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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시대 다시 열까 [채인택 글로벌 인사이트]

IAEA, 수십년 동안 전력 생산에서 원전 비중 증가 전망
원전산업, 탄소중립 노력과 맞물려 성장 산업으로 주목
한국,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설치에서 경쟁력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 원전 APR1400 축소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2일 ‘탈원전 백지화 및 원전 최강국 건설’ 구상을 밝히면서 그동안 빈사 상태에 빠졌던 원전 산업의 부활과 글로벌 진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경남 창원의 원자력‧수소‧신재생 플랜트 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를 방문해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1조원을 2025년까지 국내 원자력 관련 업체에 응급 수혈해 산업 경쟁력을 되살리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원전 수출에 의미 있는 나라가 폴란드‧체코‧네덜란드”라고 지목하고 6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이들 국가의 정상과 관련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0~22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당시 발표된 한미정상회담 공동발표문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로 글로벌 공동 진출’이 명시됐다. 바야흐로 정부가 직접 나서 원전 관련 국내 산업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해외 경제 외교에 나서기로 선언한 셈이다.
 

“원전 세일즈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 

원전 수출 산업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가. 원전 수요와 관련해 거시적으로 상황을 살펴보자. 우선 지구가 어떤 에너지원에 의존하는지를 살피면 총체적인 수요 전망을 가늠할 수 있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공급원별 전 세계 에너지 소비를 보면 원자력의 글로벌 위상을 파악할 수 있다. 석유가 33.1%, 석탄이 27%, 가스가 24.3%로 이들 화석 연료를 합치면 전체의 84.3%에 이른다. 수력‧풍력‧태양열‧바이오‧지열‧조력 등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합친 ‘저탄소 에너지원’은 15.7%에 불과하다. 원자력이 4.3%, 수력이 6.4%, 풍력이 2.5%, 태양열이 1.1%, 바이오가 0.7%, 지열과 조력 등 기타 재생에너지가 0.9%를 각각 차지한다.
 
이는 직접 태우는 것을 포함한 것으로, 전기 생산에서 차지하는 에너지원의 비율을 살펴보면 보면 원자력의 비중이 훨씬 높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전기의 10%가 원자력에서 나온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선 전체 전기의 18%를 원전에서 생산한다. WNA는 전기를 쾌적한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대량 확보하는 신뢰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원전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데이터도 비슷하다. 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원별 전기 생산량은 석탄이 36.7%, 가스가 23.5%, 수력이 16.0%, 원자력이 10.3%, 태양열‧풍력‧지열‧조력 등이 8.2%, 석유가 2.8%, 기타가 2.6%를 각각 차지한다.
 
원자력 발전은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워서 나오는 열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과 달리 우라늄이 핵분열 할 때 나오는 열로 증기를 만들고 그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터빈을 돌려 발전을 한다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열원이 서로 다르다. 원자력은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글로벌 노력 속에서 가치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으로 전기차 등으로 전기 수요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전기를 풍부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원자력이 유일하다는 사실은 원전 산업의 미래를 기대하는 근거의 하나다. 
 
IAEA는 탄소배출 제로와 관련해 원전 산업의 성장을 전망했다. IAEA가 지난해 9월 16일 발표한 ‘2050년까지 에너지, 전기, 그리고 원자력 전망(Energy, Electricity and Nuclear Power Estimates for the Period up to 2050)’ 보고서 2021년 판에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원전 산업의 성장을 예상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세계가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그 배경으로 지적했다. 수많은 나라가 신뢰할 수 있고, 깨끗한 에너지 생산을 늘리기 위해 원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IAEA의 이 보고서는 2020년 393기가와트(GWe)인 전 세계 원전 발전 용량이 2050년까지 그 두 배인 792기가와트(GWe)로 증가하는 것을 최대 예상치로 제시했다. 이는 전해보다 10%가 많은 수치다. 최저 예상치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392기가와트(GWEe)로 예상했다(전력 단위를 보면 100만 킬로와트(kW)가 1000메가와트(MWe), 1000메가와트(MWe)가 1기가와트(GWe)에 각각 해당한다).
 
새로운 IAEA 원전 시나리오는 전 세계가 원전을 저탄소 에너지 생산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가운데 나왔다. IAEA의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사무총장은 “전 세계가 탄소 제로를 실현하기 위해선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IAEA에 따르면 킬로와트(kW)의 전기를 생산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발전원별로 보면 석탄이 992g으로 가장 많고, 석유가 782g, LNG가 549g, 태양광이 54g이었으며 원전은 10g 수준이다.
 
국제원자력협회(WNA)의 통계도 비슷하다. 1950년대 말 미국에서 가동을 시작한 원전은 2022년 6월 현재 전 세계 440개의 원자로에서 지구촌이 쓰는 전기의 10%를 생산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저탄소 에너지의 28%를 차지해 수력에 이어 둘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외에 전 세계 50개국에서 220개의 연구용 원자로를 가동해 의료와 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면서 원자력 교육‧훈련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전 세계 원전의 전기 생산은 어떤가. 과연 성장하고 있거나 향후 성장의 여지가 있는가. IAEA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원전의 전기 생산은 전년보다 4%가 줄었다. 당시까지는 비관적이었다. 2011년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의 여파가 여전히 영향을 미친 셈이다. 유럽연합(-11%)과 일본(-33%), 미국(-2%)이 원전 전력 생산 감소를 이끌었다. 같은 시기 원전의 전력 생산은 중국에선 5%, 러시아에선 8%가 늘었다.
 
