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나서는 검찰, 부활 꿈꾸는 도권…테라 네트워크의 미래는? [위클리 코인리뷰]
비트코인 가격, 소폭 반등했지만 4000만원선 못 넘어
‘루나 사태’ 합수단 ‘1호 수사’ 낙점…추가 고소 예상돼
권도형 대표는 ‘테라 2.0’ 부활 목표…찬성 80% 상회
부테린 “이더리움 2.0 통합 빠르면 8월에 이뤄진다”
위클리 코인리뷰는 한 주간의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을 돌아보는 코너입니다. 너무나도 복잡하게 흩어져있는 시장의 정보를 ‘코인러’ 여러분께 정리해 전달해 드립니다. 지난 일주일에 대한 리뷰이므로 현재 시세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편집자]
‘루나 사태’가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 충격은 여전했다. 비트코인은 좀처럼 4000만원을 넘기지 못하고 이번 주도 연이은 약세를 보였다. 저점 매수 기회를 노린 일부 투자자들이 나타났지만, ‘루나 쇼크’의 하방 압력은 더 거셌다.
국내에선 검찰이 권도형(도권) 테라폼랩스 대표의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빛이 바랜테라 생태계는 명예롭게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부활시킨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 ‘1호 사건’이 됐다. 권 대표를 향한 고소는 이미 진행됐고, 추가적인 고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권 대표는 테라의 부활, ‘테라 2.0’ 제안을 들고 나왔다. 사전 설문조사에서는 80% 넘게 반대 의견이 몰렸지만, 정식 투표에 돌입하니 그대로 역전됐다. 테라 네트워크의 고래들이 80% 넘게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와 다르게 보유량에 따라 의결권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탈중앙화라는 가치도 잃고, ‘고래’들의 배만 부르게 하고 있다는 얘기다. 테라 네트워크는 이대로 무너질까, 화려하게 부활할 것인가. 그리고 ‘개미’ 투자자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주간 코인 시세: ‘루나 쇼크’ 이후 맥 못 추는 코인들
이번 주 비트코인 가격은 16일 한때를 제외하고 4000만원선 밑에서 가격을 형성했다. 19일 오전까지 지속해서 하락해 3702만원까지 기록했다. 지난주 발생했던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의 영향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일 오후부터 가격을 점차 회복해 20일 오전 10시경에는 3900만원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시세가 소폭 반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은 2만7500달러 이상의 단기 지지대를 유지했고, 5월 하락세가 가속화됐던 3만5000달러가 저항선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단기 매수세가 활개를 칠 수 있다”면서도 “단기 강세 신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간 종가가 3만 달러 이상을 보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나머지 시가총액 탑5 코인인 이더리움·리플·에이다·솔라나도 비트코인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20일 오후 4시 이더리움은 258만2000원, 리플은 549원, 에이다는 674원, 솔라나는 6만5620원에 거래됐다.
주간 이슈①: ‘여의도 저승사자’ 합수단, 1호 사건은 ‘루나·UST’
서울남부지검은 20일 루나·UST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로부터 전날 고소당한 권 대표 사건을 2년 4개월여 만에 부활한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에 배당했다. 이로써 ‘루나 사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부활한 합수단의 ‘1호 사건’이 됐다.
검찰은 권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UST를 사서 맡기면 연 20% 수익률 보장을 약속한 ‘앵커 프로토콜’이 폰지(다단계 금융)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범죄는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에만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데, 이번 사건이 5억원 이상의 사기에 해당하므로 검찰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
전날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권 대표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고발한 투자자들 가운데 1명은 피해액이 5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다른 고액 투자자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 조사에 따르면 루나 투자자는 약 28만명, 보유량은 700억개 규모로 추산된다.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도 테라폼랩스 대표를 고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간 이슈②: 순조로운 부활?…‘테라 2.0’ 지지하는 고래들
권 대표는 18일 오후 8시 17분경 테라 블록체인 지갑 사이트인 테라스테이션에 '테라 네트워크 부활'을 묻는 찬반 투표를 올렸다. 20일 오후 3시 30분 기준 투표율은 48.44%로 이중 80.47%가 찬성에 투표했다. 주로 기관 등 대형 투자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0.3%만이 반대에 투표했으며, 기권은 4.28%로 나타났다. 거부권 행사는 14.95%였는데, 거부권 비율이 33.4%를 넘을 경우 제안은 통과되지 않는다. 25일까지 거부권 효력 발생 없이 투표가 마무리된다면, 테라 네트워크 부활 제안은 최종 통과된다.
