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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앞두고 이라크 14조 신도시 건설서 손떼는 한화건설

불확실한 위험 요인 높은 해외 사업 철수
"재무건전성 악화 요인 제거" 업계 분석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 전경. [사진 한화건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 전경. [사진 한화건설]

 
한화건설이 10년을 공들인 총 사업비 14조원 규모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중동의 오일 머니 시장이 국내 기업의 해외 먹거리로 부상하는 가운데 대어급 프로젝트에서 철수하는 배경에 대해 건설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7일 공사 기성금 지연 지급 및 미지급 등 계약 위반을 근거로 이라크 투자위원회(NIC)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는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 떨어진 지역 1830만㎡ 부지에 도로와 상·하수도, 태양광발전 등 기반 시설과 국민주택 10만 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101억 달러(약 14조5000억원) 규모다.
 
한화건설은 지난 2012년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수주하고 공사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한화건설은 국내 건설사 가운데 2012년 해외건설 수주액 3위 기업에 올랐다. 시공능력평가액 순위에서도 2013년 10위를 기록해 처음으로 10위권에 들어왔고, 2014년에는 9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하늘이 준 기회’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인 사업장이었다. 김 회장은 직접 사업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건설현장에 수차례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014년 김 회장이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에 직접 방문해 한국에서 조달한 광어회 600인분을 현장 직원들에게 격려차 전달했다”며 “이라크에서 가장 큰 신도시 개발사업인 만큼 김 회장이 건설현장에 야전숙소를 만들어달라는 우스갯소리도 할 정도로 사업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화건설의 의지와는 다르게 이라크 내부 정치 문제와 IS테러, 저유가 사태 등으로 건설환경이 점점 악화했다. 한화건설이 수주한 이후 약 10년 동안 이라크 총리만 4번 바뀌면서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예산 집행이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한화건설은 공사 대금을 1년 넘게 제때 받지 못했고, 개선 여지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이라크 정부에 사업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약 1000억원을 받은 이후로 1년 넘게 공사비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지난해 말부터 이라크 정부와 협의를 통해 사업을 진전시키려고 했지만 개선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철수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한화건설이 대형 프로젝트인 것에 비해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고 사업 지연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 사업 철수를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손실 규모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생산에 성공하고 가동률 조건을 갖춰야만 최종 계약 대금을 지급하는 플랜트분야와 달리 주택분야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손실액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10만 가구 가운데 3만 가구를 지었고 이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선수금과 기성 공사비로 약 43억2200만 달러(6조1588억원)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도 “현재 공사 미수금은 6억2900만 달러(8963억원) 수준인데 환율에 따라 계산을 해봐야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지만 선수금을 상계처리하면 실제 손실 비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사업이 더 지연돼 손실액이 커지기 전에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다음달 한화와 합병을 앞둔 한화건설이 불확실한 해외 발 부실 위험 요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0년간 공을 들였던 이라크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화건설은 오는 11월 1일 ㈜한화에 흡수합병될 예정이다. 
 
금융투자(IB)업계 관계자는 “한화건설에 향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성이 큰 해외사업이 남아있다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라크 초대형 사업이지만 그룹의 재무건전성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부실 요인소들을 해소하기 위해 눈물의 ‘손절’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계약 해지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약 3주간의 유예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라크 정부와 한화건설의 협상 여부에 따라 공사 재개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황이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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