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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와 ‘엇박자’ 낸 이복현 금감원장…‘관치 논란’ 키웠다

이 금감원장 ‘이자장사’ 관련 발언…‘관치금융’ 비판 받아
금융위는 ‘금리산정자율’ 등 규제 완화 원칙 강조
논란 거세지자 이 원장 “간섭 의사 없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은행의 이자장사’ 지적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은행업계에선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의 금리·배당 등 가격변수의 자율성 원칙을 내세워 ‘금리산정의 자율화’를 강조한 바 있어, 당국 간의 다른 목소리가 시장의 혼란을 키운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 이례적 대출금리 인하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대출금리 인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은행의 자금조달 수단인 은행채나 코픽스(COFIX·자금조달지수)가 일제히 상향 조정됐기 때문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리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실제로 케이뱅크가 지난 21일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형 혼합금리 상품의 전 고객 대상으로 금리를 연 0.35∼0.36%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했다. 이 외에도 변동금리 상품인 금융채연동금리(6개월) 상품의 금리는 연 0.3%포인트 낮추고, 전세대출 상품의 금리도 최대 0.41%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오는 24일부터 전세자금대출에 적용한 우대금리를 0.1%포인트 늘리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지난 4월부터 주담대 및 전세 대출금리를 낮췄는데 이 조치를 종료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거나 더 인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은행들도 가산금리 인하 및 우대금리 적용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원장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 비판” 언급

이런 조치들은 지난 20일 이 금감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17개 은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당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대출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덕분에 지난해 말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를 이 원장이 직접 지적하고 나선 셈이다.  
 
하지만 은행업계는 실적 호조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대출이 급증한데다, 최근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대출금리도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대출금리는 은행채나 코픽스 등의 변동폭과 은행의 업무원가, 법적비용, 목표이익률, 가감조정 전결금리(우대금리) 등이 합산돼 만들어진다. 그만큼 시장의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결된 부분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월보다 0.14% 높아진 1.98%로 집계됐다. 2019년 3월 이후 가장 높았다. 상승 폭도 0.14%포인트로 4월(0.12%포인트)보다 커졌다. 이에 4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도 높아져 현재 연 3.690∼5.681% 수준을 기록했다. 반년 만에 상단이 0.611%포인트 높아졌다.  
 

관치금융 논란 커지자 이 원장 “간섭 없을 것”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 간담회에서 참석 인사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추경호 부총리,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이 외에 당국 간의 목소리가 다르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5월 27일 기획재정부-금융기관 간담회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낡은 규제와 감독·검사 관행을 쇄신하고 금리·배당 등 가격 변수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금융산업의 디지털 혁신과 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정부에서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과도한 규제와 개입을 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만 김 부위원장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위기도 언급하며 손실흡수여력 확충과 위기대응체계 정비도 주문했다.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강조한 내용이다.  
 
결국 금융위는 은행의 ‘금리산정 자율성’을 강조하며 경영 개입을 줄이는 대신 위기 대응에 따른 책임성을 강조했는데, 이 원장이 이자이익과 관련해 지적하고 나서면서 혼란을 가중시킨 모양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시장의 연착륙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금리 인상을 통한 시장 조정인데 정치적 논리로 이런 부분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라며 “금리 산정 자율성 보장을 말하다가 다시 시장 규제와 개입이 강조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비판이 일자 이 원장은 23일 서울 중구의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연구기관장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권 금리 조정 발언에 따른 ‘관치금융’ 논란에 대해 “(은행 경영에) 간섭할 의사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의 공적 역할에 대해 강조하며 “은행의 공공적 기능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와 관련해 감독 당국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에 기초해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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