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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침체 온다는데, 주식 투자 해야 할까?

[2023 경제 대예측] YES 80%

 
 
미국 달러의 환율 급등 여파로 각국의 고물가·고금리·긴축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달러와 유로 합성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인플레이션’, ‘고금리’, ‘킹달러’(달러 강세), 2022년 경제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들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공급망 교란, 이상 기후로 농산물 공급 부족, 에너지 수요 증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 부족 등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이 발생하며 50년전인 1970년대의 고물가를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노동인구 부족, 주거비 상승,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서비스 가격 상승 등 구조적 물가 상승까지 겹치며 고(高)물가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일본·중국을 제외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고물가로 인한 경제 충격을 잡기 위해 2022년 내내 고강도 긴축을 단행했다. 미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0%대 기준금리를 2022년 11월 4%까지 올렸고 한국은행은 3.25%까지 인상했다. 기준 금리는 0.25%씩 인상하는 것이 정상인데 한 번에 0.75%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미국은 4번 연속 단행했을 정도다.
 
금리가 오르자 달러도 급등했다. 달러 가치는 20년만의 최고치를 경신했고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고점인 1290원을 넘어 1440원까지 상승했다. 한국 원화 가치도 급락했지만 유로화·엔화 하락도 가팔랐다. 고물가·고금리·강달러 조합으로 유동성은 위축됐고 소비는 둔화됐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실적 추정치를 하향조정하기 시작했고 유통·의류 기업들의 재고는 급증했다. ‘유동성 위축+경기 둔화’ 조합은 주식 시장에는 재앙과 같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35%, 한국 코스피 지수는 -25% 급락했다.
 
이런 이유들로 많은 전문가들이 2023년 경기 침체를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 옳을까? 필자 답은 ‘예스(YES)’다. 경기 침체가 오기 때문에 투자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주가는 미래의 방향성을 미리 반영한다

주가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 3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 후 미래를 먼저 반영한다. 삼성전자는 2021년 3분기 15조8000억원이라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0 이익을 냈음에도 당시 주가는 8만원에서 6만8000원까지 15% 하락했다. POSCO홀딩스도 2021년 3분기 3조1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당시 주가는 34만원에서 33만원으로 뒷걸음질쳤고 실적을 발표한 2021년 10월 이후 1년여간 주가가 -30% 이상 하락했다.
 
하락한 이유는 명확하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POSCO홀딩스의 이익이 지금보다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주가는 이를 반영해 미리 하락한 것이다. 주가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반영하고 미래 방향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할 수 있다. 2022년 주식 시장을 괴롭힌 고물가·고금리·강달러 역시 방향성 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현재 금융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3가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다. 물가 급등은 금리를 빠르게 올렸고 달러도 강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2022년 6월 9.1% 상승하며 고점을 형성했고 2022년 10월 7.7%까지 상승폭이 둔화됐다. 원자재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2022년 9월 6.6%로 고점을 형성했고 2022년 10월 6.3%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23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상승폭이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물가상승률의 역기저 효과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2022년 1월 7.5%, 3월 8.5%, 5월 8.6%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은 전년도 물가와 현재 물가를 비교한 것이다. 전년도 물가상승률이 높았다면 기저가 높다는 의미로 2023년에 그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2022년처럼 높게 나오기 힘들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매월 +0.2%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평균치를 대입해보면 2023년 5월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3.4%를, 2023년 6월에 2.21%를 기록하게 된다. 평균 수치여서 틀릴 수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2022년의 높은 물가 상승률 자체가 2023년에 고물가를 완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인플레이션 선행지표의 하락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선행지표는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에 있는 ISM 지불가격지수다. 이 지수는 미국 소비자물가에 6개월 선행한다. 2022년 3월 87.1를 기록했던 ISM 지불가격지수는 2022년 10월 46.6까지 하락하며 기준점 50을 하회했다. 또 다른 선행지표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다. 중국 생산자물가는 미국 수입물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미국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중국 생산자물가지수는 2022년 1월 9.1%를 기록한 후 2022년 10월에는 -1.3% 감소할 정도로 급락했다.
 
셋째, 코로나19로 발생했던 비정상적인 물가의 정상화다.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는 2022년 6월 17일 이후 매주 하락세를 기록하며 2022년 11월까지 22주 연속 하락했다. 5000포인트를 상회하던 SCFI는 1300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중고차 가격 지수의 하락도 심상치 않다. 미국 중고차 가격지수는 2022년 10월, 전월 대비 -2.4% 급락하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운임지수와 중고차 가격이 정상 수준을 넘어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미국 연준의 긴축효과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경기 악화로 의류·가구 등 재화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소비가 둔화되며 제품 재고가 늘고 있고 이는 제품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섯째, 에너지 가격의 안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WTI)는 한 때 1bbl(배럴)당 120달러를 상회했지만 2022년 11월 79달러까지 하락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의 8%를 차지하는 에너지 가격의 안정세는 물가 피크 아웃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지표다.
 
