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예금 금리, 그만 올려”…정기예금 5%대에서 멈추나
당국, 금리 인상으로 ‘자금확보 경쟁’ 자제 권고
대출금리 인상 속도 및 2금융권 자금조달 어려움↑
은행권, 10월에만 56조 자금 유치…내년 이자비용 급증 불가피
시중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더 올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수신(예·적금) 금리 과당 경쟁 경계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기준금리가 오를 때마다 수신금리를 높여왔던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5%에서 관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 내부에선 금리 경쟁을 당국이 막아주면서 이자비용 확대를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수신금리 인상 과당경쟁 자제 권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 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인 24일엔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융사의 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서 수신금리 과당 경쟁에 따른 자금 쏠림이 최소화되도록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23일에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권 자금흐름(역머니무브) 점검·소통 회의’를 개최하고 업권 내의 과도한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대출금리 추가 상승 ▶제2금융권 자금조달 어려움 가중 등을 유발한다며 금리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자금이 대거 은행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10월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한 달 동안에 56조2000억원이 유입돼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8월과 9월에도 각각 21조2000억원, 32조5000억원 증가했는데, 10월 들어 유입 규모가 더 커졌다. 이에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은행 수신 잔액은 187조5000억원 증가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조원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빠르게 높아졌다. 현재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연 최고 금리는 ▶농협은행의 ‘NH올원이(e)예금’ 5.10%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 5.00%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4.95% ▶KB국민은행의 ‘KB 스타(Star) 정기예금’ 4.28% 등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권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이자비용 수조원대
10월에 증가한 정기예금 잔액 56조원이 보통 1년 만기로 묶여 있는데, 내년 10월에 은행이 지급해야 하는 이자비용은 연 4.5%로 계산한다고 해도 2조5200억원에 달한다. 올해 하반기 들어 정기예금 잔액이 매달 20~30조원씩 증가했고, 연말로 갈수록 증가액이 더 커지는 분위기라 금리 경쟁을 멈추지 않으면 은행 입장에서 내년부터 수익성이 낮아지는 상황이다.
반면 금리가 거의 없는 수시입출식예금 잔액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96조8000억원 크게 감소했고, 여기에다 은행채 발행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가계대출까지 감소하고 있어 수신금리 경쟁이 가중될 수록 은행의 비용만 높아지는 구조가 굳어지는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금리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나서면서 정기예금 금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높은 금리로 인해 유입되는 과도한 자금도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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