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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성장 단계마다 선택과 집중해야 할 것은 다르다 [최안나 비즈니스 코치]

미 대통령 아이젠하워 ‘아이젠하워 매트릭스’ 통해 업무 우선순위 둬
창업가 혼란·불안 해결하려면 일의 우선순위 결정해야

 
 
11월 11일 서울 중구 브이스페이스에서 열린 '2022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데모데이 시상식에서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참석팀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창업가가 외부의 도움없이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운영하는 것을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이라고 한다. 부트스트랩(Bootstrap)이란, 일반적으로 한 번 시작되면 알아서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원래는 긴 부츠의 뒷부분에 달린 고리라는 의미다. 'pull one's own by one's bootstrap'이라는, 불가능한 일을 해낸다는 관용어구가 생겼다. 그 뜻이 변해,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상황을 개선한다는 의미가 됐다.
 
초기 스타트업은 이런 부트스트래핑 형식으로 일을 할 수 있다. 창업가는 이런 상황에서 일을 하다 보면 스스로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기에 모든 일이 중요해 보이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우선순위가 흐려질 수 있다.
 
헬스케어 솔루션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A 대표는 연쇄 창업가다. 과거에 창업을 몇 번 한 경험이 있고, 이번에 새롭게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아직은 팀을 꾸리기 전 단계인 상황이었다. 그는 코칭 과정에서 “코치님, 오늘은 일이 너무 많아서 압박감이 드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라고 토로했다.
 

창업가 혼자 모든 일 해결 불가능…일의 위임도 필수

필자가 현재 상황에 대해 들어보니 창업가 혼자서 프로그램 기획, 프로그램 강사 섭외, 마케팅, 영업까지 스스로 진행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당시 고객에게 데드라인에 맞춰 제공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는 상황인데도, 개인적인 교육 및 약속도 많은 상황. 필자는 “대표님은 약속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모두 지켜려는 책임감이 많다고 느낍니다. 제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창업가는 욕심쟁이입니다. 제 말이 어떻게 느껴지세요?” 그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음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가 업무 데드라인, 약속 등 이미 정해져 있는 것들을 모두 다 지키려고만 했던 것 같네요. 현재 데드라인이 있는 이 업무가 가장 우선순위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해진 시간은 있는데, 그 안에 많은 걸 하려다 보니 제가 더 압박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필자는 그 알아차림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오르는 것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지금 이 프로젝트 외에 다른 일정들은 바로 조정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먼저 이 일을 어느 정도 완료한 후에 다른 약속을 잡아야겠어요” 라며 바로 실행계획을 세웠다.
 
미국 34대 대통령 아이젠하워는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를 만들어 업무의 우선순위를 긴급성과 중요요도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창업가도 마찬가지다. 긴급하고 중요한 일은 최우선적으로 실행하고,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은 구체적인 일정관리 계획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은 타인에게 위임하고, 긴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으면 시간 낭비이기 때문에 지워버리고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한다.
 
창업가는 슈퍼맨이 아니다. 모든 일을 잘 할 수도 있지만, 그 일들을 동시에 그리고 한꺼번에 지금 당장 잘할 순 없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창업가와 소수의 팀원이 많은 업무량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일의 우선순위와 일정관리가 필수다. 창업가는 업무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일이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가능한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케파(Capability)도 가늠해야 한다. 이후 데드라인 등을 확인하여 일을 분배하고 진행한다.
 
A 대표는 다음 코칭 대화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니 한결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선순위를 정함으로써 실행력도 향상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에듀테크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B 대표는 투자 유치를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사업계획서에 어떤 사업영역에 집중할 것인가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3가지 영역을 놓고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했다. 3가지 영역 모두 모두 잠재력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사업계획서를 내려면, 한 개의 사업 영역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이다.
 
B 대표는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다. 필자는 이야기를 들은 후 “대표님, 각 사업 영역을 시작하는 순서는 얼마나 중요한 거에요?”라고 물었다. 그는 얼마 동안 생각하더니 “그러네요. 만약 3개 영역이 모두 자신이 있다면 그 순서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단기적으로 집중할 것을 선택하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해야겠어요”라고 답변했다.
 

스타트업 성장 단계마다 우선 순위 업무 달라져야

스타트업은 성장 단계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미국 작가 하워드 러브는 ‘스타트업의 J 커브(The Start-up J Curve)’라는 책을 통해 기업가적 성공을 위한 6단계(The Six Steps to Entrepreneurial Success)를 제시했다. 이 커브는 이상적인 창업의 단계가 스타트업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며, 각 단계에서 시간 순서로 도전과 기회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단계인 창업시작(Create) 단계는 아이디어, 팀, 자본이 핵심이다. 이 단계에서 스타트업들은 자신의 에너지와 개인 돈을 투자할 만한 아이디어를 확보하고, 함께 갈 강한 팀을 꾸려야 한다. 2단계는 출시(Release) 단계로 시제품이 출시되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며, 제품을 개선시켜야 한다. 3단계 변화(Morph) 단계는 처음의 아이디어에서 근본적 변화를 일으키는 시기다. 4단계 모델(Model) 단계는 비즈니스 모델을 최적화해 시장에 진입하는 단계다. 마케팅, 채널 구축 등의 자본이 필요해 투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인 만큼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기에, 조직문화 구축에도 노력해야 한다. 5단계는 확장(Scale) 단계로 본격적 성장을 도모하며,  6단계는 수익창출(Harvest) 단계로 IPO, M&A 등 엑시트(Exit)가 진행된다.
 
스타트업 창업가는 각 단계마다, 어떤 영역과 업무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해야 혼란과 불안을 덜 수 있다. 또한 인력, 비용 등 자원이 제한적인 스타트업에서 현재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우선순위가 확실하다면, 시간, 에너지, 비용을 적절히 분배하고 투입하면서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필자는 현재 스타트업의 성장을 조력하는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기구, 외국계기업, 스타트업 등에서 일했고, MBA를 졸업하고 심리학 박사를 받았다. 저서로는 〈영어로 내생각 말하기〉, 〈스타트업 PR〉이 있다. 유튜브 ‘안나코치’를 운영 중이다.
  

최안나 비즈니스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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