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게이트 추적'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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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포인트’ 게이트 추적④] ‘띠앗‧미플’ 잊었나…머지 사태 또 터진다](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8/20/ecn748ecad1-2eba-4642-b951-f6d3a16059d2.353x220.0.jpg)
‘20% 무제한 할인 서비스’ 그리고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 머지포인트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머지포인트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상품권과 비슷한 개념의 모바일 플랫폼. 20%라는 파격적 할인혜택을 앞세워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제휴 가맹점수는 8만개에 이른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부는 정작 돌려막기식 땜질 경영으로 곪아 들어가고 있었다. 20%라는 높은 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사가 적자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수익구조였기 때문. 이른바 ‘머지포인트 게이트’는 결국 터질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서비스 제한 닷새 째.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 머지포인트 게이트를 추적해봤다. “대형마트 사용 가능, 20% 할인. 안 살 이유가 없었죠. 가맹점도 제일 많고…. 업력도 몇 년이나 되는데 누가 하루아침에 다 종료시킬 줄 알았나요.” “사실 이럴 수도 있다는 걸 머지포인트 구매할 때마다 충분히 인지했었어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니 언제든 튈지도 모른다. 그러니 쓸 만큼 조금씩만 충전해 놓자 했는데 결국….”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통해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검경 수사를 의뢰하면서 관련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피해자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는 분위기다. ━ 폰지사기와 흡사…과거에도 유사사례 수두룩 머지포인트 피해자들은 ‘폰지사기의 부활’을 외치며 과거에도 수 차례 비슷한 사건이 있었던 것을 볼 때 금융 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먼저 폰지사기와 유사성이다. 폰지사기는 신규 고객이 가입하며 낸 돈으로 기존 고객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 행태에서 유래한 용어다. 투자자들에게 약정한 수익금을 지급하기 위해 2차 투자자를 모집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금융사기 방식이다. 20%의 높은 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10만원, 20만원, 50만원 판매 금액을 높여 소비자를 모으고 구독서비스까지 확장한 머지플러스 방식이 이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한 피해자는 “머지플러스도 상품권 신규 구매 고객 돈으로 20% 할인 금액을 부담하는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할인가격 유혹을 넘지 못하고 피해액을 늘린 잘못이 크지만, 그럴듯한 미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괴이한 방식으로 돈을 챙긴 이들을 엄벌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에도 지금의 머지포인트 사태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4년, 영업 14년 만에 돌연 서비스를 중단한 띠앗이 대표적이다. 띠앗은 포인트 교환 사업의 선구자로 꼽히며 승승장구한 벤처기업으로 주목받았다. 2000년 사업을 시작해 200여개 제휴사와 3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회사로 성장했지만 포인트 사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서서히 몰락했다. 2013년 동종업계 기업들에게 인수의향을 타진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악화됐지만 이마저도 실패, 2014년 돌연 웹 사이트에 ‘공지글’ 하나를 올린 뒤 서비스를 중단했다. 갑작스러운 사이트 접속 실패와 전화 연결 불통으로 한동안 소비자들과 자영업자들은 발을 동동 굴려야 했다. 2013년 11월 론칭한 모바일 리워드앱 ‘미션피플’(미플)도 마찬가지다. 당시 SK계열사 서비스인에서 선보인 미플은 사용자가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면 포인트 등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적립된 포인트로 상품까지 구매할 수 있어 모바일 커머스까지 갖춘 리워드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사용자들끼리 단순 친구 초대하기 기능뿐 아니라 친구를 맺을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새롭게 추가하기도 했다. 단숨에 고객들을 끌어 모았지만 론칭 1년 뒤 돌연 자취를 감쳤다. 