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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영끌’은 옛말…은행들, ‘기업대출’로 눈돌린다

5대 은행 기업대출, 1분기만에 18조원↑…가계대출은 5조원↓
4대 시중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가계대출 역전
한은 “DSR·이자 부담에 개인대출 감소 추세”

 
 
서울의 한 은행 지점. [연합뉴스]
은행권의 대출 영업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지부진하지만 기업대출은 올 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개인들의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대 은행 기업대출 663조원…3분기만에 18조↑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총 663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9%(18조6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0.8%(5조8000억원) 감소한 70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도 기업대출은 11.6% 급증한 반면 가계대출은 3.5% 증가에 그쳤다.
 
기업대출 비중이 큰 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으로만 보면 기업대출 잔액 규모는 올해 들어 가계대출을 넘어섰다.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총액은 572조3000억원으로, 가계대출 잔액 570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이 전년 말보다 15% 급증한 반면 가계대출은 4.5% 감소한 영향이다.
 
은행 별로는 우리은행의 기업대출이 올해 1분기 151조4000억원으로 가계대출 137조6000억원을 넘어섰고, 신한은행의 기업대출도 138조1000억원으로 가계대출 134조5000억원으로 앞질렀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기업대출은 각각 153조6000억원, 129조2000억으로 가계대출인 167조7000억원, 130조5000억원보다 적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에선 기업대출이 높았다. 이런 추세라면 하반기로 갈수록 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다른 은행처럼 가계대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감소, “금리 상승, 주택거래 부진 등 영향”

은행권의 기업대출 증가 속도가 빠른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차주별 DSR 40% 적용이 본격 시작하면서 규제 완화 없이는 개인대출 확대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올해 1월부터 2억원이 넘는 가계대출에 대해 DSR 40% 적용을, 7월에는 1억원이 넘는 대출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특히 전세대출이 대출 시장과 집값 불안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업계에선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중이다.  
 
KB금융그룹은 4월 10일 전세시장을 분석한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과 ‘임대보증금 관련 보증 합리화 방안’ 두 건의 보고서를 통해 전세대출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세대출로 인한 시장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 유도 ▶전세대출의 DSR 포함 등을 제시했다.  
 
이처럼 규제가 심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 확대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겹쳐 가계대출 확대는 이전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최근 한은의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감소 배경에 대해 “정부와 금융권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금리 상승과 주택거래 부진 등이 겹친 영향”이라며 “은행들이 가산금리 인하, 대출 한도 증액 등이 대출 증가로 이어질지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확대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이 지난해 7월 개인사업자 전용 비대면 대출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4월부터 기업여신을 연장할 때 영업점 방문 없이 비대면으로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다른 은행들도 우대금리 제공 및 한도 확대 등을 통해 기업대출 확대 경쟁에 나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대부분의 은행들이 기업대출에서도 비대면 상품을 출시하는 등 기업대출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이런 추세는 가계대출 규제가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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