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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악재에도 태양광·배터리는 '맑음' [IRA가 불러온 산업 생태계 변화①]

“기회 왔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한화·OCI, LG엔솔·SK온

 
 
 
한화솔루션이 12일 한화큐셀 진천공장에서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태양광 셀·모듈 제조 현장을 둘러보는 미디어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미국이 자국 기업 육성과 핵심 산업을 보호를 위해 시행하는 법안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우리 기업의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단기적으로는 우리 자동차 기업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태양광‧배터리 기업은 오히려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IRA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공급망 구축 법안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82조원)를 투입하는데,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보조금을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내용은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전기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현대차‧기아는 당장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IRA, 태양광‧배터리엔 호재

미국의 IRA 시행으로 우리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 전문가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말한다. IRA가 우리 기업에 타격을 주는 내용만 담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칠레·우루과이·아르헨티나 등 남미 3개국 공식 방문을 마친 한덕수 국무총리는 귀국 경유지인 미국 애틀랜타에서 현대차, SK온, 포스코 관계자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한 총리는 좌담회에서 “미국 IRA는 유가가 급등하는 데 따르는 인플레이션 대책으로서 집행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IRA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정책으로 작동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IRA 시행으로 현대차가 가까운 시일에 큰 피해를 볼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업이 친환경 기술 투자를 늘리면 큰 혜택을 볼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IRA는 청정 제조시설 투자, 첨단 제조생산 등에도 세액 공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미국에 생산 기지가 있는 태양광 모듈 기업이나 배터리 기업은 수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실제 IRA 시행으로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의 절반을 받으려면 배터리의 핵심 자재(리튬·니켈·코발트 등)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나머지 절반의 보조금은 북미에서 제조하는 배터리의 주요 부품(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은 2028년 100%까지 확대된다. 결국 북미 지역에서 나온 원료로 해당 지역에서 만든 배터리를 써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이른바 K-배터리 기업으로 불리는 우리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일 호주 시라(Syrah Resources Limited)와 천연 흑연 공급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2025년부터 시라가 미국 루이지애나주 공장에서 양산하는 천연 흑연 2000톤(t)을 LG엔솔이 공급받는 게 골자다.  
 
시라는 세계 최대 흑연 매장지로 불리는 아프리카 모잠비크 광산을 소유해 운영 중이다. 내년부터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도 생산공장을 가동하는데, 여기서 확보한 흑연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배터리 제조에 들어가면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양사는 앞으로도 협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LG엔솔은 앞서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 아발론, 스노우레이크 등에서도 황산코발트 7000t·수산화리튬 25만5000t을 공급받기로 한 바 있다.
 
SK온은 지난 11일 호주 레이크 리소스에 지분(10%) 투자를 단행하고 친환경 고순도 리튬 23만t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전기차 49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이를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정제해 북미 사업장에 투입할 경우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업체들은 미국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국내 주요 태양광 관련 기업 중 하나인 OCI는 미국 텍사스주 태양광 모듈 생산 자회사 미션솔라에너지(Mission Solar Energy) 공장 생산능력을 210㎿에서 1GW로 증설하며 미국 태양광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4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OCI는 IRA 시행 이후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미국 태양광 시장 성장세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부문인 한화큐셀은 최대 18억 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셀·모듈 공장을 미국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큐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내 태양광 생산거점을 보유한 기업으로 2019년부터 조지아주 돌턴의 2만7000㎡ 규모 공장에서 연 1.7GW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화솔루션은) 미국 IRA 정책에 따른 국가대표 수혜주”라며 “2023년부터 AMPC(첨단 제조 생산세액공제) 수령이 기대되며, 가장 먼저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남미 3개국 순방을 마치고 1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 도착, 웨스틴호텔에서 전기자·배터리 관련 한국 기업 초청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관 협력해 인센티브 최대한 활용해야”

산업통상자원부·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개최한 IRA 주요 인센티브 활용 설명회에서도 IRA에 대한 전략적 활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대진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개회사를 통해 “그간 IRA 내 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세액공제 관련 사항이 주로 알려졌지만, 청정 산업 인프라 확충을 위한 광범위한 생산·투자 촉진 방안이 포함됐다”며 “미국에 진출·투자하려는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IRA 인센티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민관이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교 산업연구원(KIET) 부연구위원은 “IRA는 첨단제조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 기업이 단기‧중장기적으로도 수혜를 볼 수 있다”며 “배터리의 경우 셀 제조와 소재·리사이클링 시장까지 진출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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