업계 관계자는 “미플은 사이트가 아예 없어지면서 관련 포인트가 모두 소멸됐고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면서 “띠앗이나 미션피플의 경우 포인트 개념이라 피해 파급력이 약했지만 지금의 머지포인트와 손님을 끌어들이는 방식, 비즈니스 모델로 보면 매우 흡사하다”고 꼬집었다. ━ ‘화’ 키운 당국…전금법 개정안 도입 필요 업계에선 당국이 머지포인트 사태에 대한 감독에 미리 나서지 않아 화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머지플러스가 201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최근까지 각종 이커머스에서 상품을 판매하며 유명세를 키우는 동안 금감원은 어떤 주의보도 발령하지 않는 등 서비스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머지플러스의 경우 선불업자로 등록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2년 넘게 영업을 지속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금감원의 부주의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한 이용자는 “금융당국의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어 도산할 경우 이용자들이 충전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제2, 제3의 머지 사태는 또 나올 것”이라며 “신규 금융서비스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이 드러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과)는 “머지포인트는 제한된 영역에서 쓰이는 상품권이 아니라 범용성을 획득한 전자화폐”라며 “선불금융업 행위기 때문에 다른 선불업자와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도록 시스템을 짜고 머지포인트를 보유한 소비자들은 금융자로 보호를 받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머지포인트 사태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전금법 개정안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전자화폐를 발행하는 기업에 대한 유동성·자본적정성 규제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8.18 18:32
4분 소요![[‘머지포인트’ 게이트 추적③] 다단계 판박이? ‘머지 4개 법인’ 미스터리](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8/20/ecn4ab9f8be-52f3-4964-a894-923dbf484c9e.353x220.0.jpg)
‘20% 무제한 할인 서비스’ 그리고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 머지포인트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머지포인트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상품권과 비슷한 개념의 모바일 플랫폼. 20%라는 파격적 할인혜택을 앞세워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제휴 가맹점수는 8만개에 이른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부는 정작 돌려막기식 땜질 경영으로 곪아 들어가고 있었다. 20%라는 높은 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사가 적자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수익구조였기 때문. 이른바 ‘머지포인트 게이트’는 결국 터질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서비스 제한 닷새 째.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 머지포인트 게이트를 추적해봤다. “비정상적인 할인율이죠.” 머지포인트 사태는 애초에 무리수를 둔 사업구조에서 촉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휴사 할인을 하는 전자금융업자는 많지만 머지포인트처럼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수익구조 뿐 아니라 머지와 관련된 회사로 추정되는 4개 법인도 의문스럽긴 마찬가지다. 머지포인트의 사업구조는 뭐가 다른걸까. ━ 기형적 구조로…제2의 ‘쿠팡·마켓컬리’ 꿈 우선 수익구조다. 일반적인 10만원 상품권이 유통된다고 가정해보자. 상품권업체가 가맹점으로 약 5% 할인된 가격(9만5000원)에 판 뒤 소비자는 가맹점으로부터 9만8000원에 상품권을 구입한다. 소비자가 상품권으로 소비를 하면, 상품권업체는 약 2~3개월간 현금을 보유한 뒤 여기에 약 2% 수수료를 제외하고 가맹점에게 상품권과 맞바꾼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상품권업체는 소비자에게 판매 후 지급받은 현금의 이자,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은 경우 발생하는 낙전 수입 등을 챙긴다. 이 방식은 업체와 소비자가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다. 가맹점은 판매촉진으로 인해 이익을 발생시키면서 서로가 윈윈하는 관계다. 머지포인트는 어떨까. 20%의 높은 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사가 적자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수익구조다. 10만원 이상의 고액 전자상품권 판매로 인지세도 발생한다. 여기에 결제 수수료도 발생된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결제대행업체를 통해 대금을 지급하는 것과 달리 머지포인트는 결제대행업체에도 대금 지급 수수료를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일반적 상품권 판매방식과 달리 소비자와 가맹점이 모든 이익을 독점하게 된다. 