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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강도 높은 통화긴축으로 달러화 강세 당분간 이어질 것"

[인터뷰]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파월 의장 잭슨홀 발언 이후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심화돼
무역수지 적자 맞물려 원·달러 환율 당분간 고공행진 예상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파월 의장의 매파(hawkish·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전했다. [방인권 이데일리 기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발언이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파월 의장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주가는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치솟는 등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심화하고 있다. 향후 파장은 어떻게 전개될까.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진 다음날인 8월 30일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을 만났다. 전 이사장은 “미국의 통화긴축이 강도높게 진행되면서 한미 금리격차는 확대되고 펀더멘탈까지 감안, 달러화 강세기조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무역수지 적자와 맞물려 있는 국내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Q : 파월 의장의 통화 긴축 발언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A : 파월 의장의 매파(hawkish·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분명한 메시지입니다. 지난해 인플레 요인이 크게 부각됐을때 연준의 초기대응이 너무 비둘기파(dovish·통화완화 선호)적이었다는 비난에 대한 반작용으로도 볼 수 있구요. 작년의 실책을 다시 범할 수 없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설령 경기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더라도 치솟는 물가를 확실히 잡겠다는 게 이번 발언의 핵심입니다.
 
Q : 잭슨홀 미팅 전만해도 미국경제가 인플레의 정점을 지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A : 지난 6월 9.1%에 달했던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7월 8.5%로 가라앉아 일부에선 물가가 피크아웃(정점 통과 후 하락국면 진입)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했어요. 국제유가와 글로벌 식량가격이 떨어지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었지요. 여러 기관들이 예측하는 기대인플레이션도 하락했구요.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파월 의장이 통화긴축을 강조하면서 물가 정점 논란은 일단 불식된 셈입니다.
 
Q : 9월 FOMC에선 기준금리 인상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겠군요.  
A : 물가 정점 논란이 불거졌을때만해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습니다만 이번 발언으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포인트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소 높아졌어요. 이럴 경우 6월과 7월에 이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이 되면서 기준금리 상단은 3%에 도달하게 됩니다. 향후 인플레 변화를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9월 연준 회의 전에 발표되는 8월 CPI 수준이 향후 연준의 정책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Q :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미 간 금리격차를 벌리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심화시키는 불안 요인이 될 텐데요.
A :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미 금리는 2.5%로 동일 선상에 있어요. Fed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이어지면 연말이면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1%포인트 정도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고 해도 과거의 경험이 그랬듯 대규모 외화자금 이탈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아요. 외화자금 유출입은 금리격차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주식시장에선 기업수익전망, 정부의 향후 정책기조 등 다른 요인이 긍정적일 경우 금리차가 있더라도 자금은 오히려 유입되곤 합니다.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Q : 미국 기준금리인상에 따른 금리 동조화(coupling)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A : 환율 때문입니다. 강달러는 미국 내에선 물가안정에 도움이 됩니다만 우리나라 유럽 중국 등 여타 국가들은 달러화 대비 자국통화의 약세에 직면하게 되지요. 이는 곧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상승을 더욱 부추기게 됩니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직후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강해지면 금리격차는 확대되고 달러화 강세속에 자국 통화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Q : 결국 달러화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겠군요.  
A :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은 강합니다. 인플레 대응을 위한 금리인상으로 성장세는 약화되겠지만 그 둔화의 속도나 폭은 유로존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지 않을 거에요. 더욱이 8월 실업률이 3.5%로 완전고용수준에 도달해 있어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전 세계가 농산물가격 급등에 직면해 있지만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고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덜 노출돼 있지요. 여기에 금융시장이 불안할수록 안전자산으로서 달러화 선호현상은 심화되겠지요. 이런 모든 요인이 강달러 현상을 받쳐줍니다. 이 같은 흐름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Q :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도 강화되는 분위기라고 하던데요.  
A : 최근 반도체 특별법(CHIPS and Sience Act)과 인플레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두 쟁점 법안이 통과되면서 리더십이 크게 강화됐습니다. 특히 인플레감축법은 친환경정책을 법안으로 구현한 역대 최대의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법으로 국내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 내에선 산업 경쟁력 강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어요.
 
Q : 미국은 가파른 금리인상에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중국경제는 심상치 않습니다.  
A : 중국경제가 어렵다는 건 한가지 지표만 보면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전 세계가 금리인상에 나서는 이 와중에 주요국 중 금리를 내리는 나라는 중국과 터키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중국은 가뭄에 따른 농산물 작황의 부진으로 추가 인플레 요인이 있고 생산자물가도 치솟는 상황이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쓰기는 어려워요. 그런데도 금리를 내린다는 건 그만큼 형편이 좋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부동산 부문 침체와 같은 경기 순환적 요인들에다 인구구조 악화, 폐쇄적인 정부 정책 등 구조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Q : 한국은 이번 위기에선 중국 효과를 보기 어렵겠군요.  
A :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가 위기를 빠르게 조기 극복할 수 있었던 건 당시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중국경제의 덕을 보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번엔 중국의 경기둔화가 심하고 부채문제, 생산가능인구감소 등 구조적 리스크가 크게 노출돼 있습니다. 여기에 제로코비드(Zero COVID) 전략에 따른 강력한 경제봉쇄정책, 알리바바· 텐센트 등 첨단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압박 등으로 경제의 역동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요.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경제의 둔화는 통상부문에서 큰 도전입니다
 
Q : 정책당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A :  8월까지 5개월 연속 무역수지적자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단기간 턴어라운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수출시장의 다변화가 필요하겠지요. 여기에 대중무역적자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으니 자본수지 측면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가 필요합니다. 일단 윤석열 정부는 민간기업의 활력을 키워 국가 잠재성장률을 높인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으니 이런 메시지가 계속 시장과 투자자에 잘 전해져야 합니다. 현장에서 실행되는 모습이 보일 때 금융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전 이사장=
▶1949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인디애나대 경영학박사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특보 ▶국제금융센터 소장 ▶우리금융지주 총괄부회장 ▶포스코 이사회의장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외교부 국제금융대사 ▶금융위원회 위원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송길호 이데일리 논설위원 겸 에디터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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