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HUG, 불법건축 '빌라'도 전세보증…"깡통전세·사기 도와준 꼴"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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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HUG, 불법건축 '빌라'도 전세보증…"깡통전세·사기 도와준 꼴"

구멍 뚫린 보증 기준 '빌라'는 예외
HUG, 불법건축물 위험 알면서도 "지침에 없어서"
피해금액 확인 안 해…문제 지적에 "개선 검토"

 
 
사진은 서울의 한 빌라촌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의 한 빌라촌 모습. [연합뉴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불법건축물에도 전세보증금반환보증(전세보증)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깡통주택 등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빌라'의 경우 불법건축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건축물대장 확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전세보증이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HUG가 대신 물어주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상품이다. 해당 주택을 강제 매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법건축물에는 세입자를 들이기 쉽지 않고 문제가 생겨도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HUG가 사실상 전세사기 등을 도와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단독‧다가구주택'과 달리 '빌라'는 불법건축물 조사 안해

HUG의 전세보증 조건을 보면 건축물대장상 '위반건축물'(불법건축물)로 기재된 단독‧다중‧다가구주택은 전세보증을 받을 수 없다. HUG 측은 "불법건축물 보증은 문제가 될 수 있어 (전세보증을)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위반건축물 여부를 확인하는 기준에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등은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런 주택은 불법으로 증축하거나 개조한 경우에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세보증을 해준다. HUG가 불법건축물에 대한 위험을 알면서도 이런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전세사기, 깡통주택 문제가 대부분 '빌라'에서 일어났던 것을 고려하면 HUG의 정책이 얼마나 허술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보증을 해주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HUG가 수억원을 날린 사례도 있다. 오는 7월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의 불법증축 이력이 있는 한 빌라가 강제 경매로 나온다. 집주인이 세입자에 4억2000만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자 전세보증을 했던 HUG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주고 이 집을 현금화하기로 한 것이다. 감정가 4억500만원인 해당 빌라는 네 차례 경매에서 유찰됐다. 다섯 번째 경매에 나올 최저 입찰가격은 1억6588만원이다.  
 
HUG는 '특별매각조건'으로 "채권자는 매수인에 대해 배당받지 못하는 잔액에 대한 임대차반환보증금 반환청구권을 포기하고 임차권등기를 말소하는 것을 조건으로 매각"한다고 했다. 만약 이 집이 1억7000만원에 낙찰되면 HUG는 나머지 2억5000만원을 포기하고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파격적인 조건인데도 전문가들은 매각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불법건축물은 원상복구할 때까지 집주인이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 그 금액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강서구청에 따르면 해당 주택에 부과되는 과태료는 연간 800만원에 달한다. 이 주택이 팔리지 않으면 HUG는 세입자에게 물어준 보증금 4억2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되는 셈이다.  
 
HUG가 강제 경매에 내놓은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빌라의 건축물 대장 및 경매 물건 내용 [법원경매정보, 정부24 홈페이지 화면 캡쳐]

HUG가 강제 경매에 내놓은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빌라의 건축물 대장 및 경매 물건 내용 [법원경매정보, 정부24 홈페이지 화면 캡쳐]

이에 대해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 A씨는 "건축물대장 한 통만 확인했다면 전세보증을 받을 수 없는 물건이고, 집주인도 세입자를 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HUG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깡통주택 사기를 도와준 꼴"이라고 했다.
 
실제 건축물대장에는 이 주택의 불법건축 이력이 명시돼 있다. 2017년 7월 신축한 이 건물은 같은 해 9월 무단증축, 복층 무단증축 등 2건의 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그런데도 2018년 전세 계약이 체결됐고 HUG는 전세보증을 해줬다.  
 
HUG 측은 건축물대장을 확인하지 않고 빌라의 전세보증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세입자가 서류를 제출하는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서류 확인 작업 한 번을 생략하는 대신 수억원을 날릴 수 있는 위험을 선택한 것이다. 
 
HUG 관계자는 해당 주택이 불법건축물인 사실을 알았어도 전세보증을 해줬겠느냐는 질문에 "빌라 등 다세대주택의 경우 불법건축물 확인 지침이 없어 따로 확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불법건축물 여부가 보증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건축물대장을 제출하는 등 주택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보증은 해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면 비슷한 전세보증(전세금보장신용보험) 상품을 다루는 SGI서울보증은 불법건축물에 대해 보증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밝혔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SGI서울보증에서는 불법건축물은 원칙적으로 (전세보증을) 받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목적물 자체가 불법인 경우 분쟁이 생겼을 때 권리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깡통전세 사기 문제가 심각해 우리도 집주인과 주택 상태를 파악하는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HUG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HUG가 보증해준다면 세입자나 집주인이 손해 볼 일이 없어 좋지만, 공사 직원이 자기 돈을 쓰는 상황이었다면 (불법건축물에) 보증을 해줬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깡통주택 문제, 전세 사기를 사실상 HUG가 방치하거나 돕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HUG 측은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다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부동산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부동산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피해 규모 파악 안 해…"필요하다면 제도 개선 검토"  

HUG는 이런 식으로 손해 본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HUG에 따르면, 올 1~4월 전세 보증사고 피해 금액은 20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56억원)보다 30% 증가했다. 2019년에는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2021년 57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불법건축물 여부를 파악하지 않고 전세보증을 했다가 떼인 돈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HUG 관계자는 "(불법건축 여부가) 전세보증 필수요건도 아니어서 이 때문에 생긴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별도로 관련 정보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빌라 등 다세대 주택의 불법건축물 확인 여부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편, HUG는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보통(C) 등급을 받았다. 공기업의 경우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이 차등 지급되는데 C등급 공기업 기관장은 기본연봉의 40%, 상임이사‧감사는 기본연봉의 32%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직원은 월 기본급을 기준으로 100%가 성과급으로 나온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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