팔면 팔수록 손실폭은 더 커지는 기형적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해피머니 등 대부분 상품권업체들은 인지세 문제로 10만원 이상 고액 상품권 발행은 하지 않는다”며 “머지포인트 자체로는 돈 벌 길이 없고 투자자 발굴을 통해 새 수익처 확보를 노린 것으로 보이지만 구멍이 너무 많아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머지포인트 롤모델로 ‘쿠팡이나 마켓컬리’를 꼽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래 가치를 위한 계획된 적자를 보면서 거대 자본 투자를 받은 기업들. 머지포인트 역시 회원 수와 거래 규모만 가지고는 뚜렷한 이익 창출이 어려웠기 때문에 성공한 스타트업인 이들과 같은 전철을 꿈꿨다는 분석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금 30억원 뿐인 회사가 1000억원대 규모의 거래액을 고스란히 감내야해 했던 상황이다. ━ ‘머지홀딩스‧머지플러스’ 합병…누적 손실 없앴다? 머지 관련 4개 법인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4개 법인은 머지홀딩스·머지플러스‧머지서포터‧머지오피스. 머지포인트는 앞서 머지홀딩스라는 법인에서 론칭한 서비스였지만 2020년4월 머지플러스 설립과 머지홀딩스 청산을 거쳐 현재 머지플러스에서 운영 중이다. 2017년 7월 설립된 머지홀딩스 자본금은 1억원이다. 이 회사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3차례 증자한 뒤 2021년 2월 폐업됐다. 초창기 대표는 권남희 대표 동생인 권보군씨. 권씨는 2018년 11월 대표이사 신청착오 등기와 퇴임 등기가 완료되며 사임했지만 2020년 8월 사내이사로서는 중임했다. 머지플러스는 2020년4월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됐다. 초창기 사내이사는 역시 권보군씨. 권씨가 2020년 12월 21일 사임한 뒤 삼성전자 출신 권강현 대표가 취임했다. 당시 머지플러스 측은 고객 공지를 통해 “머지홀딩스와의 합병으로 누적손실을 모두 없앴다”며 “1차 유상증자(기업가치 1450억원)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유상증자를 밝히면서 투자유치 금액을 밝히지 않고 기업가치를 밝힌 부분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종의 착시현상을 통해 기업 규모를 부풀리기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기업가치 1450억원과 달리 실제 머지플러스가 증자 받은 금액은 27억원이다. 이를 통해 머지플러스 자본금은 30억원으로 늘었고 다시 3000만원을 증자하면서 30억3000만원이 됐다. 이후 약 5개월간 대표직을 유지해오던 권 대표는 2021년 6월 돌연 사임했고 동시에 지금의 권남희 대표가 취임했다. ━ 상식 벗어나는 재무구조, CB상환 배경은? ━ 머지 관련 법인은 두 곳이 더 있다. 지난해 10월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한 머지서포터가 그 중 하나. 모바일 상품권 및 관련 상품 판매업으로 등록된 이곳의 초기 대표이사도 권보군씨다. 그해 말 권씨가 물러난 뒤 현재 홍성하 대표가 취임한 걸로 등재돼 있다. 홍 대표 취임 직후 회사는 14억원을 증자 받아 자본금을 15억원으로 늘렸다. 특이한 것은 이 회사의 재무구조. 지난해 매출액 약 29억원, 영업이익 2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97%에 달하는 셈. 상식을 벗어나는 재무구조를 빗대 볼 때 업계에선 머지플러스로 벌어들인 매출과 예치금 상당액을 머지서포터에서 핸들링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특이한 법인은 머지오피스다. 등기부등본상 이 회사의 사업목적은 사업지원과 부동산임대업 등을 수행하는 곳으로 2019년 7월 머지피플이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자본금 1000만원으로 차려진 이 회사는 이후 수차례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2019년8월 5억원으로 1회 CB를 발행받은 뒤 2020년 3월 30억원의 CB를 2차로 발행했다. 2020년 11월엔 15억원의 CB를 연속으로 발행했고 2021년4월엔 머지오피스로 상호를 변경했다. 머지오피스는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7월말 발행받은 CB를 모조리 상환했다. IB업계에서는 비상장사의 CB발행도 일반적이지 않지만 CB발행 뒤 전환이 아닌 상환으로 종결된 점도 이상하다고 입을 모은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냥 대여도 아니고 CB 투자였다면 지분을 나눠가지려고 한 것인데 그것을 전환이 아닌 상환했으면 무언가 어긋났다는 걸 의미한다”고 추측했다. CB 자체가 전환을 전제로 발행하고 상환을 안전장치로 두는 건데 상환했다는 건 이 회사에 대해 알지 못했던 걸 알게 됐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머지는 사업 운영을 하며 자주 운영권에 대해 양수를 공지했는데 아마 이런 법인 변경과 관련된 사항이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머지 관련 알려지지 않은 관계사가 더 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 앞에선 투명성 강조…뒤로는 재무 비공개 대외적인 마케팅을 통해 머지포인트를 홍보하고 기업가치를 알려온 것과 달리 머지 관련 법인 매출과 자산 등과 관련된 사항은 모두 베일에 쌓여있다. 이 역시 운영 방식이 매우 독특하기 때문이다. 머지플러스는 외감법인이다. 