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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첫 흑자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때문?

카카오 “가맹택시 2만 대 늘면서 영업익 개선”
단독 실적도 개선…법인 서비스 등 신규 사업 안착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냈지만,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자사 가맹택시에 호출을 몰아줘서 거둔 실적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는 가맹택시 결제액과 호출비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가고 있다. 가맹택시 호출이 늘수록 카카오 이익도 느는 구조다.  
 
카카오에서 지난 8일 공시한 지난해 실적이 의혹을 키웠다. 가맹사업을 총괄하는 계열사인 케이엠솔루션은 매출과 순이익(영업이익은 미공개) 모두 가파르게 늘었다. 이곳은 지난해 420억368만원을 벌어 98억7807만원을 순이익으로 남겼다. 한 해 전인 2020년보다 각각 197.9%, 312.3% 늘었다.
 
반면 법인택시 계열사 9곳은 모두 손실을 냈다. 영업시간 제한 등 정부 방역정책으로 택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9곳을 모두 합쳐 2020년엔 11억7873만원을 순이익으로 남겼지만, 지난해엔 28억145만원 적자를 냈다. 업황 전반이 안 좋았던 때 가맹택시만 ‘나 홀로 호황’을 누린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호출(콜)을 가맹택시에 몰아준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승객이 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일반택시가 가까이 있어도 멀리 떨어져 있는 가맹택시를 먼저 배차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카카오는 가맹택시 결제액의 20%와 호출료(0~3000원)의 절반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그러나 호출을 몰아준 덕분에 흑자 전환했다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한 해 동안 카카오 가맹택시 대수가 1만6000대에서 3만6000대로 늘었기 때문이다. 호출 몰아주기가 없었어도 가맹 대수가 늘면서 이익도 함께 늘었을 수 있다. 게다가 새로 가맹을 받을 때 생기는 일회성 수익도 있다. 단말기를 설치하고 차량 외부에 로고를 덧씌우는(랩핑) 데 약 50만원을 받는다.
 
가맹택시에서만 이익을 낸 것도 아니다. 계열사를 뺀 카카오모빌리티 단독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매출은 2020년 2112억1274만원에서 지난해 4425억4656만원으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41억8592만원 적자에서 98억5800만원 흑자로 전환했다. 가맹택시 계열사보다 증가 폭이 더 컸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T 비즈니스와 주차, 전기 자전거인 카카오T바이크 등에서 골고루 매출이 늘면서 영업비용을 상쇄한 결과”라고 말했다. 기업용 서비스인 카카오T비즈니스는 임직원 출퇴근이나 외근용으로 주로 쓰인다. 따로 법인차량을 유지할 필요가 줄고 자동으로 정산해주기 때문에 고객사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1월 7500곳에서 한 해 만에 5만 곳으로 늘었다.
 
다만 실적과 별개로 감독당국에선 호출 몰아주기가 실제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알고리즘 개입을 통한 호출 몰아주기가 있었다고 보고, 조만간 제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도 최근 카카오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마찬가지 결론을 냈다.
 
카카오 측은 의혹을 털어낸 뒤에 기업공개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지난 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책임 강화와 상생경영 방안을 다 갖춰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해 100억원씩 5년간 500억원을 상생 기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와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선 상장을 해도 업계 반발이나 당국 규제로 주가가 출렁일 수 있다”며 “상생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본질은 호출 알고리즘에 있는 만큼 단기간에 리스크를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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