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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기업, 오너 지분 감소하는 동안 사모펀드 지분은 대폭 늘었다

전경련, 자산 100대 기업 최대·주요 주주 지분변동 분석
사모펀드 지분, 14.4→21.6%, 오너 지분 43.2→42.8%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폐지, 차등의결권 도입해야”

 
 
지난 2020년 12월 상장회사의 감사·감사위원 선임 시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은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3% 룰’을 완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10년 전보다 자산 100대 기업의 오너 지분은 줄고 사모펀드 지분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자본시장법, 상법 등을 개정하며 사모펀드나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참여를 촉진하며 나타난 결과로 기업의 경영권 방어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모펀드 지분 7.2%포인트 늘어나는 동안 오너는 0.4포인트 감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22일 공개한 ‘2011년 대비 2021년 자산 100대 기업 주요 주주 지분 변동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5%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 지분을 살펴본 결과 사모펀드의 보유 지분이 2011년 평균 14.4%에서 2021년 21.6%로 7.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지분도 7.4%에서 8.7%로 1.3%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최대주주가 오너인 기업의 경우 같은 기간 최대주주의 지분이 2011년 43.2%에서 2021년 42.8%로 0.4%포인트 줄었다.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2021년 기준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 등이 최대 주주인 6개사의 경우 최대 지분이 2011년 43.6%에서 2021년 60.0%로 16.4%포인트 늘었다. 정부가 기업 인수 합병(M&A)이나 자금조달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면서 금융자본의 기업경영 참여가 늘어난 것이라고 전경련은 해석했다.  
 
전경련은 사모펀드의 경영 참여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협력 파트너에서 경영권 위협세력으로 돌변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조사대상 100곳 중 경영권이 변경된 기업은 모두 10곳이다. 이 중 4곳(롯데손해보험, 유안타증권, 대우건설, SK증권)을 사모펀드가 인수했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금융계열사를 매각할 때 이를 사모펀드가 인수하거나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긴급자금을 수혈해주는 등 사모펀드의 역할은 다양하다.

 
다만 최근 교보생명과 어피니티컨소시움과의 분쟁사례에서 보듯 초기에는 재무 투자자로서 경영자에게 우호적이다가 주주 간 계약을 빌미로 경영권을 위협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전경련은 특히 정부가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대상 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0% 이상 취득한 뒤 6개월 이상 보유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상 ‘10% 보유의무 룰’을 지난해 폐지하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전경련은 우려했다.  
 

“3% 룰 폐지, 차등의결권 도입 등 경영권 보호 필요”  

‘10% 룰’은 정부가 토종자본을 육성하고 해외 PEF들과의 역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특정 기업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전환할 경우 6개월 안에 발생한 단기 매매차익을 회사에 반환하도록 만든 제도다. 내부자의 부당한 미공개정보 이용 유인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사모펀드가 이를 악용할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역대 기획재정부 장관 초청 특별대담 '새 정부에 바라는 경제정책 방향'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경련은 기업 오너들이 여러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지만 이를 방어할 수단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상법상 ‘3% 룰’ 때문에 주요주주 간 경쟁에서 최대주주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상법상 주식회사의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해 보유한 주주에 대해 3%를 초과하는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 등 상장기업을 대변하는 단체와 기업들은 3% 룰이 적용되면서 기업의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은 “2003년 소버린과 SK 간 경영권 분쟁에서 확인된 것처럼,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는 ‘지분 쪼개기’로 보유지분 전량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3% 룰’을 폐지하고 차등의결권 등을 도입해 경영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정부가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가며 국민연금이나 사모펀드의 기업경영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나,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이 필요하다는 기업 의견은 외면하고 있다”면서 “경영권 공격세력과 방어세력이 경영권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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