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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전철 피하자’...공사비 인상 수용하는 조합들

낮은 공사비에 입찰 참여 無, 결국 증액나서는 조합들
3.3㎡당 700만원 이상 제시하는 조합도 등장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연합뉴스]
 
최근 건설 원자잿값 급등과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중단 사태로 인해 공사비 인상에 대한 정비사업 조합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그동안 공사비 인상에 반대하며 소송까지 불사하던 조합이 공사비 인상을 일부 수용하는 모습이다. 인플레이션으로 건설 원자잿값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둔촌주공의 사례를 피하기 위해서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공사비 인상을 일부 수용에 나서고 있다. 시공사 현대건설과 공사비 갈등을 빚던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은 최근 현대건설과 공사비 협상을 마쳤다. 기존 3.3㎡당 430만원 수준이었던 공사비를 3.3㎡당 517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당초 현대건설이 요구한 3.3㎡당 528만원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기존보다 20%가량 인상에 동의한 것이다.
 
낮은 공사비 책정으로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자 공사비 인상에 나서는 조합들도 속출하고 있다. 성남 신흥1구역은 올해 초 공사비를 3.3㎡당 495만원 수준으로 제시했지만,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자 3.3㎡당 510만원으로 공사비 수준을 올려잡았다. 같은 이유로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던 성남 수진1구역도 공사비를 인상한 후 시공사 선정을 추진 중이다.
 
일찌감치 공사비를 높게 책정하는 조합도 등장했다. 서울 종로구 사직2구역은 3.3㎡당 770만원을 제시했고, 성북구 정릉골구역주택재개발 조합은 3.3㎡당 740만원을 내걸었다. 올해 하반기 정비사업 최대어 중 하나인 한남2구역 재개발도 3.3㎡당 77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공사비 증액 소송전 → 일부 증액 수용

 
공사비 인상을 일부라도 수용하는 분위기는 그동안 도시정비사업에서 벌어졌던 조합과 시공사 간의 공사비 갈등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만 해도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에 대한 갈등으로 소송전을 벌이거나 조합이 총회를 통해 시공사를 교체하는 일이 빈번했다. 대표적 강남 재건축 단지인 신반포 15차도 2017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공사비 증액 문제로 2019년 시공사를 해지하고 삼성물산으로 시공사를 교체했다.
 
부산 부곡2구역 재개발 사업지 전경.
조합과 시공사 간의 공사비 갈등은 서로의 이익 때문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비를 비교적 낮게 책정해 공사를 진행하면 그만큼 조합원 분담금을 적게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시공사 선정에서 공사비는 시공사 선정에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사안 중 하나로 치부되기도 한다.
 
최근 시공사 선정을 마친 부산 부곡2구역 재개발 사업도 더 낮은 공사비를 제시한 GS건설이 포스코건설과의 수주전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건설사도 최근 건설 원자잿값이 급등으로 수익의 폭이 줄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업장이 늘자 손해 보는 공사는 아예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둔촌주공 전철은 피해야"

 
조합이 건설사와의 공사비 갈등을 피하고 공사비 인상을 일부 수용하는 이유는 2가지다. 첫째, 원자잿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주요 건설자재인 시멘트의 가격은 지난해 초 평균 톤(t)당 6만2000원에서 지난 4월 9만800원으로 46.5% 상승했다. 철근 가격도 지난해 초 t당 69만원에서 올해 5월 119만원으로 72.5% 급등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공사비 인상에 난색을 보였던 조합도 공사비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둔춘주공의 사례를 피하기 위해서다. 둔춘주공 재건축 사업은 공사비 인상에 대한 조합과 시공사의 극한 갈등으로 결국 사업이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공사 지연이 계속되자 재건축 공사 대주단이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 보증 연장 불가를 조합에 통보하면서 재건축 사업 자체가 안갯속에 빠진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다른 정비사업 조합 내부에서는 사업 지연보다는 공사비 일부 증액이 낫다는 목소리를 내는 조합원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의 사례가 다른 조합들에 반면교사가 된 것 같다”면서 “조합 내부에서 사업 지연보다는 공사비의 일부 증액이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김두현 기자 wannaD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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