하지만 2021년이 되면서 원전의 전력 생산은 바닥을 치면서 상승세로 반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2%가 늘었다. 눈여겨볼 점은 이 해에 신흥경제국이나 개도국에선 5%가 늘었다는 사실이다. 이들 나라에선 새롭게 전력을 송출하기 시작한 원자로가 줄을 이었다. 브릭스(BRICs)에 포함된 신흥경제국인 중국‧인도‧러시아에 이슬람권인 아랍에미리트(UAE)‧파키스탄, 그리고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동유럽의 슬로바키아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에선 몇몇 원전이 새로 재가동에 들어가면서 원전의 전기 생산이 6% 늘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1월 28일 2020년 세계 원전 전기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국가별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 전기 생산량은 2553테라와트시(TWh)로 이는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10%에 해당한다.
 
원전 전기 최다 생산국은 96개의 원자로를 가동하는 미국으로 전 세계의 30.9%를 차지했다. 그 다음이 50개 원자로를 가동하는 중국으로 13.5%를 차지해 처음으로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58개의 원자로를 돌리는 프랑스는 13.3%를 차지해 3위였다. 39개의 원자로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러시아는 7.7%를 차지해 4위에 올랐다. 24개의 원자로를 가동하는 한국은 6.0%로 세계 5위다.
 
원자로 7개의 캐나다가 3.6%, 15개의 우크라이나가 2.8%로 각각 6위와 7위였다. 탈원전을 앞두고 아직 6개의 원자로를 운용하는 독일이 2.4%로 8위였다. 7개인 스페인이 2.2%, 역시 7개인 스웨덴이 1.9%, 15개의 영국이 1.8%로 각각 9~11위였다. 33개의 원자로가 있는 일본이 1.7%, 22개의 인도가 1.6%, 7개의 벨기에가 1.3%, 6개의 원자로가 전기를 생산하는 체코가 1.1%로 12~15위로 기록됐다. 주목할 점은 WEF가 경제 성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이 앞으로 15년 동안 4400억 달러를 들여 150개의 원자로로 추가로 가동할 계획이라는 점을 적시했다는 사실이다. 현재 50개인 중국의 가동 원자로가 15년 뒤에는 모두 200개가 돼 4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터키의 국영 안달루 통신은 지난해 10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글로벌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10%(40만 메가와트=400기가와트)에서 2030년까지 15%(50만 메가와트=500기가와트)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2020년 현재 전 세계 33개국에 443개가 가동 중인 원자로의 용량을 고려하면 2030년에는 5만3000메가와트의 전기를 추가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근거다. 원전 산업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글로벌 노력과 연결돼 앞으로 성장산업으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주목을 받는 것이 지난 5월 한미공동성명에서 언급된 SMR이다. SMR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의로 전기출력 300메가와트(MWe) 미만의 소형원자로를 가리킨다. 1000~1400메가와트(MWe)에 이르는 원전 설치 대형원자로보다 건설 기간이 짧고 좁은 부지에서도 설치가 가능해 전력 생산과 송전 외에도 해수 담수화 에너지원, 산업용 열원, 지역난방 열원, 선박 에너지원 등 다양한 쓰임새가 예상된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산업의 주 계약자인 한국전력과 UAE원자력공사(ENEC)는 UAE 바라카 원전 2호기의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고 3월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UAE 바라카 원전 2호기. [사진 한국전력]
사우디아라비아나 캐나다·호주처럼 국토가 넓고 인구밀집 지역이 드문드문 있는 경우 SMR이 유용하다. 대형 원전과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송전망 건설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지‧벽지가 많거나 도서가 많은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런 나라나 지역에는 발전용량이 큰 대형 원전을 건설하고 다른 도시로 방대한 송전망을 건설하는 것보다 용량이 작은 SMR을 건설하는 것이 유용성이 높고 송전망 건설비용도 아낄 수 있다. 
 

미국 관심 커지며 SMR 개발 급물살 

SMR은 최근 미국이 에너지 확보용으로 관심을 보이면서 개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에선 100메가와트(MWe)급 SMR인 SMART를 개발해 2012년 원자로 표준설계 인허가를 획득했다. 미국에선 40~50메가와트(MWe)급 뉴스케일(NuScale)을 개발 중이다. 중국도 개발에 나섰으며, 러시아는 선박에 실어 수상 발전하는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프랑스는 잠수정에 설치해 해저에서 운전하는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선 뉴스케일파워가, 한국에선 두산에너빌리티로 이름을 바꾼 두산중공업이 이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고 있다. 두 업체는 자본과 기술 협력을 강화해왔다. 두 차례에 걸쳐 투자 계약도 맺었으며, 앞으로 SMR을 활용한 수소와 담수 생산 분야에서도 협력할 방침이다. 두 회사는 미국 발전사업자 UAMPS가 미 에너지부로부터 14억 달러를 지원받아 추진하는 아이다호주 프로젝트에 전략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UAMPS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 SMR 건설 및 운영 허가를 신청해 2025년까지 허가를 받은 뒤 2029년 상업 운전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로부터 SMR에 들어갈 원자로 모듈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
 

우라늄 채광부터 폐로까지 폭넓은 원전산업  

결국 한국은 원전 건설과 SMR 설치 모두에서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미국이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뒤 추가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바람에 원전 기술이 정체되고 원전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동안 한국이 원자력 기술과 건설, 사업 전 분야에서 폭넓게 진출한 면도 있다.  
 
또 주목할 점은 원자력 산업이 단순히 원전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하다. 원자력 산업은 우라늄의 채광‧변환‧농축부터 핵연료 제조, 그리고 원전 건설과 송전, 사용후핵연료 처분, 수명이 다한 원전의 폐로 등 전 주기에 걸쳐 있다. 한국이 전 세계와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널려 있다. 우리가 부족한 점도 적지 않다. 원전 건설과 판매에서 시야를 더욱 넓혀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상생형 원자력 산업의 발전을 고민할 때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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