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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 힘썼는데 이자장사라니”…‘예대금리차 공시’ 개선돼야

22일 예대금리차 공시 공개 후폭풍…상위권 은행들 해명 줄이어
은행 개별 특성 제대로 반영 안 돼…예대금리 공시 개선 필요해
‘공시 맞추기’ 급급하면 오히려 서민금융 지원 줄어들 수도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은행 ATM 기기.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은행 ATM 기기. [연합뉴스]

지난 22일 처음으로 은행권의 월별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가 공시된 가운데 은행들의 해명이 줄을 잇고 있다. 각 은행별 특수성을 감안해 예대금리차 공시를 바라봐달라는 것이 해명의 주 요지다. 예대금리차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은행’으로 치부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예대금리차 공시를 의식해 앞으로 고금리가 적용되는 저신용자 대출 같은 상품 비중을 의도적으로 줄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면 서민들을 위해 도입된 예대금리차 공시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어 공시 제도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민금융 비중 높인 은행들 “억울하다”  

2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7월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신한은행이 1.62%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이어 농협은행 1.4%포인트, 우리은행 1.4%포인트, 국민은행 1.38%포인트, 하나은행 1.04%포인트 순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토스뱅크가 5.60%포인트, 케이뱅크가 2.46%포인트, 카카오뱅크가 2.33%포인트를 기록했다. 은행권 전체로 보면 가계 예대금리차는 전북은행이 6.33%로 가장 컸다.  
 
이처럼 예대금리차가 공시돼자, 대출금리와 수신금리 격차가 큰 은행들의 해명이 이어졌다. 
 
신한은행은 “햇살론 등의 고금리 서민지원대출을 적극 지원하다보니 격차가 커진 측면이 있다”며 “고객의 금리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전세자금대출 2년 고정금리물 출시 및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를 적극 취급해 대출금리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전북은행 역시 “햇살론뱅크, 햇살론유스 등 서민금융 연계대출 비중이 높은 것이 예대금리차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토스뱅크는 “출범 초기 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고객을 적극 유치했고 주력 상품인 2% 수시입출금식 통장이 수신금리에 반영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예대금리차 상위를 차지한 은행들은 중·저신용자를 챙기고, 비교적 고금리인 서민금융 대출 비중을 높이다보니 예대금리차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은행별 가계예대금리차.

은행별 가계예대금리차.

 
대체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을 경우 평균 대출금리가 높아지므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신한은행은 5대 은행 중 지난해 서민지원대출금액이 1조원대에 육박하며 5000억~6000억원대인 다른 시중은행 대비 높다. 토스뱅크 또한 고객 10명 4명이 중저신용자 대출자로 전 은행권서 이 부문 비중이 가장 높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일반신용대출 등 대출의 부분별로 살펴보면 예대금리차 순위는 천차만별이다.  
 
분할상환 주담대 예대금리차는 NH농협은행이 1.94%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이 1.83%포인트, 이어 신한은행이 1.51%포인트로 뒤를 이었다.  
 
시중은행 중 일반신용대출 예대금리차에서도 신한은행은 2.48%포인트를 기록, 스탠다드차타드은행(2.91%포인트)과 NH농협은행(2.85%포인트)보다는 낮다. 신용점수별로 따지면 순위는 더 복잡해진다.    
 
이에 예대금리차 공시 결과만 가지고 ‘이자장사를 한 나쁜 은행’을 솎아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의 예대금리차 공시 기준은 고객들이 대출이나 예금상품에 가입할 때 참고 정도밖에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좀 더 상세한 부문별 공시가 있어야 고객들이 이를 정보화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대금리 공시, 오히려 서민 옥죄나

예대금리차 공시 자체가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정말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물론 시중은행들은 이달 예대금리차 첫 공시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수신(예·적금) 금리를 올려왔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의 평균 가계 예대금리차는 1.89%포인트였지만 7월 기준 1.37%포인트까지 하락했다. 이달이 첫 공시인 만큼 ‘1위 불명예는 피하자’는 분위기가 은행권에 확산된 영향도 컸다. 
 
하지만 은행권이 매달 예대금리차 공시 맞추기에만 너무 열중하면 정부의 도입 취지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도입한 예대금리차 공시가 오히려 그들을 옥죄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은행들이 향후 예대금리차 조절을 위해 고금리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임의로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또 수신금리가 오르면 결국 코픽스(COFIX)가 올라 대출금리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서민들의 알 권리 및 은행간 금리 낮추기 경쟁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취지와 별개로 오히려 서민금융 지원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 수신금리만 올리다가 대출금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은행권은 예대금리차 공시를 위해 서민금융 비중을 줄이거나 계획된 상품 출시 계획에 큰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조절을 위해 햇살론 등 서민금융 지원을 줄이거나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토스뱅크도 “앞으로 꾸준히 상품들이 출시될 예정이지만 예대금리차 때문에 억지로 수신금리에 반영되는 상품을 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업계에서는 이달이 예대금리차 공시 첫 달인 만큼 은행들이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예대금리와 연관된 상품 출시나 대출 비중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예대금리차 공시 이후 은행들의 불만이 이어짐에도 “수신·대출금리가 시장금리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가산금리·영업점 전결금리 등 은행의 다양한 금리정책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현재의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유지해 계속 경쟁을 유도할 것임을 시사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은 물론 정부 역시 은행 이자율에 매우 민감한 상황에서 은행들은 결국 이 공시 순위를 앞으로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이 예대금리차 격차를 줄이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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