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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양보 없다’…조선‧철강업계, 후판 협상 장기화

요동치는 원자재 가격…“소폭 인상” vs “가격 동결”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사진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사진 한국조선해양]

국내 조선‧철강업계가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가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을 근거로 후판 가격 소폭 인상을 주장하는 가운데, 조선업계는 가격 동결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철강업계 안팎에선 “조선업계의 가격 동결 요구에 심정적으로는 공감할 수 있으나, 조선업계가 본격적으로 호황에 진입하고 있는 만큼, 급등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을 후판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20일 조선‧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이들 업계의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조선‧철강업계는 상반기와 하반기 등 1년에 2번에 걸쳐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데, 통상 2월 말이나 3월 초에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타결돼 왔다. 그런데 올해 들어 철광석 가격 등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면서, 이날 현재까지도 상반기 후판 가격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달 안으로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라고 전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원가 반영 불가피”

조선‧철강업계가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 탓이 크다. 지난해 철광석 가격이 t당 2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하향 안정 추세를 보였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자재 가격이 또 다시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수입 물량 기준)은 19일 t당 149.85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보다 21.93% 증가한 수치다.  
 
당초 상반기 후판 가격 동결 입장이었던 국내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소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당초 예상과 달리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반영 차원에서 후판 가격 소폭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후판 가격에 원자재 가격 인상을 충분히 반영해왔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철강업계의 요구로 후판 가격에 원자재 가격 인상을 충분히 반영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하향 안정화 추세”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후판 가격 인상 등의 여파로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은 수천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떠안았다. 공사손실충당금 규모는 한국조선해양 8960억원, 대우조선 8000억원, 삼성중공업 372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철강업계 일각에선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때문에 대규모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저가 수주 탓”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신조선가 추이 등을 살펴보면,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 수주 목표를 채우기 위해 수익성을 포기하고 수주에 열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숨을 고르고 호황에 진입한 올해에 본격적으로 수주에 나섰다면 수천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기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3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지난달보다 2포인트 상승한 156.17포인트를 기록하며 16개월 연속 상승했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1월 기준 선박 건조 비용을 100으로 정하고, 매달 가격을 비교해 매기는 수치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선가가 올랐다는 의미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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