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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심리 악화가 코스피 하락폭 더 키워 [이종우 증시 맥짚기]

코스피 2500선에서 저점 형성, 2분기 약세 마무리 전망
경기둔화 우려는 과도, 기업 펀더멘털 확인 시 주가 반등

 
 
현재 증시는 시장 환경이 나쁘기도 하지만 그보다 심리적 공포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주가 하락은 언제 겪어도 힘이 든다. 자산이 줄어드는 걸 지켜봐야 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락도 투자의 한 과정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바닥에서 주식을 내다 파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주식투자를 처음 할 때 ‘천장에서 사서 바닥에서 파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처음 얘기를 접하면 사람이 어떻게 그런 어리석은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되씹어보면 그 말만큼 사람의 심리를 절묘하게 나타낸 것도 없는 것 같다. 주가가 오를 때에는 사람들의 자신감과 탐욕이 최대로 커지기 때문에 오늘 주가가 가장 낮은 것 같이 보이고,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때는 공포에 압도돼 오늘 주가가 가장 높은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시장 환경이 나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주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심리적인 공포다. 주가 하락이 도저히 멈출 것 같지 않고, 투자한 회사가 부도가 나서 사라질 것 같아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처분해버리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을 갖기 쉽다. 그렇지만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는 특별한 전략을 구사하기보다 참고 견디는 게 중요하다. 하락이 투자의 과정인 것처럼 상승도 자연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앞으론 미국 긴축보단 경기둔화 여부가 중요  

  
저점을 찾으려면 과거 주가를 참고하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발생 직전 코스피지수는 2250 정도였다. 한때 2500대 중반까지 떨어졌으니까 당시보다 250포인트밖에 높지 않다. 대략 10% 정도다. 미국 시장도 비슷하다. 코로나19 발생 전 나스닥지수가 9500 부근에 있었다. 지금 1만1000 위에 있으니까 1500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1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2017년에 코스피가 2600까지 상승했다.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경기도 좋아 주가가 올랐다. 2018년 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선진국 경기 둔화로 국내 경기가 나빠져 그해 기업 이익이 2017년의 절반으로 줄었다. 코스피는 2600에서 1900까지 27% 하락했다. 지난해 7월 고점 이후 이번 최저점까지 코스피가 23% 떨어졌다. 하락이 어지간히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 주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2년 사이에 상황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미국이 긴축을 강화했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19 정책으로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1.0%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낮지만, 방향성이 위로 잡혀있는 만큼 곧 역전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실시됐던 여러 정책의 효과와 기업 실적 증가는 무시할 수 없는 긍정적 요인이다. 시장의 스트레스가 진정되면 투자자들이 주가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경제 변수의 방향성보다 절대 수준을 중요시하게 될 텐데, 그러면 주가가 진정될 것이다.  
 
저점에 도달한 이후 주가는 어떤 모양이 될까? 단기 주식시장을 예측해 보기 위해 2004년 5월의 흐름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코스피는 935를 정점으로 하락해 17거래일 만에 22% 떨어졌다. 중국이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몇몇 업종에 대한 은행 대출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게 원인이었다. 긴축을 강화한 건데 실제 긴축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다지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시장이 요동을 친 건 코스피가 530에서 930까지 상승한 영향 때문이었다. 주가가 높아지면서 상황 변화에 대한 공포가 생긴 것이다.  
 
주가 하락이 멈추자 8일간 12%에 달하는 반등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다시 두 달 동안 천천히 전저점 부근까지 내려왔다. 2004년과 주가 움직임은 시장이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어떤 형태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 그림이다. IT 버블 붕괴가 본격화된 2000년 5~6월에도 주가가 비슷한 형태로 움직였다.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에 코스피는 2500 부근에서 하락세가 멈출 가능성이 높다. 그러고 짧은 반등이 있고 난 뒤 재차 하락해 이번 하락의 저점이나 조금 더 내려가는 지수대에서 안정을 찾을 것이다. 시간상으로는 2분기에 약세 흐름이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다음 주가는 국내외 경제에 의해 결정된다. 긴축이 주가를 끌어내린 표면적 이유였지만 내부적으로는 경기 둔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긴축의 영향은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연말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3.0%까지 인상할 거란 전망이 나온 이상 추가 금리 인상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시장에 워낙 많은 유동성이 풀려있어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경우 언제든지 매수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저수지에 물이 넘치기 직전까지 채워져 있는 상태인데, 그 물이 주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해도 하락을 막는 역할은 한다.  
 

경기둔화 크지 않으면 주가 조만간 안정될 듯 

 
최근 경기 지표의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 강세였던 상품시장이 변했다. 경기와 연동성이 강한 구리 가격이 지난 한 달 동안 20% 가까이 떨어졌다.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공급망 우려가 커져 있는 상태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금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우리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5%에서 3.1%로 하락했다. 미국의 10년물 금리 역시 3.2%에서 2.9%로 후퇴했다. 긴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른 모양이다. 연준 기준 금리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연방 기금 선물 금리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경기 둔화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이 우려하는 만큼 크고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조만간 시장의 관심은 인플레이션에서 경기둔화 폭과 강도로 이동할 것이다. 지금도 경기둔화가 심할 거란 공포가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수치가 나빠서가 아니라 주가 하락으로 자신감을 상실한 게 경기를 보는 눈이 바뀐 이유였다.    
 
현실은 조금 다르다.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지난달보다 소폭 둔화했다. 유럽이 주로 하락했고, 미국은 소폭 개선됐으며, 중국은 봉쇄조치에도 불구하고 전월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경기 확장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고, 향후 경기 둔화가 심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해주는 대목이다. 급격한 주가 하락이 진정되면 이 부분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최근 주가 하락은 펀더멘탈보다 투자심리 악화 때문이다. 하반기에 경기 둔화가 크지 않다면 주가가 조만간 안정을 찾을 것이다. 금리 인상 등 경기를 끌어내릴 요인이 많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 기왕에 주가가 내려간 걸 고려해 너무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작년 초에 급등이 주식시장의 한 단면이라면 지금의 하락도 한 단면이다. 주가는 한쪽에 머물지 않고 항상 변화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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