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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혁신기업에 숨통…장벽 넘어 사업 기회 제공

대한상의, 샌드박스 승인과제 88%, ‘한국에만 있는 규제 장벽’
모빌리티·의료·공유경제 샌드박스 통해 사업 물꼬

  
 
 
지난 6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인 ㈜로보티즈를 방문해 로봇전시실에서 주력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6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인 ㈜로보티즈를 방문해 로봇전시실에서 주력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기업 규제를 해제해 혁신 사업자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열어주는 규제 샌드박스가 산업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31일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 지원센터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과제와 규제현황 분석’ 보고서는 “규제 샌드박스가 국제적 흐름과 단절돼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푸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규제 샌드박스란 법과 제도를 일부 풀어 혁신 사업자에게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다. 대표적인 규제 샌드박스 사례로는 ‘비대면 의료’가 꼽힌다. 미국, 영국, 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시작된 비대면 진료 사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지만, 한국에선 사업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재외국민 국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 의료진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 홈 키트(Home-Kit)를 활용해 집에서 성병 원인균 검사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 집에서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스마트 기기(Smart Glove, Smart Rehab-Robot) 등의 사업이 첫발을 뗐다.
 
자동차 관련 사업에서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규제 장벽 낮추기 사례가 이어졌다. 자동차 강국으로 불리는 미국, 독일 등에선 차량 소프트웨어를 무선 업데이트할 수 있는 ‘OTA 서비스(Over-the-Air)’, 자율주행차량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3차원 정밀지도 서비스’ 등이 가능했지만, 한국에선 사업이 어려웠다.  
 
자기 차량을 타인과 공유하는 차량 P2P(Peer-to-Peer Service) 서비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자가용을 활용해 병원까지 데려다주는 NEMT(Non Emergency Medical Transportation Service) 서비스 역시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사업이었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물꼬를 텄다.
 
대한상의는 2020년 5월부터 약 900일간 규제 샌드박스 민간 접수기구로 활동하며 규제 샌드박스 통과를 지원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상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과제(184건) 중 88%(162건)는 해외에선 가능하지만 국내에선 불가능했던 사업모델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한국에는 국제적 흐름과는 맞지 않는 규제 장벽으로 시작조차 하지 못한 사업모델이 많다”며 “규제 샌드박스는 개점휴업 중이던 사업들을 우선 허용해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승인과제를 보면 분야별로는 모빌리티(37건), 공유경제(26건), 의료(23건), 에너지(20건), 스마트기기(17건), 플랫폼(15건), 푸드테크(15건), 로봇‧드론(10건), 방송·통신(8건), 펫 서비스(6건), 기타(7건) 순으로 많았다. 모빌리티, 공유경제, 의료 분야에서 승인받은 과제가 전체 승인과제의 절반에 달했다.  
 
최현종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팀장은 “규제법령이 많고 이해관계자 반대로 신사업 진출이 어려운 모빌리티, 의료 분야에서 사업자들이 규제 특례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신산업이 생겨나고 있는 공유경제 분야에서도 불합리한 규제를 적용받아 샌드박스를 찾은 사례가 다수”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기업도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과 2021년 대기업의 비율은 18% 수준이었는데, 2022년(10월 기준)에는 32% 수준으로 1.7배가량 증가했다. 보고서는 “에너지, 방송·통신과 같이 대기업 중심으로 큰 투자가 이뤄지는 산업군에서도 신사업 추진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정밀화학의 경우 암모니아(NH3)를 수소(H2)와 질소(N2)로 분해한 뒤, 질소를 제거해 수소(H2)만 추출해내는 설비를, SK루브리컨츠는 폐윤활유로 새 윤활유를 생산하는 신사업을 규제 샌드박스로 승인받기도 했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관련 규제를 풀기 위해 승인기업, 유관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승인과제 184건 중 41개(22%)에 대한 규제개선이 이뤄졌다. 정비가 완료된 과제는 28개, 일부 법령이 정비된 과제는 13개로 조사됐다.  
 
다만 안전성이 검증된 과제나 규모를 넓혀 실증을 진행해야 하는 과제 등의 경우에는 부가적인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규제 샌드박스가 신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업들에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있지만, 아직 국내기업들은 다른 나라보다 강한 규제 환경 속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제도를 정비해 혁신기업이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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