스스로도 올해 초 유상증자에 성공했다는 공지를 통해 “올해부로 외감법인에 선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외감법인은 매출과 자본 종업원 등 여러 기준 중 2개 이상 항목에서 일정규모 이상 되는 기업으로, 결산사업보고서를 회계법인 외감을 거쳐 공시해야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머지플러스 측은 신용정보 조회 사이트를 통한 회사 재무정보 조회를 비공개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커지는 기업 규모와 투명해짐을 강조한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감춰야 될 게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외부에서 자금조달을 하거나 금융거래에 편의성을 얻기 위해서도 외감법인이 되는 것이 좋은데 이를 하지 않는 데는 분명 찜찜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금융당국이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태에 대해 재무제표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머지플러스 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들의 사업 투명성에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며 “이들의 사업구조 명확하게 밝히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검경에 수사 의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8.18 17:52
5분 소요![[‘머지포인트’ 게이트 추적②] 3년 만에 ‘100만 가입자’ 모은 비결은?](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8/20/ecn6dde1169-3818-4532-9499-824ca90597e4.353x220.0.jpg)
‘20% 무제한 할인 서비스’ 그리고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 머지포인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머지포인트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상품권과 비슷한 개념의 모바일 플랫폼이다. 20%라는 파격적 할인 혜택을 앞세워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제휴 가맹점 수는 8만개에 이른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부는 정작 돌려막기식 땜질 경영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20%라는 높은 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사가 적자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수익구조였기 때문. 이른바 ‘머지포인트 게이트’는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서비스 제한 닷새째.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 머지포인트 게이트를 추적해봤다. 그야말로 아수라장. 서울 양평동 머지플러스 사무실이 있는 한 건물 앞에 전국 각지에서 수백 명이 몰려들면서 남은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대신 환불을 요청해주는 대행 알바까지 등장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체공휴일인 오늘까지도 환불 대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태는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다. 머지포인트 대란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머지포인트는 지난 3년 동안 어떻게 성장해왔을까. ━ 13% 낮추고 ‘딜’ 품절…포인트 사재기 등장 머지는 영어로 merge를 뜻한다. 일종의 통합한다는 의미. 이름대로 사업 초기에는 소비자의 업체별 적립 포인트와 쿠폰 등을 하나로 통합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론칭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품권 개념의 포인트 판매를 시작한 것은 2018년 말. 당시엔 1만원 포인트를 8500원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홍보를 시작했고 가맹점도 드롭탑, 설빙, 이디야 등 3개 업체에서만 결제할 수 있었다. 초창기 머지포인트 홍보를 위해 머지플러스가 이용한 방법은 일종의 다단계 방식의 SNS 공유 이벤트다. 댓글로 구매를 인증하고 SNS 공유 시 1000포인트 증정, 3장 이상 구매하고 SNS 구매 시 1만 포인트를 증정하는 방식이다.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된 2019년 1월에는 티몬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업체들을 통한 ‘핫딜’이 자주 노출됐다. 포인트 판매금액은 1만원에서 5만원(3만9900원)으로 올라갔고, 제휴업체도 기존 3곳에서 셀렉토커피 한 곳이 추가됐다. 본격적으로 제휴 매장이 늘어난 것은 2019년 8월이다. 당시 편의점 GS25를 비롯해 유가네닭갈비, 탐앤탐스, 카페베네, 매드포갈릭 등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다소 늘어났다. 2019년 하반기부터 10만원 딜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주 판매처인 이커머스 업체에서는 딜이 올라오면 매진되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제휴 가맹점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2020년 3월 기준 제휴 매장은 2만개를 넘어섰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도 가맹점에 포함되면서 신뢰를 쌓았고 ‘딜’이 뜨면 포인트를 쌓아두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그 무렵이다. 