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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빅브랜드 아파트, 시설은 하이엔드 시각장애인엔 로우엔드

4일 ‘점자의 날’ 찾아간 서울 부촌 아파트들
“미관 해쳐” 단지 내 점자 블록·안내판 미설치
장애인편의시설법상 선택사항도 무관심 원인

 
 
서울 반포에 위치한 4개 하이엔드 아파트 모두 길거리에서 점자블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연서 기자]
최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뜻하는 하이엔드 아파트는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에게도 최고급 아파트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11월 4일 ‘점자의 날’을 맞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하이엔드 아파트 4곳(르엘, 디에이치, 푸르지오 써밋, 아크로)을 방문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잘 갖추고 있는지 살펴봤다.
 

단지 내 거리엔 점자블록 찾기 어려워

4개 단지 내 거리에는 공통으로 시각장애인의 길 안내를 돕는 점자 블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최고급 거주 환경을 제공한다는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이지만 미관상의 이유로 점자 블록을 설치하지 않았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반포르엘,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 반포 푸르지오 써밋, 아크로 리버파크. [김연서 기자]
반포 르엘의 경우 아파트 건물 1층에 보행자들이 다닐 수 있는 통로가 있다. 이 통로에는 점자 안내판이나 점자 블록이 전혀 없다. 단지 내에 조성된 공원에 설치된 다리는 휠체어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폭으로 조성돼 있지만, 시각장애인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표시판은 없었다.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의 경우 지형적 특성상 경사로가 많아 통행이 불편함에도 단지 입구에는 점자 블록이 없었다. 대부분이 경사로이고 출입이 가능한 뒤 쪽문은 길이 좁음에도 점자 블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유아차를 끌고 가는 입주민도 다니기에 어려워 보였다.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반포 푸르지오 써밋이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내부로 안내하는 점자블록은 없었다. 단지 내 거리는 폭이 넓게 조성돼 있었는데 차량 출입을 막기 위한 볼라드가 여러 개 설치돼 있다. 볼라드 앞에는 점자 블록이 없어서 시각장애인이 오갈 때 부딪힐 위험이 있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반포한강공원 앞에 위치한 아크로 리버파크 단지를 찾았다. 단지 내부는 평지로 되어있고 공간 사이마다 단차가 적어 이동이 편리했다. 다만 이곳 또한 단지 내 거리에는 점자 블록이 없었다.  
 

아파트 단지 내 거리에 점자블록 설치 의무 없어

서울 반포 르엘(위)과 아크로 리버파크(아래) 아파트 주출입구 모습. [김연서 기자]
이는 공동주택 내 점자 블록 설치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애인편의시설법령엔 공동주택의 경우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전용주택의 주 출입구와 도로 또는 교통시설을 연결하는 보도에는 점자 블록을 설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인 것이다.  
 
점자 블록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 표시로 선이 그어진 블록은 ‘직진’을 의미하고, 점 모양 블록은 ‘정지’,‘위험’을 의미한다. 블록이 튀어나와 있어 지팡이 등으로 감지하여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한 점자 블록은 잔존시력을 가진 저시력자를 위해 일반적으로 노란색으로 설치된다. 이 때문에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장애인편의시설법령에는 “대상시설 외부에서 건축물의 주 출입구에 이르는 접근로는 장애인 등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유효 폭·기울기와 바닥의 재질·마감 등을 고려하여 설치하여야 한다”는 의무 사항이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반포 르엘 아파트 동 입구는 경사로와 핸드 레일(난간)이 설치되어 있고, 핸드 레일에는 시각장애인 안내표시판이 설치되어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이 다니기에 편리했고 유아차나 휠체어가 오가기에도 널찍한 폭이다. 바닥재도 바퀴가 구르기 쉬운 재질로 되어있었다.  
 
아크로 리버파크 아파트 또한 통행로와 계단에 모두 난간이 설치되어있고 시각장애인 안내표시판을 설치해놓았다. 계단과 경사로의 핸드 레일에는 모두 시각장애인 안내표시판이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총 98만4813명으로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은 4만1220명이다. 서울 시민 10 명 중 1명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진짜 ‘하이엔드’ 아파트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시점이다.

김연서 기자 yons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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