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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는 호황인데…통신비 인하 공약은 찬밥 신세?

[선택, 누가 살림살이를 바꿀 것인가]
주요 후보 중 이재명 후보만 민생공약 일환으로 제시
공약 내용도 평이…나머지 후보 인프라 확대 약속만
품질 논란 해소 못하면 차기 정부에서 손 댈 가능성 커

 
 

이번 대선에선 주요 후보들이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대선에선 주요 후보들이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국민들이 내는 통신비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던 과거 선거와 달리, 이번엔 주요 후보들이 관련 공약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만이 공약집에 가계통신비 부담 이야기를 넣었을 뿐이다.   
 
이재명 후보는 “비대면 시대 데이터 비용 절감으로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면서 다음과 같은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전국민 휴대전화 데이터 안심요금제 도입 ▶병사 통신요금할인 비율 50%로 확대 ▶5G 중간요금체계 도입 ▶eSIM 도입 ▶버스 5G 공공와이파이 확대 설치 ▶내돈내산 데이터 내 맘대로 서비스 도입 등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가계통신비 20% 인하(이명박 전 대통령)’, ‘단통법 시행(박근혜 전 대통령)’, ‘기본료 폐지(문재인 대통령)’ 등을 내건 과거 대선후보와 비교하면 획기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가령 이재명 후보가 내세운 ‘5G 중간요금체계 도입’ 공약은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슈로 떠올랐던 문제다. 중간요금제는 국민의 5G 이용 패턴에 부합하는 적당한 기준의 요금제를 의미한다. 시중의 5G 요금제가 혜택이 많은 고가나 반대로 혜택이 적은 저가에 치중돼있으니, 이 양극화를 해소하겠단 얘기다.  
 
관련 내용은 과방위 국감서 제기됐고 이동통신 3사가 “검토 중”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중간요금제가 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대중교통 공공 와이파이 확대 역시 현재 정부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과제고, 나머지 공약은 기본 데이터가 필요한 특정 계층이나 군인을 겨냥한 핀셋 공약이다.
 

통신비 부담 논란…과거에 비해 지지 얻지 못하는 듯 

그나마 가계통신비 부담이 크다고 느끼는 국민들에겐 이재명 후보가 가장 어필하고 있다. 선거 디데이가 한 자릿수 안으로 들어왔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통신비 관련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재명 후보만 ‘나 홀로 공약’을 내세운 건 과거처럼 가계통신비 문제가 민생 공약으로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값이 치솟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고, 코로나19가 할퀸 상처를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물론 지금의 이동통신 시장이 손댈 곳 없을 만큼 국민 대다수가 만족하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주류 통신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는 5G를 향한 불신이 크다.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는 품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비자와 통신사 간의 법정다툼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가입자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내놓는 최신 단말기가 5G 전용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5G 서비스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상용화 2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2000만명을 넘어섰다. 아직은 LTE 가입자 수(4854만명)가 더 많지만, 이 숫자는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5G 고객 유치 속도는 빠르다 보니 올해 안으로 가입자 수 역전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품질 논란은 금세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선거 이후에 새롭게 부상할 민생 이슈가 될 수도 있다. 고객이 만족할 통신 품질을 서비스하려면 기지국 숫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가뜩이나 이동통신 3사의 전체적인 설비투자(CAPEX) 규모는 2019년에 정점을 찍고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업계는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통3사는 28㎓ 기지국 의무구축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 정부로부터 주파수 할당 취소 제재 위기에 놓였다가 정부가 기준을 바꾸면서 제재로부터 간신히 벗어났다.  
 
이통3사는 주파수 추가 할당 경매를 둘러싸곤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LG유플러스가 정부에 3.4~3.42㎓ 대역의 5G 주파수를 추가 할당해달라고 요청했는데, “LG유플러스에만 인접한 대역"이라면서 두 경쟁사가 제동을 걸었다.  
 
현재 KT는 “주파수 사용 시기를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SK텔레콤은 ”또 다른 주파수를 할당해 달라“고 정부에 제안하면서 갈등이 실타래처럼 얽힌 상황이다. 지난 2월 17일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중재를 꾀하기 위해 직접 이통3사 CEO를 만났는데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차기 정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의 벽을 넘었다는 점도 부담이다.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높은 5G 가입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역시 호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큰데, 자칫 이통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인식이 번지면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이 실제 정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도 5G 품질 논란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이통3사에 밉상 기업 이미지가 찍히게 된다”면서 “뭇매를 맞다 보면 새롭게 들어설 정부도 가계통신비에 메스를 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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