이용자가 늘면서 머지플러스는 할인율은 13%로 줄이기도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10% 할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 때문에 딜이 뜨면 몇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포인트를 쌓아두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일각에서 폰지사기(다단계 금융 사기) 등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구매자들은 늘어나는 제휴 가맹점 수를 볼 때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할인은 다시 18%로 폭이 커졌고 2020년 10월부턴 20만원권 판매가 시작됐다. 한 달 뒤엔 50만원짜리 딜이 나왔다. 최근까지 머지플러스는 소액 딜보단 20만원, 30만원 대의 높은 금액 위주의 딜을 판매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머지플러스라는 구독 서비스를 론칭한 것도 최근이다. 월 1만5000원을 내면 머지포인트를 20% 할인된 가격으로 자동 구매해서 대신 결제해주는 구독 시스템. 1년에 약 18만원인 해당 서비스를 2~3년 장기 계약한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연간회원권 판매에는 하나멤버스, 페이코, 토스 등과 같은 금융사들과의 제휴가 신뢰도를 상승시켰다는 분석이다. ━ 금융권·제휴 가맹점도 ‘보증’ 책임론 커져 업계에서는 머지플러스 누적 가입자가 약 100만명, 포인트 발행금액이 약 1000억원대 업체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으로 ▲소비자와의 딜 밀당 ▲금융권과의 제휴를 통한 신뢰 ▲6만~8만에 이르는 가맹점 수 확보 등을 꼽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파격적인 할인을 알린 뒤 할인율을 줄이고 딜을 한정수량 판매하면서 딜이 뜰 때 사재기를 해놓도록 마케팅을 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느 가맹점을 가더라도 결제가 가능하고 내로라하는 금융권과 협업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인 배경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실제 KB국민카드는 연내 머지플러스 이용 혜택을 담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출범할 계획이었다. KB금융의 모바일 결제 앱인 KB페이와도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히면서 머지플러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유통·식품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머지플러스가 대형 서비스로 성장한 데 이들이 일종의 ‘보증’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제휴처를 선정하는 기준이 서비스를 검증하는 것보다 소비자 반응이나 경쟁사 제휴 여부가 중요한 척도가 된 지 오래”라면서 “수시로 할인 행사 딜을 열며 주 판매처가 된 이커머스 업체들로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들 모두 마케팅 효과는 챙기면서 분쟁은 외면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8.16 18:22
4분 소요![[‘머지포인트’ 게이트 추적①] ‘해독주스’ 대표는 어떻게 ‘1000억 큰손’이 됐나](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8/20/ecn2672f29b-e29e-4744-931f-ee059d89faf2.353x220.0.jpg)
‘20% 무제한 할인 서비스’ 그리고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 머지포인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머지포인트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상품권과 비슷한 개념의 모바일 플랫폼이다. 20%라는 파격적 할인 혜택을 앞세워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제휴 가맹점 수는 8만개에 이른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부는 정작 돌려막기식 땜질 경영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20%라는 높은 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사가 적자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수익구조였기 때문. 이른바 ‘머지포인트 게이트’는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서비스 제한 닷새째.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 머지포인트 게이트를 추적해봤다. 2019년 1월 서비스 시작, 단기간 내 100만명의 누적 가입자를 모으고 1000억원 이상의 머지머니를 발행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해 온 쇼핑·외식 할인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이 회사의 이력은 스타트업 성공 신화에 더 가까웠다. 단기간에 스타트업을 키워온 사업가에서, 포인트 먹튀 논란의 주역이 된 그 주인공은 누구일까. ━ ‘츄링’ 해독주스로 대박…엑시트 후 재창업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 창업자는 권남희 대표(37)다. 