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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빨 세우더니 적자까지”…‘빅3’ 명품플랫폼, 누가 장사 잘했나

온라인 명품플랫폼 ‘빅3’ 업체들, 지난해 최대 거래액 달성
원조 머스트잇, 거래액 1위지만 성장률·매출 가장 낮아
발란, 매출·성장률 1위…광고선전비 증가로 손실 늘어
트렌비, 적자폭 가장 커…부채비율 4918% 높아져 위기

 
 
 
발란 광고모델 배우 김혜수. [중앙포토]
명품 플랫폼 ‘빅3’ 머스트잇과 트렌비, 발란이 지난해 모두 사상 최대 거래액을 달성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온라인 특수를 업고 명품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업체 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가운데 3사 중 ‘1등’ 타이틀을 놓고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 외형뿐 아니라 매출신장, 순이익 측면에서 누가 더 실속 있는 장사를 했는지가 관건이다.  
 

거래액 1위 ‘머스트잇’…매출은 3사 중 ‘꼴찌’  

3사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액 1위는 명품 플랫폼의 선두주자 머스트잇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거래액은 3527억원으로 경쟁사인 트렌비(3200억원), 발란(3150억원) 대비 300억원가량 많은 금액을 차지했다.  
 
머스트잇은 2011년 명품 온라인 시장에 뛰어든 원조 명품 플랫폼으로 줄곧 시장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 온 업체다. 2020년에도 거래액 2500억원을 기록하며 트렌비 1080억원 발란 512억원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업계에선 더 이상 머스트잇을 “온라인 명품 플랫폼 1위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성장률이 저조한 데다 실적 부분에서도 경쟁사에 이미 밀렸다는 평가다.  
 
성장률과 재무제표 실적을 놓고 보면 발란이 1위다. 발란은 지난해 거래액 3150억원으로 전년대비 515% 증가하며 이커머스 전체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매출 역시 2020년 243억원에서 지난해 521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나며 명품 플랫폼 최고치를 찍었다.  
 
거래액 1위인 머스트잇의 지난해 매출은 200억원으로 전년(120억원) 대비 66% 늘었지만 발란의 매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3배 이상 거래액 성장세를 보인 트렌비 역시 매출은 2020년 171억원에서 지난해 217억원으로 30%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트렌비는 수수료 매출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선 오히려 역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혜수·김희애·주지훈…스타 마케팅에 손실도↑

3사 모두 지난해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손실도 증가했다. 김혜수, 김희애, 주지훈 등 유명 배우를 내세운 마케팅 경쟁이 심화하면서 지난해 각 사의 광고비 지출액이 대폭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적자폭이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트렌비다. 트렌비는 지난해 영업손실 330억원으로 전년(101억원) 대비 224% 증가했다. 손실 대부분은 광고선전비용이 증가하면서다. 트렌비는 지난해 광고 선전비로 298억원을 지출했다. 전년 대비 228% 증가한 액수다. 하지만 가장 높은 광고선전비 지출에 비해 매출액 상승은 부진했다는 평가다.  
 
트렌비 광고모델 배우 김희애. [사진 트렌비 광고 캡처]
머스트잇 광고모델 배우 주지훈. [사진 머스트잇 광고 캡처]
발란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85억원으로 전년 대비 192% 급증했다. 발란 역시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전년보다 450% 늘어난 190억원을 썼다.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134억원을 지출한 머스트잇은 영업손실 100억원으로 전년(148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머스트잇은 2011년 창립 이후 매년 꾸준히 흑자를 내던 곳으로 적자를 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다만 플랫폼 수수료 매출이 68% 상승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인 만큼 광고선전비로 지출한 134억원을 제외하면 손익 개선이 예상된다는 시각도 있다.  
 

실속 있는 장사는 누가…발란 웃고, 트렌비 울고

업계에선 명품 플랫폼 3사가 지속적인 자금 투자와 계획된 적자로 업계 1위를 사수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만큼 향후 누가 더 실속 있는 장사를 하는 지가 승패를 가를 최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3사 중 재무구조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곳은 발란이다. 지난해 19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현금성 자산 360억원을 보유하면서 3사 중 가장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도 38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 폭이 오히려 줄었다. 특히 객단가가 높은 명품 플랫폼 특성상 마케팅 비용 사용 대비 기대하는 고객 유입, 구매력이 높아 계획된 적자에 가깝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머스트잇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90억원 적자가 발생했지만 100억원가량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재무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지난해 부채비율(333%)이 높은 이유는 사옥 매입으로 인한 장기차입금 240억원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를 제외하면 부채비율은 약 42%에 불과하다. 사옥은 오프라인 쇼룸 오픈과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 자산 가치 확대를 위한 투자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트렌비는 현금성 자산이 66억원에 불과한 데 비해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3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200% 증가한 수치다. 자본 역시 지난해 7억원으로 전년 대비 80억원가량 감소하며 부채비율이 4918%까지 높아졌다. 발란과 머스트잇의 부채비율인 124%, 333%와 비교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 구조는 더 나빠지고 있다”며 "후발업체들도 많이 생기면서 경쟁에 가세하고 있지만 일부 명품 플랫폼은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와 새 주인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명품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코로나 반사효과로 명품 플랫폼 3사 모두 전체 거래액이 급증했다”면서 “올해는 과거 소셜커머스 3사(쿠팡‧위메프‧티몬) 경쟁과 마찬가지로 결국 1등 독주하는 시장으로 넘어가는 단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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