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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브로커에게 수십억원을 주면서 [김형중 분산금융 톺아보기]

코인 추적 어려워…스캐너 제공되는 코인만 상장해야
코인 관련 인프라 구축 필요

 
[게티이미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인플레이션 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는 비틀거리고 있다. 주식 시장이 얼어붙었고 비트코인 가격도 2만 달러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테라-루나 사태가 코인 시장을 크게 움츠러들게 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어느새 코인마켓캡에는 코인의 수가 2만개를 넘겼다.
 
비관론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코인 종류가 늘어난 것에 분개한다. 그들은 나쁜 코인이 계속 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좋은 코인인지 나쁜 코인인지 구별하려면 좋고 나쁜 코인의 기준이 필요하다. 그런데 좋은 코인과 나쁜 코인의 기준이 모호하다. 아니, 그런 기준이 사실상 없다.
 
전문가들은 투자자에게 코인에 대해 먼저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옳은 말이다. 그런데 공부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코인은 백서가 없다. 백서를 찾는다 해도 알맹이 없는 설명이나 현학적 표현 일색이다. 질문을 하려 해도 홈페이지나 연락처가 없다.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인 데도 말이다.
 
거래소가 이런 불량 코인을 상장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법이 없다면 거래소가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이런 사이비 코인을 퇴출시켜야 맞다.
 
브로커들은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겠다며 돈을 요구한다. 엉터리 코인일수록 금액이 높아진다. 이런 코인이 상장되면 ‘깜깜이 투자’가 횡행하게 된다.
 
백서가 있고 연락처가 있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빛 좋은 개살구가 많기 때문이다. 먹음직스럽지만 떫어서 먹지 못하는 개살구 같은 코인들을 골라낼 필요가 있다. 살구 같은 코인인지 개살구 같은 코인인지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실사를 나가 확인하고 코드를 돌려 보아야 한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게 코인 평가 작업이다.
 
평가에 필요한 관련 자료는 제출하지 않으면서 높은 등급을 요구하는 의뢰인들이 많다. 이런 코인의 경우 평가에 더 긴 시간과 더 큰 비용이 요구된다. 코인 평가의 적정 가격이 정해진 바 없으나 대략 국내 시장에서 1천만원 내외의 비용을 낸다. 브로커들이 요구하는 금액에 비해 턱없이 작은 금액이다.
 
앞으로 입법이 이루어진다면 코인평가기관은 평가 결과를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반드시 공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불량 코인 업자들은 대부분 공시를 꺼리기 때문이다. 공시를 의무화하면 의뢰인들이 자료제출에 훨씬 협조적으로 나올 것이며 불량한 코인의 출현이 저절로 줄어들 것이고, 덤으로 코인평기기관의 능력이 검증된다.
 
코인의 평가 비용 현실화는 장기적으로 코인 산업을 발전시켜 투자자 보호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상장 브로커에게 수십억원을 줄 게 아니라 적정한 평가 비용을 내게 해야 한다.
 

돈 되는 코인 추적 사업

코인들의 이동 기록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그리고 투명하게 공개가 된다. 그 기록을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소프트웨어 관리회사가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코인 주소는 긴 숫자열로 표현된다. 그 주소의 비밀키 보유자가 ‘내가 아무개입니다’하고 스스로 밝히지 않는 이상 그 주소는 식별되지 않는다. 이 유니콘 기업의 시각화 도구는 상당히 많은 주소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잘 알려진 거래소나 범죄자의 주소를 알려준다. 알려진 주소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영장을 제시하면 수사기관이 거래소를 통해 주소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수사기관도 그 정보를 쉽게 받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소 정보는 그냥 의미 없는 숫자로만 존재한다. 게다가 추적이 되는 코인의 수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그리 많지는 않다.
 
이더리움은 이더스캔으로, 코스모스는 아톰스캔으로 추적할 수 있다. 그런데 코인 추적에 필요한 스캐너가 제공되지 않는 코인도 있다. 그 유니콘 기업의 소프트웨어가 모든 코인을 추적하지 못하는 데는 일부 코인의 경우 스캐너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추적이 되지 않는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거래소들이 코인을 상장시키기 전에 스캐너의 존재를 살펴야 한다. 
 
코인과 관련된 사고, 사기, 범죄의 수사는 물론이고 경제 예측, 연구에도 추적 소프트웨어는 필요하다. 그래서 그런 소프트웨어가 비싸게 팔리거나 임대되고 있다. 임대의 경우 동시접속자 수에 따라 이용료가 결정된다. 서비스 제공자가 동시접속자 수를 확인하면서 불순하게 트래픽을 감시할 수 있다. 
 
정보기관은 이 점을 알아야 한다. 서비스 제공자가 검색 패턴을 보며 정보기관의 의도를 추정할 수 있다. 서비스 제공자에게 기능 추가를 요청해도 그 의도가 외부에 노출된다.
 
코인 사건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위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코인에서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비싼 임대료를 제공하고도 추적이 안 되는 코인이 있다. 모네로 같은 익명코인만 추적이 안 되는 게 아니다. 코인 개발자들이 스캐너 만들 실력이 없어서 추적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물론 지금은 스캐너 만드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코인 개발자가 스캐너를 만들지 못하면 추적기 소프트웨어가 추적기를 만들어도 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추적기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부담이 커지고 사용료가 상승한다. 2만 개가 넘는 코인을 다 추적하는 건 쉽지 않다.
 

코인 사고 파는 것으로만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냐

코인을 사고 파는 것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다. 코인 평가 인프라를 구축하여 돈을 벌 수도 있다. 추적기 인프라를 만들어서 돈을 벌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 골드 러쉬에서 돈을 번 건 청바지 업체라는 말이 있다. 코인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산업에 꼭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여 돈을 벌 수 있다.
 
코인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더라도 마음 졸일 필요 없이 고속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투입한다는 느낌으로 인프라를 준비하는 게 인류에게 더 공헌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코인 인프라는 아주 많다. 가격 오라클 제공 사업도 있다. 상장지수펀드(ETF)에 사용할 코인 지수의 생성도 인프라에 해당한다. 인프라가 풍성해져야 생태계가 커지고 커뮤니티가 공고해진다.
 
금융당국은 인프라 구축을 독려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게 한국이 디지털경제 강국으로 부상시킬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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