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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 의사 밝힌 이동걸 산은 회장...엇갈리는 4년 7개월 평가

[떠나는 이동걸] ① 두산중공업, 대우건설 등 굵직한 구조조정 해결
벤처기업 투자 통해 마켓컬리, 직방 등 성장
임기 내내 밀어붙인 현대重 등 대형 M&A 불발
대우조선해양 사장 임명 통해 ‘알박기’ 비판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월 온라인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합병 무산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산업은행]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떠난다. 2017년 9월 산은 회장으로 취임해 연임을 거쳐 4년 7개월 동안 산은 수장으로 지낸 그는 임기를 1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빠른 유동성 지원으로 두산중공업 초고속 채권단 졸업  

5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국책 금융기관의 수장으로서 그가 보인 성과는 엇갈린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의 역할인 산업계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투자은행으로의 산은 체질 변화를 시도하기에는 GM, STX조선, 금호타이어, 대우건설 등 굵직굵직한 구조조정 이슈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결정으로 인한 구조조정 성공사례는 금호타이어, KG동부제철, HMM, 대우건설 등이 꼽힌다. 특히 두산중공업의 경우 단기간에 구조조정에 성공, 23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졸업하기도 했다. 2020년 초 당시 두산중공업은 코로나19팬데믹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으로 단기채(전단채, CP 등) 차환이 막히면서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이에 산은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은 두산중공업 부실이 국가 에너지공급계획 등 경제 전반에 미친다고 판단, 2020년 3월과 5월에 3조원 규모의 긴급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신속한 유동성 수혈이었다.  
 
이후 두산인프라코어 등 핵심 계열사 자산(3조1000억원)의 자산을 매각하며 재무구조개선에 나선 두산그룹은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미래형 사업구조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3월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DoosanEnerbility)’로 교체하며 ▶가스터빈 ▶수소 ▶해상풍력 ▶소형모듈원전(SMR)을 성장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투자 결실도 대폭 늘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대출 및 투자에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 취임 당시 관련 투자 규모는 10조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산은이 미래 신산업 육성·차세대 유망기업 지원을 위해 조성·운용한 펀드의 규모는 33조6000억원이다.  
 
아울러 혁신성장 생태계 확장을 위해 넥스트원(NextONE), 넥스트라운드(NextRound), 넥스트라이즈(NextRise) 등 벤처 지원·육성 플랫폼을 매년 확대 운영하고 있다. 넥스트라운드를 통해 성장한 기업은 마켓컬리, 직방, 브릿지바이오, 왓챠, 패스트파이브 등이다.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KDB생명 매각 실패로 책임론

하지만 실패작도 뚜렷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빅딜’ 무산이다. 이 회장은 3년 전부터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으로 낙점하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의 구조조정 기조인 ‘될 기업에 몰아주자’는 철학이 잘 반영된 사례다. 이에 매각 계약 기한 만료에도 수차례 연장을 거듭하며 두 회사의 합병을 주도했다. 하지만 결국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은 독과점이 우려된다고 보고 이 둘의 기업결합을 불허하며 실패로 끝났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 [연합뉴스]
최근에는 KDB생명 매각이 무산되면서 ‘이동걸 책임론’이 부각되기도 했다. 최근 산은은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와 체결했던 KDB생명 매각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KDB생명의 예비인수자인 JC파트너스가 보험사의 대주주 요건에 충족시키지 못하면서다.
 
앞서 금융당국은 JC파트너스가 보유한 또 다른 보험사인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는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등에 따르면 부실금융기관 대주주는 KDB생명 대주주가 될 수 없다.
 
KDB생명 매각이 불발되면서 산은이 애초부터 여러 논란이 있던 JC파트너스에게 헐값으로 팔려고 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낮은 자금 회수율도 논란이다. 지난달 20일 ‘정책금융의 문제점과 혁신과제-산은의 역할재편을 중심으로’ 토론회를 주최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산은이 주도했던 쌍용차,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항공, KDB생명 등 굵직한 매각이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며 “자금투입 회수율도 20~30%에 불과해 산은이 되려 정부 지원 부담만 늘리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KDB생명 본사 건물. [KDB생명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이 회장은 이미 알고 있던 모습이다. 그는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구조조정은 끝나지 않을 숙제며, 더 많은 한계기업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시장은 물론 지역사회와 노조, 언론이 원칙을 이해하고 기대하도록 하고 국가 전체의 회수율 제고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사장 선임과 관련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부터 ‘알박기’ 인사라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은이다. 이에 인수위는 산은에 대한 감사원 조사와 직권남용 가능성을 들며 압박하기도 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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