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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딜레마에 빠진 尹, 신중모드로 정책 바뀌나

[난제 산적. 尹정부의 부동산③]
규제 완화 기대에 서울 재건축 단지 중심 신고가 속출
집값 상승 전국 확대 우려에 정책 ‘신중론’ 제기
일부 전문가 “속도조절 필요하지만 장기적 로드맵 중요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정책 발표를 앞두고 ‘재건축 딜레마’에 빠졌다. 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 모습이 감지되자,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대선 이후 들썩이는 움직임을 보인 곳은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다. 대한민국 부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압구정 현대 아파트’도 신고가를 새로 썼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신현대11차 아파트 전용면적 183.41㎡는 대선이 끝난 지 열흘이 안 된 지난 3월 17일 5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면적은 2020년 12월 52억원에 거래된 이후 7억5000만원이 올랐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뒤 거래가 잠잠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내세운 재건축 ‘규제완화’ 공약으로 사업이 빨라질 것을 기대해 거래가 성사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왔다.
 

규제 완화 기대에 서울 재건축 단지 중심 가격 ‘급등’

윤 당선인은 수요가 많은 서울 등 도심에 양질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하향 조정하면 정밀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셨던 단지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법 개정도 필요 없어 국토부 시행령만 바꾸면 된다.
 
특히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정밀안전진단 면제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30년이 지난 아파트의 주거환경이 열악해도 구조물 자체가 튼튼하다면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웠다.  
 
이러한 기대감 때문일까. 압구정동뿐 아니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성수동과 목동에서도 신고가가 이어졌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강한신 85㎡은 지난달 10일 2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인 지난해 1월 20억3000만원보다 3억4000만원이 뛰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9단지 107㎡도 지난달 29일 21억5000만원에 새롭게 손바뀜했다.  
 
재건축·재개발 확대 기조는 서울 집값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4월 첫째 주엔 11주 만에 하락세를 멈춘 데 이어 둘째 주에도 보합세를 유지했다. 전체 25개 구 가운데 11개 구가 상승 추세로 전환했다. 특히 강남구는 14주 만에 최대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호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4% 올랐다.  
 
서울 강남권뿐만 아니라 준공 30년 노후단지가 대부분인 1기신도시(분당·평촌·일산·산본·중동)도 들썩이고 있다. 윤 당선인이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을 내세우면서, 분당과 일산 등에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집주인들이 집값 상승 기대에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실제 올해 입주 32년차인 성남시 분당구 삼성·한신 전용 172㎡(63평형)는 이달 1일 신고가인 24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시장에선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와 함께 새 정부가 서둘러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편까지 추진할 경우 서울 강남을 넘어 전국의 재건축 단지 아파트값이 들썩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강남은 물론 경기도와 지방까지 수억원에 달하는 조합원 1인당 부담금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발로 재건축 사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조합은 전국적으로 63개 단지, 3만3800가구에 이른다.  
 

집값 상승 전국 확대 우려에 정책 ‘신중론’ 고개  

이에 대통력직 인수위위원회는 최근 재건축 규제 합리화 방안의 일환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편에 착수했다. 다만 재건축 부담금 제도 손질은 시행령이 아닌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 사항이어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와 개발이익환수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 국회통과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제도를 무력화하는 수준까지 낮추기보다는 조합이 부담 가능한 적정 수준으로 부담금을 낮추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 부작용, 개발이익 환수 원칙 등을 고려해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는 윤 정부가 추진하려는 부동산 규제 완화, 재개발·재건축 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 사업과 유사하다며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이달 11일 ‘과거 뉴타운 사례를 통해 본 과잉·과속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문제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를 통해 “지난달 대선 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주택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며 “윤 당선인이 추진하려는 재개발·재건축 정책은 과거 이명박 정부 뉴타운 사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뉴타운 개발 사업 문제점은 ▶중대형 고가아파트 건설로 지역 원주민과 세입자가 밀려났다는 점 ▶개발지역이 투기장으로 바뀌면서 주택가격이 급등했다는 점 ▶이주 수요가 폭발해 전셋값이 폭등했다는 점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분양가가 올라갔고, 주변 집값에도 영향을 줬다는 점 ▶용적률 인센티브 상향, 개발이익 극대화로 투기수요를 부추겼다는 점 등이다.
 
인수위는 일단 이달 예정됐던 부동산 정책 발표를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최근 재건축,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들썩이는 조짐을 보이고,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고 속단하기 이르다는 시각이다. 새로운 ‘부동산 가치의 창조’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공급 확대를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가져가야 한다”며 “속도 조절도 필요하지만 전체적인 재개발·재건축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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