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넘보는 韓 빅테크, 콘텐트 이을 ‘제2의 무기’는
투자 행보와 공시로 본 양사의 글로벌 구상
네이버는 커머스, 카카오는 블록체인에 주목
원격진료 등 헬스케어 진출도 본격화될 듯
국내 인터넷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가 14일 글로벌 진출 포부를 밝혔다. 두 회사를 이끄는 수장의 입을 통해서다. 네이버는 ‘글로벌 톱티어(일류) 인터넷기업’을, 카카오는 ‘비욘드 코리아’를 화두로 내걸었다.
이날 오전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는 주주총회 이후 인사말에서 “글로벌 브랜드가 끊임없이 나오는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전사 직원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에서 “해외 시장 개척은 카카오의 미션이자 한국 사회의 요구”라고 밝혔다.
두 회사가 일제히 글로벌 진출을 선언한 데에는 거세지는 국내 플랫폼 규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패스트트랙에 얹혀서라도 올해 플랫폼 규제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신감도 엿보인다. 콘텐트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가입자 수는 최근 3억 명을 넘어섰다. 또 카카오의 유료 디지털만화 플랫폼인 픽코마는 2020년 일본에서 게임을 제외한 애플리케이션(앱) 가운데 매출 1위에 올랐다. 양사는 북미와 유럽을 무대로 웹툰·웹소설 지식재산권(IP) 확보 전쟁을 벌이고도 있다.
콘텐트가 전부는 아니다. 두 회사의 최근 투자 행보와 공시한 내용을 되짚어 보면, 글로벌 구상의 윤곽을 살펴볼 수 있다.
양사 모두 디지털 헬스케어를 염두에 두고 있다. 네이버는 2020년 이미 일본 관계사인 라인을 통해 원격진료 서비스를 내놨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디지털 헬스케어 사내독립기업(CIC)를 만들고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를 대표로 영입했다. 황 교수는 이 분야 국내 업체인 이지케어텍과 함께 해외 병원 20여 곳에 디지털전환 솔루션 공급하는 사업을 주도해왔다.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면 보험이나 모빌리티, 클라우드 등 연관 사업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헬스케어 앱으로 처방 약을 배송받고, 자사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사용자들의 의료 기록을 관리하는 식이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나 의료 기록 활용 등 규제가 엄격한 국내에선 사업을 펼치기 어렵다. 이 시장에 진출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수를 봐야 한단 뜻이다.
네이버는 또 커머스(전자상거래)에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네이버는 일본판 스마트스토어인 ‘마이스마트스토어’를 이달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포털을 플랫폼으로 한 국내 서비스와 다르게, 현지 1위 메신저인 라인을 통해 상품을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8월엔 국내 전자상거래기업 카페24와 지분 교환을 하고 중소상공인 해외 진출을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싱가포르에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를 설립하고, ‘클레이튼’ 코인 사업을 이관했다. 다른 자회사 그라운드엑스는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 사업을 전담한다. 카카오는 클레이튼을 바탕으로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사용자에게 보상으로 코인을 지급하는 형태다.
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콘텐트 사업은 트렌드에 따라 부침이 있고, 배급·유통은 넷플릭스 같은 기업이 맡고 있어 이익 극대화가 어렵다”며 “두 회사의 이번 선언은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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