권 대표의 이력은 특이하게도 핀테크 기업과 전혀 무관한 해독주스 업체 L&S 컴퍼니 대표. 2013년 츄링이라는 브랜드로 해독주스 제조사를 창업한 뒤 웰빙 트렌드를 타고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권 대표는 츄링을 통해 꽤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부터 방송인 이다도시 등 많은 연예인이 마시는 해독주스로 유명세를 탔다. 그해 기준 순 매출이 약 6억원, 총자산이 전기 대비 1억7000만원 이상 늘어나는 등 외형이 커졌다. 단일 브랜드로 유일하게 40만병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 유명세를 통해 2016년 3월 권 대표는 츄링 경영권 지분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자회사인 우아한신선들(배민찬)에 넘겼다. 인수가액은 비공개라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한 가격을 받고 회사를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당시의 창업 경험과 매각 자본이 머지플러스 창업의 밑바탕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머지플러스 자본금은 30억3000만원이다. 또 한 명의 머지플러스 창업 공신은 권 대표의 남동생인 권보군 최고운영책임자(CSO)다. 1987년생인 권 책임자는 머지플러스 1대 CEO이기도 하다. 그는 2013년 해독주스 사업을 할 당시에도 누나를 도와 L&S 컴퍼니 츄링의 제조‧판매업 등을 담당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 배달의민족 임원? 권 대표 관련 오해와 진실 권 대표 관련 또 하나 눈에 띄는 이력은 배달의민족 전 임원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권 대표는 배달의민족 임원이 아닌 배민찬에 츄링 경영권을 넘긴 후 직원으로 약 3년간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2016년 배민찬에 회사를 넘긴 후 기획팀 직원으로 3년간 근무하다 2019년 퇴사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항간에 알려진 배달의민족 임원 경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알려진 대로라면 권 대표는 오랜 기간 해독주스 사업을 영위해오다 배민찬에 넘긴 후 내부 기획팀 직원으로 3년간 근무한 것으로 정리된다. 2019년 초까지 배민찬 직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볼 때 근무 당시 동생과 함께 신사업을 준비해 오다 2019년 1월 머지포인트 사업이 본격 시작된 후 퇴사한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가 머지플러스로 취임한 시점은 2021년 6월. 그전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한 권강현 전 대표도 눈길을 끈다. 권 전 대표는 전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전무, 전 서강대학교 지식융합학부(아트앤테크놀로지 전공) 교수를 역임했다. 권 대표 남매보다 핀테크 업체로 가장 납득할 만한 경력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2020년 12월 머지플러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약 5개월간 근무하고 권 대표에게 자리를 넘겼다. 일각에선 1957년생인 권 전 대표가 권 남매의 아버지가 아니냐는 루머가 돌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권 남매가 자신들의 경력과 전혀 무관한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새 사업을 도전하면서 권 전 대표를 얼굴마담으로 세웠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면서도 “20% 할인이라는 비정상적 구조로 이렇게 외형성장을 일궈낸 것 보면 전문성보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한 사람들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 전문성 결여…창업가 ‘한탕주의’ 부작용 업계에선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가 창업가의 ‘한탕주의’가 만든 부작용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전문성이 결여된 이들이 모여 ‘투자 유치’가 목적인 양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계속 악화하는 재무제표를 애써 외면하면서 미래 가치에 눈을 돌린 게 패착이 됐다는 것이다. 권 대표의 상황 수습도 관련된 의심을 지워버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권 대표는 머지포인트의 판매 중단과 서비스 축소 등을 알리면서 곧 머지포인트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머지페이’의 추가 출시와 그에 대한 수익화, 기관 투자 등이 절차대로 이뤄질 것이란 설명을 내놨다. 최근 한 매체와 서면 인터뷰에선 매각에 대한 뜻도 내비쳤다. 최우선 목표가 서비스 정상화지만 고객들 불안 해소를 위해 대규모 펀딩이나 매각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만간 서비스 재개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공개한다는 뜻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구조가 없고 적자를 안고 가면서도 외형성장에만 연연한 걸 보면 키워서 투자를 받거나 매각해 큰 몫을 챙기려는 것 아니었겠냐”면서 “과거 일부 직원들은 월급 일부를 머지포인트로 받을 만큼 상황이 어려웠다고 하던데 지금까지 버틴 게 용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8.16 14:54
4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