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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4' 외교 줄다리기 시작…가슴 졸이는 삼성·SK

글로벌 반도체 시장 불황, 영업이익 큰 폭 감소 전망

 
 
지난 5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사진 기획재정부]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관련 협의체 ‘칩4’ 예비회의가 열리며 반도체 동맹 간 외교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외교부는 28일 미국재대만협회(AIT) 주관으로 ‘미-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회복력 작업반 예비회의’가 열렸다고 같은 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한국‧미국‧일본‧대만이 회의에 참석했다”며 “회의는 화상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예비회의에서는 향후 작업반 준비 상황과 다음 회의 일정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칩4’ 라는 용어 대신 4개국 모임을 반도체 공급망 회복력 ‘작업반(working group)’으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당초 반도체업계에서는 반도체 강국인 한‧미‧일‧대만 4국이 뭉쳐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자는 내용의 칩4 동맹을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해왔다. 그런데도 동맹의 성격을 희미하게 하는 작업반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이를 두고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칩4 동맹이 체결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고립될 것을 우려하는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자 수위를 조절했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과 중국 견제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약 2800억 달러(366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 산업육성법’을 통과시켰고, 오는 10월부터는 미 상무부의 허가 없이 14나노미터(㎚) 이하 공정의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중국 기업에 장비 수출을 금지하도록 했다. 미국 상무부 대변인은 “군사 현대화에 적용할 수 있는 미국의 기술을 중국이 획득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포함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을 통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칩4 동맹 역시 이런 맥락에서 추진된 협의체로 알려졌었다.  
 

반도체 산업 ‘침체’ 예상…中 무조건 배제는 사실상 불가능  

문제는 ‘칩4’ 동맹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의 득실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침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의 거래에 지장이 생길 경우 충격이 가중될 수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3분기 D램 가격이 10~1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가격은 4분기에도 떨어져 3분기보다 15~18%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6~8월)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가 평균 12조85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8% 급감한 2조5512억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은 D램 수요의 35%를 차지하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30% 이상”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역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도 이런 상황을 우려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하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 지난달 8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칩4는 순수하게 경제적으로 접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폐쇄적인 모임을 만들어 특정 국가를 배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큰 수출 시장이고, 여러 산업 분야에서 협력할 여지가 많다. 우리는 전략적 차원에서 국익을 고려할 뿐”이라고 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연계해 우리에게 유리한 외교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북미지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의 정책이 우리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IRA의 세부사항 조정을 요구하거나 반도체 산업에서 무리하게 중국을 배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나 자동차 모두 우리나라에는 중요한 산업이다. 어느 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른 산업을 포기할 수 없다”며 “미국과의 정책 공조가 필요한 만큼 정부가 나서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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