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거래·보유 막는 부동산실명제, 어떻게 적용되나?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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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거래·보유 막는 부동산실명제, 어떻게 적용되나?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매도인 몰랐다면 소유권 변동 유효, 실소유자 차명 부동산 확보는 어려울 수도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조세 부담을 회피하려는 목적 등 다양한 이유로 부동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취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처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려고 하는 자(실권리자)가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명의신탁자)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는 그 타인(명의수탁자)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을 명의신탁약정이라고 합니다{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제2조 제1호}.
 
이러한 명의신탁의 유형에는 ① 2자간 명의신탁, ② 3자간 명의신탁, ③ 계약명의신탁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2자간 명의신탁’이란 명의신탁자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 명의를 명의수탁자로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3자간 명의신탁’은 제3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해 그 제3자와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단지 그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명의수탁자 앞으로 마쳐두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계약명의신탁’이란, 명의신탁자의 위임을 받은 명의수탁자가 직접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어 부동산을 소유한 제3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명의수탁자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로서는 명의신탁약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굳이 매도인에게 알릴 이유가 없는 데다 매도인은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는 모른 채 매매계약의 당사자인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의 새로운 소유자가 되리라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주로 문제 되는 것은 세 번째 유형인 계약명의신탁입니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면서,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기초해 이루어진 소유권변동도 무효라고 하고 있습니다(부동산실명법 제4조). 다만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인 제3자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해당 매매계약에 기초한 소유권변동은 유효합니다(부동산실명법 제4조 2항 단서). 즉,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도 소유권이전등기는 여전히 유효하고, 매매계약상 매수인인 명의수탁자(명의신탁자가 아님 주의)가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의미입니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다21123 판결).
 
이러한 경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명의수탁자가 적법한 소유자이지만 실제로 그 부동산을 점유하고 사용하는 것은 명의신탁자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자신의 명의로 바꾸고 싶은데 명의수탁자가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신탁자에게 이전해주지 않는다면 명의신탁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설령 명의신탁약정에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 요구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 명의를 이전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그 부동산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어서 역시 무효이기 때문에, 이러한 약정에 기초한 청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35117 판결).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다면 무언가 불합리해 보이는데요. 이와 관련해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계약명의신탁약정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에 체결된 경우라면, 명의신탁자는 애초부터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었으므로 위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로 인하여 명의신탁자가 입은 손해는 당해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명의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자금이기 때문에 명의수탁자는 그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명의신탁자로부터 제공받은 매수자금을 명의신탁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합니다(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2다66922 판결). 즉, 다른 사정이 없다면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게 그 부동산 자체의 이전을 요구할 수 없고 다만 자신이 지급한 매매대금의 반환만을 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부동산의 가치가 상승했음에도 자신이 예전에 지급한 매매대금만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면 명의신탁자로서는 속이 쓰리겠지요.  
만약 20년 이상 그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었던 명의신탁자라면, 명의수탁자에게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요? 점유취득시효의 완성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① 20년 동안 부동산을 점유한 사실과 ② 자주점유, 즉 소유의 의사를 가지고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사실이라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민법은 점유자가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에(민법 제197조 제1항) 점유자가 이를 따로 입증할 필요가 없지만,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등이 없이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점유하였다면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집니다(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35 전원합의체 판결). 이렇게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진다면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게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하더라도 받아들여질 수 없을 텐데요.
 
명의신탁자의 부동산 점유가 과연 자주점유인지에 관해 최근 대법원은,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부동산을 점유한다면 명의신탁자에게 점유할 다른 권원이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신탁자는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되는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한 것이다. 이러한 명의신탁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가지지 않았다고 할 것이므로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다는 추정은 깨진다”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19다249428 판결 참조). 결국 명의신탁자가 20년 넘게 부동산을 점유했더라도 명의수탁자에게 취득시효완성을 이유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달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명의신탁약정은 종중, 배우자 및 종교단체에 특례를 인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효이고(부동산실명법 제8조), 명의신탁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 명의수탁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을 뿐 아니라(부동산실명법 제7조 제1, 2항) 재산상의 손해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임상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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