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돌아와야 코스피 반등한다 [이종우 증시 맥짚기]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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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돌아와야 코스피 반등한다 [이종우 증시 맥짚기]

外人 매도는 외국인 과다보유한 주식 줄이는 과정
원·달러 환율 13년 만에 최고치에 하락 폭 더 커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올 들어 외국인이 17조원 가까이 주식을 내다 팔았다. 그 영향으로 주요 매도 대상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비중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외국인이 왜 이렇게 많은 주식을 내다 파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환율에서 답을 찾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을 정도로 약세여서 환손실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얘기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만약 환 손실이 두려워 주식을 판다면, 채권은 더 많이 매도해야 한다. 주식은 하루 등락 폭이 30%여서 환율 변동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있지만, 채권은 1년에 금리가 3% 밖에 안 돼 환차손을 입을 경우 회복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40원 정도만 변해도 1년동안 받을 수 있는 이자가 모두 사라지는데, 외국인이 이를 피하려 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찾은 다른 이유가 미국 시장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해외 주식매수가 흔한 일이 됐다. 해외투자 역사가 100년이 넘는 미국은 더하다. 우리 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살 때 국내 시장 움직임은 중요한 참고 사항이 된다. 코스피가 상승하면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더 많은 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한국 주식, 세계 두 번째로 외국인 보유 비중 높아   

 
이렇게 늘어난 자금의 대부분이 우리 주식에 투자되지만, 미국 주식을 사는 금액도 늘어난다. 전체 액수가 커지면 일부분도 커지는 원리 때문이다. 이 그림을 거꾸로 생각하면 우리 주식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를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주가가 하락하면 미국 투자자들이 돈을 적게 넣기 때문에 우리 시장에 대한 매도가 늘어나는 것이다.  
 
올해는 미국 주식시장 하락이 외국인 매도를 가져왔다는 앞의 설명이 맞다. 문제는 지난 2년이다. 미국 주식시장이 빠르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50조원 가까이 주식을 내다 팔았다. 미국 시장 움직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게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줄이는 과정이란 설명이다. 최고로 많을 때에 외국인은 우리 주식의 32%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다. 1위는 멕시코다. 둘은 외국인의 투자 형태가 다르다. 멕시코는 미국과 합작해 설립된 기업이 상장되면서 자연스럽게 지분율이 높아진 반면, 우리는 외국인이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여서 지분율이 높아진 형태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 시장의 외국인 보유비중이 세계 수위권임을 알 수 있다.
 
과거에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경우가 두 번 있었다. 한번은 외국인 매수가 허용된 초기인 1990년대 중반이고, 다른 한번은 외환위기 직후 기업구조조정이 가닥을 잡아가던 2000년대 초반이다. 1990년대 외국인 매수는 정해진 날짜에 허용된 보유 비율을 채우는 형태로 진행됐다. 예컨대 기존에 10%까지만 허용되던 외국인 보유 비율이 7월에 12%로 범위가 넓어질 경우, 늘어난 2%를 채우는 방식이었다. 주식시장 개방 초기에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보유 비율이 높아질 때마다 외국인 매수가 크게 늘었다. 이 매수가 쌓여서 외환위기 직전에 외국인 보유비율이 15%가 됐다. 
 
지난 2002년 이후 외국인 매수는 우리 시장의 미래를 보고 투자한 형태다. 외환위기와 미국의 IT버블 붕괴로 주춤했던 외국인 매수가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다시 늘어났다. 기업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면서 이익 규모가 달라질 거란 기대가 작용한 결과다. 많을 때에는 한 달에 외국인 주식 보유비율이 3%포인트이상 늘어났는데, 그 결과 외국인이 우리 주식의 3분의 1을 보유하게 됐다. 지금은 보유 주식이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어서 거리낌없이 매도하고 있다. 주요 해외시장의 외국인 주식보유비중이 20%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외국인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매도가 무조건 주가 하락은 아냐 

 
‘외국인 매도=주가 하락’관계는 맞는 걸까.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눈에 띄게 내다 판 적이 없기 때문에 증명하기 어렵다. 대신 반대의 경우 즉 ‘매수=주가 상승’이란 관계가 성립하는지 보면 둘이 관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한 사례가 두 번 있었다. 한번은 2003년 6월이고, 또 한번은 2009년 5월이었다. 두 번 모두 대세 상승이 시작되는 시점이었고, 2~3개월동안 시가총액의 3%에 해당하는 주식을 순매수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3년 6월에는 외국인이 3개월에 걸쳐 시가총액의 3.4%에 해당하는 8조9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요즘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70조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주가는 외국인이 매수하는 동안 623에서 767까지 23% 상승했다. 2009년 5~7월에도 시가총액의 2.7%, 총 20조원에 달하는 순매수가 있었다. 그 덕분에 코스피가 1400에서 1700까지 300 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시가총액의 3%에 가까운 순매수가 이루어졌다는 점, 그리고 두 경우 모두 대세상승이 시작되는 때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대 상승은 인상적인 형태였다. 이 상승이 외국인 매수 때문인지, 대세 상승 덕분인지는 정확히 구분하기 힘들다. 외국인 매수가 끝난 후에도 주가 상승이 계속됐던 걸 보면 대세 상승의 영향이 상당했던 걸로 보인다.
 
대세 상승이 아닌 경우에는 외국인 매수의 영향력이 작았다. 2001년에 외국인이 주식 매수에 나서 한 달 동안 시가총액의 1.5%에 해당하는 2조9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적이 있다. 외국인이 매수하는 동안 코스피가 520에서 600까지 상승했지만, 매수가 끝나고 한 달 만에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외국인 매수가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에 그친 것이다.
 
상반기에 외국인이 17조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 했다. 시가총액의 1%도 안 되는 돈이다. 앞에서 한 달간 시가총액의 1.5%에 해당하는 주식을 매수했지만 주가가 매수 중단과 함께 제자리로 돌아온 사례를 봤다. 한 달간 1.5% 매수도 영향이 크지 않았는데, 6개월간 1% 순매도의 영향은 더 작을 수 밖에 없다. 외국인 매도는 실제 영향보다 역할이 부풀려져 있다.   
 
코스피가 한 때 2300 밑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1310원을 넘어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긴축에 대한 우려로 시작된 주가 하락이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로 증폭되면서 하락 폭이 커졌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주가가 이미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2300 아래로 떨어졌던 주가가 이 선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불안 심리 때문에 주가를 밀어 내리려 하지만 좀처럼 밀리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주가는 밀리지 않으면 반대로 올라간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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