소규모 스타트업들도 워크숍을 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과 캐주얼한 분위기의 회의시설도 마련해 스타트업들이 부담 없이 이용하도록 하고, 영화 상영회를 통해 인근 주민들도 아이들과 호스텔을 부담 없이 체험하도록 해서 이런 호스텔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것이다. 작은 규모의 여관을 재생해 만든 이 호스텔은 현재 제주 동문에서 시작해 1971년 제주 최초의 신식여관으로 문을 열었던 옥림여관을 2호점으로 재탄생시킨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들 브랜드는 ‘로컬 소셜라이징’에 주목할까.  
 
우선 첫 번째로 로컬 콘텐트의 가치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바꾼 세상에서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 있는 콘텐트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역의 독특한 문화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고, 지역민보다 외부인들이 더 많이 찾는 ‘핫플’이 많아지기도 하는 이유다. 로컬 콘텐트를 통해 숍을 로컬 소셜라이징 플랫폼으로 만들고 있다.  
 
두 번째는 브랜드의 주 고객인 MZ 세대 가치 소비자와의 소통이다. 숍의 제품 구성이나 컬러를 그들의 ‘인스타감성’에 맞게 만드는 것도 그런 이유다. 공간은 단순한 샵이 아니라 미디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브랜드 구매의 사회적 이유를 따지는 이들에게 구매의 이유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브랜드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는 것을 이들 브랜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제품보다 브랜드를 전면에 두고 팬덤을 만들기 위함이다. 저렴한 가격과 유익한 제품정보는 그 제품 몇 개를 필수는 있지만, 그 브랜드를 사랑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 브랜드를 사랑하면 브랜드가 만드는 모든 제품을 사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유는 브랜드의 이념을 전파하고 문화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래서 공간을 체험하고 경험을 하게 함으로써 실제로 삶에서 체험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사회와 지역과 공존하는 브랜드 문화를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젖어들게 만드는 것이다.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최근엔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IT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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