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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척도 배달도 ‘척척’…네이버 신사옥에선 로봇과 함께 일한다

네이버, 13일 신사옥 ‘1784’ 내부 공개
AI·로봇 등 신기술 집약한 최첨단 공간
로봇이 그림 그리고 다른 로봇 세척해
“기술 간 시너지로 연구·개발 속도낼 것”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 '어라운드'를 바탕으로 개발된 배달 로봇 '루키' [사진 네이버]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로봇으로 택배를 받아보시겠어요?”
 
네이버 신사옥 1784에는 직원들의 손과 발이 되는 똑똑한 로봇 ‘루키’가 있다. 높이 약 1m인 이 로봇은 네이버가 지난 13일 공개한 신사옥 1784 곳곳을 누비며 직원들의 편의를 돕는다. 작은 택배는 물론 평지에 세울 수 있는 물건이라면 모두 실어 나를 수 있다.
 
신사옥 1784의 마스코트이기도 한 루키가 최근 가장 많이 하는 일은 택배 배달이다. 21층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로봇으로 택배 받기’를 선택하면, 6층 배달 공간에 있는 루키가 택배를 싣고 직원의 자리까지 직접 가져다준다. 네이버 직원뿐만 아니라 신사옥에 입주한 스타트업 직원과 편의시설 관계자들도 이 로봇을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가 오는 6월 재택근무를 종료하면 루키는 더 바빠질 예정이다. 사옥 곳곳에 마련된 카페테리아에서 도시락, 커피 등을 싣고 연면적 5만평, 지하 8층~지상 28층 규모의 신사옥을 발 빠르게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신사옥 1784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루키를 위해 신사옥 1784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내부 구조도 바꿨다. 건물 자체와 연결된 클라우드 기반의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 아크(ARC·AI ROBOT CLOUD)가 대표적이다. 아크 시스템은 신사옥을 주행하는 모든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루키와 네이버가 개발 중인 로봇과 엘리베이터, 자동문 등의 개폐를 조정하고, 직원들이 사옥에서 네이버 주문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신사옥 2층에 마련된 ‘아크 모니터링룸’에선 운행 중인 로봇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고, 알고리즘도 업데이트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 시스템을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했다.
 
네이버는 루키가 신사옥 내부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roboport)도 만들었다. 로봇이 신사옥과 같은 고층 건물 내부를 활보하려면 수직 이동이 원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로 로봇이 수직 이동하려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네이버 신사옥 1784에 설치된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로보포트를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로보포트는 놀이공원의 관람차처럼 순환식 구조로 작동하는 로봇 전용 이동 장치다. 이 장치는 루키가 신사옥 곳곳을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로보포트 또한 아크 시스템과 연동돼 로봇의 움직임과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된다.
 
배달로봇 '루키'가 네이버 신사옥 1784를 주행하는 가상 이미지 [사진 네이버]
신사옥에 입주한 네이버 직원들은 모두 루키를 환영하고 있다. 여러 자회사보다 먼저 신사옥 1784에 입주한 네이버랩스 관계자는 “루키를 이용하면 택배를 찾기 위해 다른 층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 또한 “직원들이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루키를 구동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현했다”며 “현재 재택근무 상황이라 루키를 40여 대 운행 중이지만, 올해 안으로 100대 가까이 늘릴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루키 외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고 신사옥 1784를 첨단 기술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계획이다. 우선 양팔로봇 ‘앰비덱스’(AMBIDEX)를 루키의 소독용 로봇으로 시범 운영한다. 이 로봇은 네이버랩스가 한국기술교육대학교와 함께 개발한 것으로, 로봇이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비전과 힘 제어 등 고차원 기술이 접목됐다.
 
네이버랩스가 개발 중인 양팔로봇 '앰비덱스'. 이 로봇은 루키의 세척용 로봇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랩스는 신사옥 1784에서 드로잉로봇 ‘아르토원’(ARTO-1)도 연구 중이다. 로봇은 사람과 달리 태블릿이 부서지지 않을 적당한 힘으로 펜을 쥐기 어렵다. 네이버랩스는 사람의 운동 지능을 학습하는 독자 기술 ‘태스크러닝’과 힘 제어 기술을 융합해 로봇이 사람의 붓 터치를 학습하고,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개발했다.  

 
네이버랩스가 개발 중인 드로잉로봇 '아트로원'이 고흐의 자화상을 그리는 모습 [사진 네이버]
네이버가 신사옥을 ‘1784’로 명명한 것도 이 건물을 AI·로봇·자율주행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최수연 네이버 신임대표는 신사옥 공개 행사에서 “1784는 네이버 제2사옥의 번지수이고, 산업혁명이 시작했던 1784년과 숫자가 같다”며 “산업혁명이 우리의 일상과 생활을 바꾼 것처럼 네이버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또 한 번 바꾸고자 하는 의미를 담아 (신사옥을) 1784라고 이름 지었다”고 했다.
 
최 대표는 이날 네이버의 미래 목표와 전략도 함께 발표했다. 그는 “네이버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기술 리더십, 국내외 파트너 기업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멀티플’ 성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해외에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하고 5년 이내 전 세계에서 10억명의 사용자와 매출 1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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