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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을 알면 미래 비즈니스의 변화가 보인다 [신지현의 ESG 수업]

안팎을 융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급부상
상생경영에서 기술협력·투자자문으로 변화
주주행동주의가 기업 혁신·전진의 원동력

 
 
[사진 게티이미지]
 
정답이 없는 세상의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환경은 더 빠른 속도로 망가지고 있다. 지구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무엇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지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지속될 ESG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전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현재의 ‘나’ 혹은 ‘기업’이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막강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SG 경영으로 기존의 역할을 뛰어넘어라  

ESG 경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누구이고,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지, 이들과 어떻게 협업하거나 대응할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뉴스만 봐도 주주·고객·임직원·정부·협력사·비영리기관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이해관계자들의 위상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협력사의 경우를 보자. 일반적으로 협력사는 특정한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래·계약관계에 있는 소위 ‘갑을관계’나 ‘용역업체(물질적 재화의 형태를 취하지 않고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하는 일)’ 등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여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혁신적인 방법론으로 부상하면서 ESG 경영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협력모델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롯데지주는 폐페트병 회수와 재활용 인프라 도입을 위한 상생협력기금 9억원을 자원 순환 스타트업 수퍼빈에 지원했다. 수퍼빈은 이 기금으로 페트병 회수 로봇의 개발과 보급, 수거한 페트병의 원료화 작업을 담당한다. 페트병 회수는 롯데마트와 세븐일레븐이 맡고, 롯데케미칼에서 페트병을 재활용하여 친환경 제품을 생산한다. 
 
실제로 플라스틱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를 통해 제작된 운동화가 신동빈 회장의 소셜 미디어에 공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롯데지주와 계열사, 스타트업이 손을 잡고 순환경제를 만들어 낸 것이다. 
 
과거 ‘상생경영’이라는 명목 하에 대기업이 자금을 뿌려주던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 협력, 투자, 환경이나 사회 분야에 대한 자문과 컨설팅 등으로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혁신적인 기술력과 환경이나 사회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토대로 동등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전략적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진 롯데케미칼]
 

당신이 알아야 하는 자본주의 담론의 변신  

또한 주주들 역시 변화하고 있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인 ‘주주행동주의’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미국 최대 정유기업 엑손모빌은 이사 자리를 탈화석연료 가속화를 주장하는 행동주의 펀드인 엔진넘버원에 내주었다. 
 
엔진넘버원의 지분은 0.02%로 실제 영향력이 크진 않았지만, 엑손모빌 최대 주주 블랙록과 미국 3대 연기금이 엔진넘버원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해 준 덕분이다. 엑손모빌은 기업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사 자리를 엔진넘버원에 내주면서 재생가능에너지 사업 전환에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주주행동주의’가 더 중요해진 이유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유니버설 오너(Universal Owner, 한 나라의 전체 업종의 주식을 보유한 거대한 기관투자가)’들이 ESG를 선언하면서 ‘골라담기’가 아닌 ‘담고 변화시키기’로 기업의 변화를 촉구하게 된 영향도 크다. 
 
또한 이들 유니버설 오너는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개별 기업뿐 아니라 경제 자체의 성장 패턴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신경 쓰는 자본주의로의 변화를 고려해 투자한다. 
 
[사진 게티이미지]
 
기업 지배구조 분야의 권위자이자 코넬대 로스쿨 교수를 역임한 린 스타우트는 ‘기업의 목적은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주주 자본주의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기업의 성공과 목적을 주가나 그와 유사한 단 하나의 객관적 수치로 측정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만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직원부터 소비자까지 이해관계자와의 동행을 모색해야 자본주의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적 정의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에 대한 배려보다는 고객·노조·거래기업·채권자·정부·사회 일반에 이르기까지 이해관계자와의 공존공영을 경영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고상한 표현이고,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앞서 이해관계자들의 중요성과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제는 이해관계자를 고려하지 않은 경영을 하는 기업은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이 바로 비즈니스를 위한 시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연결되어 있고,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가진다. 그래서 ESG를 기업의 경영방식 중 하나라기보다는 좀 더 큰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필자는 맞춤형 정책 추천-신청 서비스 스타트업 웰로의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다. 자칭 ‘Sustainfluencer(지속가능성을 위해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부르며 다국적 기업의 사회적책임(CSR)과 마케팅 분야에서 20년간 쌓은 경험을 토대로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저서로는 ‘한 권으로 끝내는 ESG 수업’이 있다.

신지현 웰로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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