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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면하는 미국, 피할 수 없는 세계 경제의 고통”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미 금리 인상 ‘마이웨이’는 글로벌 경제 짓누르는 요인
국내 사정 고려한 한국은행의 적기 정책이 필요한 시기

 
 
 
아마존은 경기 둔화와 불황, 소비 감축을 전망하면서 1만명 감원을 단행하기로 했다. [AP=연합뉴스]
‘경기 하강’과 ‘완전한 고용’이 함께하는 기이한 현상. 미국 경제를 나타내는 말이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연준)를 그렇게도 애태운 물가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 물가지수는 소폭이지만 선방했다. 그럼에도 연준의 매파적 발언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말 최종 금리가 4.5%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최종 금리 종착점이 5%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여기저기 들려 온다.  
 
이러한 가운데 아마존은 경기 둔화와 불황, 그에 따른 소비 감축을 전망하면서 1만명의 감원을 단행하기로 했다.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닥칠 경기침체에 대비해 기업과 가계가 비용을 줄이고 현금을 비축할 것이라 했다. 애플과 넷플릭스를 제외하고 3/4분기 실적이 나빴던 빅테크 기업의 화려했던 영예는 초라한 주가 행진으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주가가 시장 상승을 크게 하회하고 있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역시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앞으로 1~2년간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일론 머스크는 연준의 매파적인 통화정책이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직은 견조한 미국 소비가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미국발 심각한 경기 침체가 올 것인가? 최근의 다우지수 상승세만 보면 꼭 그럴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착시일까? 다우지수는 특히 금리에 민감한 나스닥 지수와 디커플링한 상황이다. 뉴욕증시는 백신 개발에 따라 재개될 경제를 감안하여 기존 성장주와 가치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CNBC 매드머니 진행자 짐 크래머의 견해를 들어 보자.  
 
“5% 떨어진 클라우드 주식을 사는 것보다 10% 오른 항공주를 사겠다.” 
 
연준의 계속적인 매파 발언에 따라 연준의 정책 변화보다는 미국 경제가 소프트 랜딩하기를 기대하는 가능성과 시장에서의 다른 전략을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듯하다. S&P 500 지수에서 소재, 산업재, 에너지, 금융섹터의 강세는 이를 뒷받침해준다. 주식시장에서 지수 수준보다도 앞으로 변화할 주도 업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그래도 경기 침체가 온다면 미국 가계의 소비가 계속 증가할지 의문이 든다. 3분기에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은 여전히 1.4% 늘어났다. 2분기보다는 증가세가 둔화(2.0%)했지만 선방했다. 대신 미국의 가계 저축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 소비여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9월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은 3.1%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9월(4.3%) 이후 3% 저축률이 최근 몇개월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가계의 재무 상태는 매우 좋은 편이고 우려할 만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최근 시장 예상치를 웃돈 월마트나 베스트 바이의 실적은 미국 경제의 소비가 현재로선 탄탄하게 보이게 한다. 소비만 보면 미국 경제가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은 크지 않아 보인다. 임금 상승이 이어진다면 실질 소득은 다시 증가할 수 있다.  
 

경기 하강 속 고용 미스터리  

 
여하튼 경기는 불안한데도 아직 고용은 탄탄한 미스터리가 진행되고 있다. 통상 2개 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하면 경기 침체로 불린다. 지난 1분기와 2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은 기술적으로는 경기 침체를 의미했다. 당시 경기 침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그 이유는 고용이다. 실업률이 이렇게 낮은데 무슨 경기 침체냐는 것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경기침체 국면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맨큐의 경제학’ 저자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실직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침체에 빠졌다고 한다면 나는 매우 놀랄 것이다.”
 
다행히 3분기에 미국 경제는 플러스로 돌아섰다. 지금 해고 요인도 크지만, 노동 수요를 받쳐 주는 리오프닝 섹터의 수요가 아직은 괜찮아 보인다. 미국의 10월 실업률이 9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3.7%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26만1000명으로 다우존스 예상치(20만5000명)를 크게 웃돌았다.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사람들에게 수수께끼이다.  
 
WSJ 조사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에는 모두 12차례의 경기 침체가 있었고 이 기간 모두 실업률은 6%를 넘었다. 과거와 달리 고용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노동인구의 고령화, 이민자 감소, 경기 하강과 고용의 시차를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러한 고용시장 덕분에 내년 미국 경제가 0.5% 성장하며 간신히 경기 침체를 면할 것이라는 전망을 11월 14일 내놓았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올해 4분기 정점을 찍은 후 내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해 연준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지만, 미국 경제가 내년 경기 침체는 면할 것이다.”
 
물론 모건스탠리는 고용시장이 큰 폭으로 둔화하고 실업률이 계속 상승할 가능성을 제시하며 연착륙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긴축적 통화정책의 여파는 2024년까지 이어지며 향후 2년간 미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내다보는데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11월 2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1.8%, 내년 0.5%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와 같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봤다. OECD는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5.0-5.25%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연준에 대한 견제 목소리는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마이웨이'가 글로벌 경제를 짓누르는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FP=연합뉴스]
각국은 이제 미국이 빅스텝을 밟아도 베이비 스텝으로 가겠다고 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이다. 국내 자금 경색과 가계부채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마이웨이'가 글로벌 경제를 짓누르는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올 한해 개발도상국의 외환위기 가능성과 부채 급증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되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경우 시장의 공포 확산을 막기 위해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점점 힘을 받고 있다. 현재 금리 인상 방향은 개도국이나 취약 계층에 고통을 주고 있다. 나아가 세계 경기하강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게 중요한 금리인상의 대의명분이지만 미국으로 인해 세계 경제는 당분간 시름에 빠질 전망이다. 부동산발 시중 유동성 경색이 더 큰 폭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당국의 적기 정책이 필요한 사항이다. 미국의 0.5%포인트 금리 인상과 한국은행의 같은 폭의 금리 인상 효과가 더는 같을 수 없다. 11월 24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가 3.25%가 되어 향후 한미 간 금리 차가 벌어질 확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의 마이웨이에 동조하지 않고 한국은행이 국내 사정을 고려해 갈 길을 가야 고통을 줄일 수 있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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