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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올라야 추세적 반등 가능해 [이종우 증시 맥짚기]

하반기엔 기업 비용 증가에 실적 감소할 듯
주가 많이 떨어지고 반등 폭 적은 종목 사들여야

 
 
삼성전자 매수세가 이어지지 않으면 코스피 반등은 쉽지 않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코스피가 2500을 눈앞에 뒀다. 한 달 전에 어디가 바닥인지 모를 정도로 하락했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몇 개 요인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먼저 가격 변수다. 배럴당 120달러까지 올라갔던 국제유가가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의 발목을 잡았던 인플레이션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시장금리도 고점에서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한때 기준금리와 비슷할 정도였는데, 주가 상승에 큰 도움이 됐다. 최근 가격 변수 안정은 금리, 환율, 주가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몇 달 동안 투자자들의 공포심 때문에 가격의 크게 변동했다. 그 와중에 주가는 지나치게 하락했고, 금리와 환율은 실력보다 높아졌다. 이런 부분이 해소되면서 새로운 균형이 만들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기업실적이다.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보다 각각 3%, 5%가 더 높았다. 실적 발표가 시작되기 전에 경기가 좋지 않아서 이익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기업 실적도 모양이 비슷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에 속하는 종목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각각 2%, 3% 더 많았다. 
 

추세적인 주가상승 요인 찾기 어려워   

 
똑같은 실적이라도 발표 전에 시장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느냐에 따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이익이 많이 나올 거라고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더 나오는 것보다, 이익이 좋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가 그보다 이익이 더 나오는 게 주가에 도움이 된다. 미국 빅테크 기업 한두 개의 실적이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줘 주가를 끌어올린 것도 이익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덕분이다.  
 
인플레이션이 풀릴 조짐도 있다. 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됐던 공급 병목현상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 제조업체의 배송시간지수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배송시간 단축은 생산자물가 안정에 도움을 준다. 주식시장에는 악재와 호재가 항상 같이 존재한다. 한 달간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이전부터 있었던 것들이다. 다만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호악재보다 시장에 더 중요한 건 한 달 전에 부정적인 요인들만 보던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요인에도 눈을 돌렸다는 사실이다. 투자심리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인데, 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주가가 오르자 고민이 하나 생겼다. 최근 상승이 단순 반등인지, 아니면 추세적인 상승의 시작인지 판단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단순 반등이면 주가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한다. 반대로 추세적인 상승의 시작이라면 주가가 주춤할 때마다 주식을 더 사야 한다.  
 
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동안 9번의 반등이 있었다. 코스피의 평균 반등 폭은 15% 정도였고, 반등 기간은 30일 정도였다. 같은 시간 S&P500지수와 나스닥의 평균 반등 기간과 반등 폭도 39일과 15%로 코스피와 비슷했다. 이 정도가 펀드멘털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주가가 반등할 때 갈 수 있는 한계다. 반면 2003년 시작된 대세 상승 때에는 주가가 상승을 시작하면 5~6개월간 이어졌고, 상승률도 50%를 넘었다. 이렇게 둘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한 달간의 상승이 어떤 성격인지 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까지는 반등으로 보는 게 맞다. 주가가 낮다는 점 말고 딱히 상승요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2분기 실적이 생각보다 좋았지만 그게 미래 실적까지 담보하는 건 아니다. 7월을 지나면서 하반기 실적 전망치가 빠르게 내려오고 있다. 비용이 증가해 마진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간에 따라 기업실적을 좌우하는 요인이 달라진다. 1분기에는 공급망 교란, 반도체 부족, 운송비용 등 공급 차질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주로 돈을 더 벌 수 있는데 주변 여건 때문에 벌지 못한다는 짜증이었다. 2분기에는 임금, 원자재 가격, 금리, 인플레이션 등으로 화제가 바뀌더니, 최근에는 마진 하락과 관련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비용이 늘어날 수 있는 요인이 많아서, 기업의 마진이 축소되고 그 영향으로 이익을 줄어들 거란 우려다. 실제로 하반기에는 에너지 업종을 제외하고 마진이 나아질 가능성이 있는 업종이 전무한 상태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견디면서 마진을 개선할 능력이 있는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내년 이익 전망도 좋지 않다. 우리 기업이익 전망은 지난 몇 달간 빠르게 하락하다 지금은 소강상태가 됐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임금과 서비스 물가 상승의 영향도 크다. 미국의 경우 임금 부담이 개선되려면 실업률이 5% 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현재 3.9%를 기록 중이다. 앞으로 마진 개선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익 전망이 악화되는 동안에는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낮아진 주가를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쉽지 않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매도가 늘어나는데 이익이라는 뒷받침 없이 매도를 막아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코스피보다 코스닥 상승 폭 더 커  

 
7월 6일 2292까지 떨어졌던 코스피가 8%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은 11% 올랐다. 삼성전자로부터 반등이 시작됐기 때문에 코스피가 더 강할 거라 기대됐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코스피가 2400을 넘은 후 네이버와 카카오의 상승이 빨라졌고, 게임주도 본격적인 반등에 나섰다. 그 사이 삼성전자는 상승을 이어가지 못하고 멈춰 서버렸다. 대표주에서 시작된 상승이 시간이 갈수록 다른 종목으로 옮겨가는 형태였다.
 
당분간 가격이 가장 중요한 투자 종목 선정이 이유가 될 것이다.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반등을 적게 한 종목일수록 유리하다.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 달 전처럼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싸일 때는 적정 주가에 주식을 매매하는 것보다 주식을 덜어내는 게 더 큰 목표가 된다. 당연히 주가가 기업의 본질적 가치보다 내려올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떨어진 주가는 시장이 안정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지금 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종목의 주가가 오른 후 삼성전자처럼 처음 상승을 이끌었던 종목으로 매수가 다시 이동하면 코스피가 한 단계 더 상승할 수 있다. 삼성전자로 다시 매수가 넘어가지 않으면 이번 상승은 반등 이상으로 발전하기 힘들다. 이렇게 보면 주식시장의 열쇠는 삼성전자가 쥐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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