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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사태’로 거래소 역할 ‘도마 위’…투자자 보호 vs 가격 안정

루나 사태에 대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대응 달라
관련법 없어 법제화 필요성 높아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 유튜브 Terra]
최근 한국산 코인인 테라USD(UST)와 루나(LUNA) 폭락 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별로 대응 방식이 달라 시장의 혼란을 가중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래소마다 입금 제한과 상장폐지 여부를 두고 입장이 갈렸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와 정치권에선 업권법을 제정해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
 

‘폭락 쇼크’ 이후 거래소별 타임라인

23일 업계에 따르면 UST는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루나는 이런 UST의 가치를 유지시키기 위한 코인으로,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는 UST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루나를 발행해 UST를 사들여왔다. 
 
그런데 지난 10일 루나가 UST와 함께 시가총액이 급감하면서 시세가 동반 하락했다.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9일 약 7~8만원 수준이던 루나 가격은 23일 현재 0.25원 수준까지 떨어져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폭락 사태가 벌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화마켓을 지원하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5곳은 일제히 루나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업비트는 지난 11일 루나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거래는 정상적으로 지원해오다가 이후 내부 정책에 따라 13일 거래지원 종료를 공지하고 입출금을 제한했다. 20일 오후 12시에는 거래지원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빗썸은 같은 날 루나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이와 동시에 입금을 중단했다. 현재까지는 한 차례도 입금을 재개하지는 않았다. 거래지원 종료는 오는 27일 오후 3시로 결정됐다.
 
코인원은 지난 10일 루나의 네트워크 안정성 점검을 위해 입출금을 일시 제한하고, 11일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다만 12일에는 다른 거래소와의 시세 차이가 커져 입금을 재개한다고 공지했다. 코인원은 유의종목 지정 이후 2주간 검토 과정을 거쳐 상장폐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단, 개선안 협의에 따라 상장폐지가 아닌 유의종목 지정을 최대 3개월 연장할 수도 있다.
 
코빗은 지난 10일 루나를 거래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는 24시간 전 가격 대비 50% 이상 가격이 등락함에 따른 조치다. 13일에는 네트워크 작동이나 프로젝트 진행 자체 문제 등이 발생한 경우에 해당되는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22일에는 다시 한번 24시간 전 대비 50% 이상 하락이 발생해 루나를 거래유의 종목(2차)으로 지정했다. 현재까지 상장폐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고팍스도 지난 10일 24시간 동안 시세 등락이 35% 이상 나타남에 따라 루나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입금을 완전히 중단했다. 이후 13일 거래지원 종료 계획을 발표, 16일 최종적으로 상장폐지했다.
 

입금 제한·상장폐지…‘투자자 보호’는 같지만 대응책 엇갈려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최근 폭락한 루나 코인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처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대응은 크게 ‘입금 제한’과 ‘상장폐지’ 여부를 두고 나뉘었다. 당시 빠르게 입금 제한을 시행한 거래소들은 기존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였다고 입을 모았다.
 
빗썸 관계자는 “루나는 무한발행이 가능한데 그 물량이 대거 유입되면 가격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며 “(빗썸의 입금 제한 조치는) 국가가 특정 물품의 수입 증가로 국내 산업이 피해를 우려가 있을 경우 내리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고팍스 관계자도 “주식 시장에서도 급락장에서 단타를 노리고 들어와 수익 실현보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손해가 예상되는) 신규 투자자 유입을 막고, 기존 투자자들의 상황 인지 제고를 우선으로 삼았기에 관련법이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조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루나 거래를 즉시 중단하지 않았던 업비트의 시각은 달랐다. 업비트는 지난 20일 LUNA 입출금 중단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공지했다. 이를 통해 특정 거래소가 입출금을 중단해 다른 거래소와 단절되면, 독자적 시세가 형성돼 결국 가격 왜곡 현상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업비트는 “인위적 입출금 제한 조처를 할 경우 국내 투자자가 글로벌 시세 대비 현저히 높은 가격으로 루나를 사들이게 되는 등 투자자 피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업비트가 수수료 수익만을 극대화하고자 했다면, 루나를 BTC 마켓뿐만 아니라 거래량 비중이 현저히 높은 원화마켓에서도 거래지원을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업비트 내 거래량 비중은 원화마켓이 97.6%, BTC 마켓 2.4%, USDT 마켓 0.01%다.
 
업비트 관계자는 “과거에도 입금을 막으면 ‘가두리 펌핑’ 현상이 비일비재했다”며 “거래 플랫폼이 시장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글로벌 시세와 최대한 맞춰지게 하는 게 투자자 보호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가두리 펌핑이란 특정 코인이 입출금이 막힌 거래소에서 가격이 다른 거래소보다 급격히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업비트 및 국내 주요 거래소, 바이낸스 입출금 상황 별 루나 시세. [사진 업비트]
상장폐지 여부 또한 거래소별로 대응이 엇갈렸다.
 
업비트·빗썸·고팍스는 루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업비트는 “테라폼랩스 측에 루나와 UST 연동 기능 회복 가능성, 투자자 보호 계획 등에 대한 소명 요청을 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며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빗썸도 재단의 피해 복구 계획이 불명확하고, 시세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해 긴급하게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사유를 밝혔다. 고팍스는 해당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정상적인 운영이 힘들다고 판단해 자체 규정에 의해 거래지원을 종료하기로 했다.
 
코인원은 11일 유의종목 지정과 함께 상장폐지에 대해선 2주의 검토 기간을 뒀다. 코인원 관계자는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더라도 곧바른 상장폐지는 억울한 프로젝트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대한의 소명 절차와 조정 기간을 갖는 것이 거래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코빗도 “상장폐지 기준이 따로 있으나, 당장 상폐를 하면 기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가이드라인 될 업권법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1월 20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혁신, 도전, 미래″ 조선비즈 2022 가상자산 컨퍼런스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루나·UST 폭락이 큰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킴에 따라 금융당국이 점검에 나섰지만,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어 추가 조치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장에선 ‘업권법’을 도입해 유사한 사태에 대비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초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 ‘디지털자산(암호화폐) 기본법’ 제정을 담았다. 현재는 입법 논의가 추진되고 있진 않지만, 이번 사태로 법 제정이 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원회는 오는 24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마켓 투자자보호 대책 긴급점검’ 간담회를 연다. 여당 의원들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경찰청,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가 참여하며,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들도 모두 소집된다. 관련 입법 준비 현황과 거래소 현황 및 시장 위험 관리 방안, 소비자 보호 방안 등에 대한 국회의원 질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핀테크학회와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도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 당국의 피해바지 최소화 방안 강구와 유사 사태 재발을 막도록 업권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학회와 연합회는 “루나 사태 같은 부작용을 예방하는 동시에 신개념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과 정부 당국은 디지털자산법(가칭)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암호화폐 분야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투자자 보호라는 개념 자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피해가 발생하고 사후 대책은 소용이 없고, 사전 대책으로서 업권법 마련이 본질적인 해답”이라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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