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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버거 먹고 스니커즈 산다”...명품은 왜 레스토랑을 여나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구찌 오스테리아, 루이비통 팝업식당, 젠몬 누데이크
온라인 속 브랜드 경험 차별화에 한계 느껴 고안
오감 자극해 브랜드 경험 진입장벽 낮추는 역할
소비, 단순한 구매행위가 아닌 개성인식의 과정

 
 
구찌가 서울 이태원에 오픈한 레스토랑 모습. [사진 구찌]
명품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이태원에 ‘구찌 오스테리아’ 식당을 열고 미슐랭 3스타 쉐프가 만든 요리를 판다. 버거 하나에 2만7000원, 코스메뉴는 12~17만원 수준인 이 레스토랑의 예약은 오픈 하자마자 4분 만에 마감됐다고 한다.
 
루이비통이 지난 5월에 한 달여 간 운영한 팝업 레스토랑은 정식 오픈을 하기도 전에 사전 예약 시스템으로 모든 시간이 매진 된 것은 뉴스도 아니다. BTS멤버인 제이홉이 방문하는 등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가 내놓은 음식은 어떨까 궁금해하는 이들로 핫 플레이스가 됐다. 9월에도 청담동에 두 번째 팝업 레스토랑을 오픈하자마자, 30만원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예약권에 웃돈까지 붙었다.
 
서울 이태원동에 문을 연 브라이틀링 카페. [사진 브리이틀링]
스위스 명품 시계 브라이틀링도 올 초 일찌감치 브랜드샵을 오픈하면서 카페와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명품 시계의 브랜드 경험을 식음의 라이프 스타일로 표현해 명품 마니아들로부터 조용한 반향을 얻고 있다
 
한국이 낳은 아이웨어 명품 브랜드 ‘젠틀몬스터’도 일찌감치 심상치 않은 행보를 해 왔다. 압구정동의 새로운 플래그십 샵인 하우스 도산에 ‘누데이크’라는 디저트 카페를 열었는데 전국각지의 디저트 매니아와인스타그래머들의 성지가 되었다.
 
왜 이런 명품 브랜드는 자신의 업의 본질과 상관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 집착하는 것일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공간의 활성화는 2030세대는 물론이고 6070세대의 노년 세대까지도 온라인 속에서 브랜드를 경험하고 구매하게 만들었다.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브랜드는 다양한 방법으로 브랜드 경험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판매를 위한 기능적 공간으로서 오프라인의 역할은 상당 부분 온라인이 대체 하지만 브랜드 경험을 위한 공간으로서 온라인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우선 경험한 것이다. 팬데믹 기간이 브랜드에게는 패러다임 변화를 실감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온라인 속에서 제품과 서비스 경험의 차별화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특별한 브랜드 경험 

루이비통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채식음식. [사진 루이비통]
브랜드들이 식음분야에서 유독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패션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기 하기 위해 매장을 들러 브랜드를 경험하는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 천만원의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고객은 한시적이긴 하지만 브랜드 경험을 오감으로 즐길 수 있다. 
 
한마디로 브랜드 경험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새로운 명품의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들에게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이들을 본품의 고객으로 유입시키기 가장 좋은 카테고리인 셈이다.  
 
남성 그루밍 브랜드 올드 스파이스의 체험 마케팅은 브랜드샵 대신 바버샵을 오픈하는 것으로 실행됐다. 오하이오주립대 근처 쇼핑거리에 있는 올드 스파이스 바버샵은 남성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그들만의 감성으로 공간을 연출했다. 그런가 하면 이 공간을 올드스파이스는 남성 미용에 대한 콘텐츠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SNS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 스튜디오로 활용한다. 오프라인 공간은 고객의 브랜드 체험의 공간이자 온라인 콘텐츠의 제작 공간이 된 셈이다.  
 
침대 브랜드 시몬스가 침대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팝업 스토어를운영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018년부터 문을 연 경기도 이천의 시몬스 테라스는 침대회사가 만든 공간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복합 문화 공간이다. 연간 20만명 이상이 찾는 명소인 이곳에서는 지역 농가들과 연계한 시몬스 파머스 마켓을 열고, 지역 농산물을 판매한다. 
 
얼핏 침대와는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기기묘묘한 소품들을 판매하기도 한다. 서울의 성수동과 부산 전포동에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시몬스 하드웨어 숍을 여는 가하면, 서울 청담동에는 유럽 등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육가공 식품 판매점인 샤퀴테리 숍(Charcuterie Shop)을 콘셉트로 그로서리 스토어를 만들었다. 침대가 없는 이 모든 공간에는 삼겹살같이 생긴 수세미를 파는 가하면 ,쌀과 메모지, 농구공 등 독특한 물건을 판다. 
 
심지어 맛있는 버거를 팔기도 한다. MZ세대가5000원짜리 굿즈를 사며 재미를 느끼고, 맛있는 버거를 먹으며 시몬스에 대한 호감을 느끼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와 확산을 만들어 내는 브랜드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자신들의 업의 본질과는 얼핏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브랜드가 가진 문화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브랜드 체험을 하게 하며 브랜드의 팬덤을 만드는 공간인 것이다.
 

美 번 슈미트 교수가 설명한 ‘체험마케팅’ 일환 

서울 청담동 루이비통 메종 서울 4층은 레스토랑 공간으로 꾸며졌다. [사진 루이비통]
마케팅 이론의 차원에서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체험 마케팅이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번 슈미트(Bernd Schmitt) 교수에 의해 제안된 체험 마케팅에 따르면 전통적 마케팅의 편의와 기능 위주의 제품 마케팅의 틀을 벗어나 소비자의 전체적 체험을 자극하고 이를 감각적, 감성적으로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특정한 상품이 줄 수 있는 특징이나 이익이 아닌, 그것이 소비되는 과정 중의 체험 혹은, 브랜드가 가진 자기다움의 경험을 전달해 소비자의 마음속에 상품 또는 브랜드를 포지셔닝 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다시 말해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제품의 편익 이외에 오감을 통해 자극과 즐거움을 주고 교육과 도전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삶의 일부가 되며 그렇게 형성된 브랜드와의 유대감은 구매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소비는 더는 단순한 구매행위가 아니다. 소비 프로세스는 자신의 개성을 인식하는 과정이자 자아실현과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는가를 통해 그 사람의 성향을 유추하고 판단한다. 이러한 양상은 명품의 경우처럼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에 의해 더욱 강하게 일어난다. 
 
브랜드 팬덤은 이제 제품을 이용하는 순간뿐 아니라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모든 일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유대감 속에서 자라난다. 그리하여 구찌 가옥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구찌 스니커즈를 꿈꾸고, 비건 정신이 담긴 꽃 비빔밥을 먹으며 루이비통 백을 추앙한다. 그리고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영상(Oddly Satisfying Video)을 보며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침대 위의 잠자리를 꿈꾼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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