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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예치금은 이자 안 주나요”…업권법 없어 ‘혼란’

암호화폐 거래소별 예치금 정책 제각각
이자수익 환원, 유사수신행위 간주될 수 있어
업계 “업권법 마련돼야 거래소·투자자 함께 성장”

 
 
11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투자자가 은행 실명계좌를 통해 거래소에 입금한 예치금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일부 이자 지급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정기예금 3% 시대를 앞둔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의 투자자 예치금은 일절 이자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부 거래소가 예치금에 대한 이자분을 환급해줬으나 유사수신행위가 아니냐는 금융당국의 해석에 서비스를 접게 됐다. 업계에서는 관련법이 제정돼 있지 않아 거래소와 투자자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비트, 예치금 이자 수익 58억…투자자 “고객에게 환원해야”

11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투자자가 은행 실명계좌를 통해 거래소에 입금한 예치금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일부 이자 지급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사의 경우 비슷한 성격의 예탁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각 거래소가 은행들과 맺은 계약이 서로 달라, 은행으로부터 예치금에 대한 이자를 받는 곳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원화마켓 거래소 5개 중 업비트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 투자자가 맡긴 원화 예치금은 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업비트(두나무)의 예치금은 지난해 5조8120억 원으로 거래소 중 가장 규모가 컸다. 전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빗썸의 예치금은 1조4613억원으로 전년 대비 2.3배 증가했다. 코인원과 코빗의 고객 예치금도 2783억원, 70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배, 1.3배가량 늘어났다.
 
거래소들은 은행들과 계약상 이자 지급 없이 예치금을 ‘보관’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 은행과 이자 지급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있지만, 오히려 보관료에 대한 요구를 들었다”며 “(이자와 보관료를) 서로 주고받지 않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10일 두나무는 업비트 투자자 예치금의 이자 전액 58억원을 취약계층 청년 지원을 위한 기금으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다만 업비트는 케이뱅크의 법인계좌에 예치금을 보관해 연 0.1%의 이자를 받고 있다. 지난해 업비트 예치금(5조8120억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58억의 이자이익을 거둔 셈이다. 이를 두고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업비트가 홀로 이자 이익을 취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업비트는 이자수익 환원에 대해 현재 업권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자를 지급하면 유사수신행위로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업비트 관계자는 “업비트가 자의로 보관된 금액에 이자를 지급하면 유사수신으로 분류돼 불법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두나무는 업비트 투자자 예치금의 이자 전액 58억원을 취약계층 청년 지원을 위한 기금으로 조성해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놨다.
 

코빗의 과감한 투자자 환원 정책…금융위 “유사수신 행위”

코빗 TV 광고 스틸컷. [사진 코빗]
코빗은 은행으로부터 이자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달 원화 예치금에 대해 세후 연 1%의 원화 포인트를 지급하는 ‘데일리 보너스’ 서비스를 내놓으며 투자자 환원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유사수신 행위로 해석하겠다는 금융위원회의 지적이 있어 비트코인으로 대신 지급하기로 변경했다.
 
확정이자를 주고 자금을 조달하는 수신행위는 은행과 저축은행·상호금융권 등 허가를 받은 금융사만 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다른 업권에서 확정이자 방식의 리워드를 주고 자금을 모으면 유사수신으로 간주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코빗이 원화 포인트 대신 지급하기로 한 비트코인도 ‘금전’에 해당한다면 유사수신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법률상 ‘전자적 증표’로 분류된다. 쉽게 말해 물건이나 화폐도 아닌 전자 정보로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사실상 화폐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규제도 혼선을 빚는 중이다. 이에 금융위는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은행법, 보험법과 같이 별도로 가상자산(암호화폐) 산업이 규정되고 ‘가상자산업권법’에 대한 논의가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이번 예치금 이자 논란 같은 문제도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업권법이 만들어져야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사업자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투자자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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