여섯째, 렌트비(주택 월세)의 하락 가능성이다. 이 지표는 미국 소비자물가의 30%를 넘게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데 쉽게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행은 질로우(Zillow) 임대료지수가 미국 주택 렌트비에 12개월 선행한다고 밝혔는데, 질로우 임대료지수 상승률이 2022년 4월경 고점을 형성해 2023년 2분기부터 미국 주택 렌트비도 본격 하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쏠림은 반대 방향으로 전환을 가속화한다

2023년 경기 침체와 증시 급락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세계가 영국 연기금의 붕괴와 같은 더 많은 ‘깜짝’을 볼 수 있다. 통화긴축·인플레이션·우크라이나전쟁 등 경제 폭풍의 여건이 모두 갖추어졌다”고 말했고, 레이 달리오 미국 헤지펀드 업계 거물은 “금리가 6%까지 올라야 한다. 주가는 20%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레미 그랜섬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는 “슈퍼 버블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다. S&P500 지수가 2500선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공매도로 큰 돈을 번 마이클 버리는 “미국 증시는 추락하는 비행기, 극심한 고통이 불가피하다”고 비관론을 쏟아냈다.
 
2023년 경기 침체는 투자자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누구나 공감하면 반대 방향으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이상한(?) 시장이기도 하다. 경기 침체로 기업실적이 악화되면 주가는 급락할 것이고 주식 시장이 나빠질 텐데 왜 투자를 더 해야 할까? 현금을 늘리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이 많다. 지표로 얘기해보겠다.
 
코스피 지수는 과거 경기 침체가 발생한 해에 주가가 어떻게 움직였을까? 4번의 침체기(경기 사이클별 성장률이 저점을 형성한 해)가 있었다. 1993년·2001년·2009년·2020년 침체기에 놀랍게도 주식 시장은 모두 상승했다. 1993년 경제는 2.3%, 코스피는 28% 상승했다. 2001년 성장률은 2.4%였는데 코스피는 37% 상승했다. 2009년 경제는 -0.1% 역성장했는데 코스피는 50% 상승했고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경제는 -3.1% 역성장했는데 코스피는 31% 상승했다.
 
과거에 그랬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볼 수 없지만 침체기에 시장이 상승하는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 정부와 중앙은행은 긴축 정책을 접고 금융 완화로 선회하게 된다. 과거보다 높은 물가로 2023년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쉽지 않지만 연준 점도표에 따르면 2023년 2분기부터 금리 인상은 종료된다. 골드만삭스는 2023년 하반기에 한 차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년 2분기부터 금융장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둘째. 기저효과다.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난 다음해에는 대부분 강한 성장세로 전환됐다. 2023년 한국 기업들의 주당순이익 증가율은 +4.6%로 낮은 증가율이 예측된다. 하지만 2024년 주당순이익 증가율은 +17.2%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로 전망했지만 24년에 +2.7%로 올려 잡고 있다. 침체 후 성장은 증명된 공식이다. 주식 시장은 현상을 이해하고 그걸 그대로 반영하는 시장이 아니라, 방향성을 보고 움직이는 시장이다. 주가는 경기 침체가 오기 전에 하락하고 침체가 오면 상승하는 것은 그 다음의 성장을 예상하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비관론·하락으로의 쏠림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경기 침체를 반영한 주식시장, 우리가 2023년의 금융 장세와 2024년의 실적 장세에 초점을 맞추고 소수의 낙관론에 서야하는 이유다.

 

투자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고 있는 워렌 버핏. [EPA=연합뉴스]

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

코스피는 2022년 11월 2450포인트 기준으로 현행 PBR 0.94배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는 PBR 기준으로 지난 20년간 0.8~1.2배 사이에서 주로 움직였다. 2008년 금융위기 때 0.8배까지 하락했고 2021년에는 1.3배까지 상승했다. PBR 0.94배는 과거 평균과 비교 시 낮은 위치에 속한다. 기업들의 이익이 계속 쌓이면 주당순자산 가치는 늘어나게 되는데 2023년 코스피 PBR 1배는 2850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현재 코스피 2450포인트는 PBR 0.85배 수준으로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하는 저평가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증시는 이유를 떠나 저평가 상태임은 분명하다. 주식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본질이다. 확신이 없고 의심이 많아지고 비관론이 우세할 때 주가는 싸게 거래된다.
 
2022년 11월 14일 워렌 버핏은 세계 1위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 TSMC 주식을 5조원어치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TSMC는 중국 위험성과 업황 악화로 고점대비 주가가 40%나 하락한 상태였다.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 우려, 경기 침체로 인한 반도체 불황 우려가 큰 상태에서 모두가 TSMC를 버릴 때 워렌 버핏은 용기를 낸 것이다. 버핏은 과거에 “비관적 분위기일 때, 우리는 투자한다. 비관론이 좋아서가 아니라 비관론이 초래한 가격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이성적인 투자자의 적은 비관론이 아니라 낙관론”이라고 언급했다.
 
TSMC에 대한 투자 결과가 성공적일지 당장 알 순 없지만 수십 년간 투자로 막대한 부를 쌓은 워렌 버핏의 성공은 싸게 사는 것을 실천한 데서 나온 게 아닌가 생각된다. 보도 섀퍼는 저서 [이기는 습관]에서 “유리한 상황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리한 상황이 오면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대세상승장이 오면 인파가 시장으로 몰려든다. 이 때 돈을 버는 사람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때 시장에 들어온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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