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기생충알’ 그 공장…‘썩은 김치’ 파동은 누가 키웠나 - 이코노미스트

Home > 산업 > 유통

print

17년 전 ‘기생충알’ 그 공장…‘썩은 김치’ 파동은 누가 키웠나

[‘명장 김치’의 배신①] 매출 500억 김치공장은 왜?
동종업계 비해 낮은 영업이익률…단체급식‧수출 등 B2B 비중 높아
관가로도 불똥, "식약처 등 감시·견제 시스템 전무" 비판도

 
 
2005년 기생충알 김치로 논란이 된 한성식품이 최근 썩은 배추로 김치를 손질하는 영상이 공개돼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중앙포토]

2005년 기생충알 김치로 논란이 된 한성식품이 최근 썩은 배추로 김치를 손질하는 영상이 공개돼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중앙포토]

 
#. 2005년 11월 국내 김치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기생충알이 검출된 김치 리스트’를 발표하면서다. 몇몇 국산 김치 업체가 지목됐고, 그 중엔 ‘명인 김치’로 유명한 한성식품도 포함됐다. 당시 한성식품은 단체급식용 김치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던 중견 김치업체. 한성식품은 즉각 ‘사과문’을 내고 기생충 알이 검출된 진천 1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한성김치와 거래해 온 유통업체들은 거래를 중단하며 잇따라 등을 돌렸다. 이른바 기생충알 김치파동이었다.  
 
17년 전 ‘기생충알’ 김치는 ‘곰팡이’ 김치가 되어 돌아왔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썩은 김치’ 논란의 주인공 또한 김순자 대표가 운영하는 한성식품의 자회사 공장이다. 이름은 효원, 2005년 문제가 됐던 진천 1공장과 동일한 곳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효원 직원이 촬영한 내부 영상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영상에는 곰팡이가 피고 악취가 나는 배추와 무를 손질해 김치 재료로 사용하는 과정이 담겨 충격을 안겨줬다. 영상 파문이 크게 번지면서 유통가에 비상이 걸렸다.
 
한편에선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성식품이 매출 500억원대를 꾸준히 내는 메이저급 김치제조업체인데다 김치명인으로 알려진 김 대표의 회사로 브랜드 인지도가 나름 탄탄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김치와 관련된 기록도 남다르다. 국내 B2B(기업간거래) 김치 시장 부동의 1위, 26가지가 넘는 김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가하면 올림픽 등 주요 국제행사에 공급되는 김치로도 유명하다. 그랬던 곳이 도대체 왜 ‘썩은 김치 회사’로 전락하게 된 걸까.  
 

3년간 500억원 매출…영업이익률 2%대  

업계에선 첫 번째로 낮은 영업이익률을 꼽는다. 한성식품은 지난 3년간 매출 500억원대를 꾸준히 올리는 안정적인 사업체로 꼽히지만 상대적으로 경영사정은 영세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성식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성식품 매출은 2018년 527억원에서 2019년 544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3억원에서 16억원으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매출이 소폭 줄면서 51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과 동일한 1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2020년 3200만원으로 14억원을 기록했던 전년과 비교해 크게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률도 저조하다. 2018년 2.46%, 2019년 2.94% 등 2%대를 기록하다 2020년 간신히 3%를 넘기며 3.11%를 냈다. 이는 김치류 제조업체의 평균영업이익률 7.8%~10%의 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치업체 한 관계자는 “한성식품 사업구조가 B2B와 수출이 크다보니 영업이익률이 높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급식에 공급되면 단가를 많이 낮추고 들어가기 때문에 마진을 챙기기 어렵다. 매출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손실은 더 크게 나는 악순환 구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재료가 ‘값비싼’ 농수산물…인건비 부담도 커  

김치제조 특성상 투입되는 비용이 많은 것도 영업이익률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김치는 배추와 무·고춧가루·마늘·양파·파·생강·천일염·젓갈 등 대부분의 원재료가 농수산물로 타 제조업에 비해 원재료비가 비싼 편이다. 재료를 해체하거나 다듬는 등 사람 손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적지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출액이 선방하는 데도 많은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이익률이 낮고, 이런 부침이 계속되면 문제가 터진다”면서 “지난해 말 순대 위생문제가 터진 회사의 영업이익률도 약 7% 내외였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수출을 이용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다. 김치 맛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을 겨냥해 비용을 절감할 목적으로 버려야 할 원재료를 일부러 썼을 가능성이다. 문제가 된 공장은 한성식품이 보유한 3곳의 공장 외 자회사 김치공장이다. 한성식품은 수출용김치를 제조하기 위해 과거 진천1공장을 효원이란 자회사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김치의 약 70%는 전세계 28개국에 수출되는 수출용으로 만들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김치맛을 아는 한국인들을 겨냥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으니 김치 많을 아예 잘 모르는 외국인들을 겨냥한 것 아니겠냐”면서도 “외국인들이 김치맛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고 외국에 나가있는 다른 국산 브랜드 김치에까지 소비자 불신이 이어질까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명인’, ‘해썹’ 타이틀에 취해…커지는 관가 책임론  

불똥은 관가 책임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명장’, ‘김치명인’, ‘해썹인증’ 등 김순자 대표와 한성식품이 타이틀에 취해있는 동안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공적 시스템이 전무해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식약처는 효원 공장에서 기생충알 김치가 나와 논란이 됐던 이듬해 효원 진천공장에 대해 해썹 인증(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을 줬다. 해썹은 소비자가 식품을 안전하게 먹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하는 위생관리 인증이다.  
 
김순자 대표. [사진 홈페이지 캡처]

김순자 대표. [사진 홈페이지 캡처]

 
소비자들은 당시 적절한 조치와 처벌이 분명하게 있었다면 기생충알이 썩은 배추로 진화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식약처의 해썹 무용론을 주장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이미 해썹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논란이 된 벌레 순대 업체도 해썹 인증 업체로 알려졌다.  
 
‘명인’ 자격이 박탈됐지만 김순자 대표에게 명인 타이틀을 부여한 농림축산식품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 대표는 2007년 대한민국 식품명인 29호, 김치 명인 1호로 선정됐다. 농식품부가 1994년 식품명인 인증제를 도입한 이후 명인 자격을 취소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풀어야 할 과제도 뒤따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명인’ 타이틀을 주는 자격만 있고 박탈할 수 있는 근거가 사실상 없다. 이번 역시 김 대표 본인이 자진 반납 의사를 전한 데 따른 조치다. 식품 명인이 사회적 물의을 일으키거나 품위를 손상한 경우, 식품 명인 지정이 취소될 수 있도록 식품산업진흥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타이틀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명인과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도 필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시스템이 없다면 합리적인 외부감시자의 견제가 필요한데 관가에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수수방관했다”면서 “재발을 막기 위해선 기업 스스로 환골탈태도 중요하지만 변화를 채찍질할 관가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