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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언제 오르나?” 현대차·기아 주주들, 깊어지는 근심

러시아, 한국 비우호국가로 지정…국내 기업 타격 예상돼
현대차·기아 반도체 공급난에 러시아 리스크까지 겹쳐 난항
올해 초 대비 현대차·기아 주가 각각 20.2%, 15.7% 하락해

 
 
우크라이나 국기와 러시아 국기 위 깨진 유리와 러시아 루블 동전.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리스크’에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국가로 지정하면서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내 기업의 타격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따른다. 현대차그룹도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글로벌 차량용 공급난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가 러시아 리스크까지 악재가 겹치며 주가도 힘을 못쓰는 모양새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7일(현지시각) 정부령을 통해 자국과 자국 기업, 러시아인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와 지역을 발표하고 이 목록에 한국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목록에는 미국·영국·호주·일본·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캐나다·뉴질랜드·노르웨·싱가포르·대만·우크라이나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우호국가 목록에 포함된 국가들에는 외교적 제한 등 각종 제재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해당 목록에 포함된 외국 채권자에 대해 외화 채무가 있는 러시아 정부나 기업·지방정부·개인 등은 채무를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어 채무를 상환하기만 해도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현지 진출과 수출 기업엔 불리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현재 삼성전자·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을 포함해 40여 개의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중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기아 20만5801대, 현대차 17만1811대를 팔았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 시장 내 판매량 순위로 따지면, 나란히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 공장.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연간 23만 대의 차량도 생산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1~5일 공장 가동을 멈췄다. 러시아 연휴인 6~8일이 지난 후 9일부터 공장은 재가동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반도체 부품수급 차질로 인해 현대차 측은 “내부적으로 재가동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공급망은 더욱 불안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주요 선사들이 ‘러시아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물류차질이 심화되면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미래자동차공학부)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체 판매량에서 러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단기적으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중장기적으로 가면 문제는 커질 것”이라며 “완성차업계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더 내려갈까, 오를까?” 현대차·기아 주가도 ‘혼돈’ 

기아 EV6. [사진 기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가 흐름도 탐탁지 않다. 이날 현대차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가격을 유지한 16만8000원, 기아는 전날보다 2.11%(1500원) 하락한 6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1월 3일)와 비교했을 때,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20.2%, 15.7% 하락한 상황이다. 하락세 속에서도 개인의 매수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개인은 지난달 28일부터 전날(3월 7일)까지 현대차 2307억원, 기아 1782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다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현대차는 10만원이 적정주가인 것 같다”, “기아 주가 7만원 선이 깨졌다” 등 분노한 주주들의 목소리도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 주가 흐름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7일 리포트에서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반도체 부족 사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발 이슈까지 겹쳤다. 해당 이슈들이 회복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자동차 부문에 대한 투심은 차갑다”면서도 “대외변수들과 무관하게 자동차 수요는 견조하고 생산 추이도 점진적인 회복세에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러시아의 경우 국내 완성차의 도매 판매량 중 현대차가 4.3%, 기아가 7.4%를 차지하고 있어 비중이 작지 않지만, 기아의 경우 전량 수출을 통해 대응 중으로 러시아 수출 차질 시 수출처 다변화를 통한 대응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실제 실적에 미칠 영향은 두 회사 모두 낮은 비중이고 시장의 알려진 악재들은 충분히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3일 현대차 리포트에서 “반도체 칩 쇼티지(부족) 지속에 따른 생산 부진과 러시아 관련 우려로 현대차 주가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해 기준 러시아 지역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3% 수준에 불과하고, 러시아 내 생산이 완전하게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도 동사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며 반도체 부족 영향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2일 온라인 채널을 통해 열린 ‘2022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의 중장기 전동화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한편 현대차와 기아가 최근 내놓은 중장기 전략에 대한 관심도 투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이달 초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 개최를 통해 전기차 판매 목표와 투자 계획 등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현대차가 187만 대, 기아가 120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7일 리포트에서 “미국 투자와 배터리 조달에 관한 세부적인 사안 등이 시장 기대에는 충분히 부합하진 않았지만(자세하진 않았지만) 판매 목표 상향과 이에 상응하는 배터리 합작법인(JV), 파트너십이 언급돼 추후 전략 구체화에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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