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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에 뒤통수 맞은 현대차… 한국GM도 덩달아 ‘불안’

105억달러 투자 약속에도 美 보조금 대상 제외
학계 “조속한 노사 합의 통한 전략 변경 필요”
전기차 배정 필요한 한국GM도 영향 받을지 주목

 
 
 
 
 
현대차는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맞춰 미국 조지아 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면담하며 악수하는 모습.[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법안에 서명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대규모 현지 투자를 약속한 현대차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제너럴 모터스(GM)의 한국 사업장인 한국GM의 전기차 생산물량 배정에 대한 가능성도 작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의 전동화 전환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역대급 투자 선물에 보답은 ‘패싱’

현대차그룹의 미국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제동이 걸렸다. 전기차 시대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선구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힌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글로벌 핵심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55억 달러를 투입해 전기차 전용 생산 거점을 만들고, 자율주행·도심항공교통(UAM)·인공지능(AI) 등에 50억 달러를 추가해 총 105억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한국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에 감사하다”며 “8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과 근로자 및 사업자들의 경제적 기회 등이 기대된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지난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해당 법안에 따라 올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는 북미에서 최종적으로 조립이 완료된 제품으로 한정됐다. 미국 현지에 전기차 생산시설이 없는 현대차는 당분간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아이오닉5와 EV6 등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섰던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악재다. 시장조사업체 Canalys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3만3556대를 판매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선전한 덕분이다. 이 기간 현대차그룹은 테슬라(25만9790대) 다음으로 많은 전기차를 미국 현지에 판매했다. 미국의 토종 자동차 브랜드 포드(2만2979대), 제너럴 모터스(7674대)보다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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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는 현지 세제 혜택이 사라짐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를 구매하려면 기존보다 1000만원 내외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가 오는 11월부터 gv70 전동화 모델을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지만, 볼륨 모델이 아니라는 한계 등이 있다.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을 세우기로 한 계획은 2025년에나 실현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보조금 대상에서 아이오닉5, EV6가 제외됐다”며 “앞으로 2년 정도는 해당 모델을 팔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생산 계획을 앞당겨야 한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라인을 전환하는 작업은 빠르면 6개월 내로 가능하다”며 “내년에는 전기차 생산이 가능할 수 있도록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며 “문제는 노사간 합의다. 이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단체협약에 따라 특정 모델의 생산시설을 이전하기 위해 노조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킨 가운데, 한국GM이 전기차 생산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인천 부평에 위치한 한국GM 부평공장. [연합뉴스]

한국GM은 전기차 배정 가능한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또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인 한국GM의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까지는 한국GM이 차세대 모델을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경영정상화를 이뤄낼 경우 새로운 전기차 배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실판 아민(Shilpan Amin)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미국 미시간주 워런에 위치한 GM 밀포드 프루빙 그라운드(Milford Proving Ground)에서 한국 취재진과 “(전기차)생산 및 시기 등을 포함한 모든 제반 요소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로 사실상 국내 전기차 생산물량 배정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이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한국GM 노사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전기차 생산물량의 국내 배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물론 미국 외 지역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앞서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 철수, 오펠 브랜드 매각 등을 통해 발을 뺀 GM이지만 최근 재진출 의사를 밝힌 상태다.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GM은 기존 진출국 외에 유럽,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 글로벌 시장에도 전기차를 출시하는 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의 이번 법안은 FTA 무효화뿐 아니라 유럽, 동남아 등 다른 국가의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의 전환이 이미 예정된 상황에서 완성차 업계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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