통과가 성사되면 오는 27일부터 하드포크 작업이 진행된다. 하드포크란 일종의 블록체인 업그레이드 작업을 말한다. 기존 블록체인에서 다른 블록체인으로 넘어가려고 할 때 사용되는 방식이다. 기존 블록체인의 기본 구조는 변경하지 않고 부분적인 기능 개선만 이뤄지는 소프트포크와 반대된다. 이더리움, 비트코인 캐시 등이 대표적인 예다.
권 대표도 기존 테라 블록체인을 기초로 새로운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신규 루나 코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인 UST는 제외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하드포크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투자자 커뮤니티에는 “테라 체인 부활은 고래에만 좋은 일”, “해당 제안은 반(反)공동체 권위주의” 등 비판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더리움 스테이킹을 제공하는 올노드의 콘스탄틴 보이코-로마노프스키는 이번 투표 자체가 ‘독재’라고 비판했다. 그는 “투표 과정이 독재처럼 진행되고 있고, 투표 방식이 (탈중앙화라는) 분산철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테라폼랩스가 상당한 양의 투표 권한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노드는 이번 투표서 1.49%의 의결권을 지니고 있었으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주간 이슈③: 이더리움 2.0 통합, 이르면 8월 진행
19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 매체 데일리호들에 따르면 프레스턴 반 룬 이더리움 코어 개발자가 최근 블록체인 포럼 퍼미션리스에 참석해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8월 이더리움 2.0 통합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더리움 2.0 통합은 이더리움을 현재 작업증명(PoW) 방식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PoW 방식은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소모하고 비싼 가스비(수수료)를 필요로 한다.
20일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도 ETH 상하이 서밋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이더리움 2,0 통합은 이르면 8월에 진행될 수 있다”며 “잠재적인 리스크가 발견될 경우 9월 혹은 10월에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날 “오늘날 이더리움 생태계는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등 금융 애플리케이션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며 “금융 관련 댑(DApp·탈중앙화 앱)은 리스크가 지나치게 높고,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으므로 보다 다양한 분야의 애플리케이션들이 개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탠다드차타드의 암호화폐 연구 책임자인 제프리 켄드릭은 최근 “이더리움 가격이 장기적으로 3만5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반적인 매도세에 불구하고 기관 자금은 계속해 암호화폐로 유입되고 있다”며 “특히 이더리움의 경우 PoS 전환에 따라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주간 인물: 갤럭시디지털 CEO “루나 문신 안 지워…투자엔 겸손 필요”
18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갤럭시디지털의 마이크 노보그라츠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루나·UST 폭락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고 불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노보그라츠는 “루나와 UST에서만 400억 달러(약 50조원) 시장가치가 사라졌다”며 “그것은 실패한 큰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 이어 “UST 붕괴를 막기 위한 준비금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항상 상황은 뒤늦은 깨달음과 함께 더욱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갤럭시디지털은 루나와 UST 발행업체 테라폼램스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중 한 곳이다. 노보그라츠는 지난 1월 루나 가격이 오르자 자신을 ‘루나틱(루나 열성 투자자)’이라고 소개하면서 팔에 문신까지 새겼다. 그가 트위터에 공개한 문신은 루나라는 글자와 함께 달을 향해 울부짖는 모습의 늑대 그림이었다. 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달에 간다(go to the moon)’는 말은 가격 급등을 의미한다.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는 문신을 새긴 그에게 ‘킹 루나틱’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노보그라츠는 주주 서한에서 “루나 문신을 지우지 않겠다”며 “내 문신은 벤처 투자에는 항상 겸손이 필요하다는 점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노보그라츠가 루나와 UST의 폭락 원인을 단순히 거시환경 탓으로만 돌렸다고 지적했다. 노보그라츠는 주주들에게 인플레이션으로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이 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후 루나와 UST에서 ‘뱅크런’과 같은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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