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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포인트’ 게이트 추적②] 3년 만에 ‘100만 가입자’ 모은 비결은?

1만원 포인트 8500원 판매‧3개 가맹점으로 시작
다단계 방식의 SNS 공유 이벤트로 포인트 홍보
입소문 타며 10‧20‧50만원 딜…구독 서비스 론칭
폰지사기 의심에도…가맹점 수 늘리며 신뢰 확보







13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에서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 뉴시스]
‘20% 무제한 할인 서비스’ 그리고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 머지포인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머지포인트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상품권과 비슷한 개념의 모바일 플랫폼이다. 20%라는 파격적 할인 혜택을 앞세워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제휴 가맹점 수는 8만개에 이른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부는 정작 돌려막기식 땜질 경영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20%라는 높은 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사가 적자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수익구조였기 때문. 이른바 ‘머지포인트 게이트’는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서비스 제한 닷새째.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코노미스트]가 머지포인트 게이트를 추적해봤다.  
 
그야말로 아수라장. 서울 양평동 머지플러스 사무실이 있는 한 건물 앞에 전국 각지에서 수백 명이 몰려들면서 남은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대신 환불을 요청해주는 대행 알바까지 등장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체공휴일인 오늘까지도 환불 대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태는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다. 머지포인트 대란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머지포인트는 지난 3년 동안 어떻게 성장해왔을까.
 

13% 낮추고 ‘딜’ 품절…포인트 사재기 등장  

머지는 영어로 merge를 뜻한다. 일종의 통합한다는 의미. 이름대로 사업 초기에는 소비자의 업체별 적립 포인트와 쿠폰 등을 하나로 통합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론칭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품권 개념의 포인트 판매를 시작한 것은 2018년 말. 당시엔 1만원 포인트를 8500원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홍보를 시작했고 가맹점도 드롭탑, 설빙, 이디야 등 3개 업체에서만 결제할 수 있었다.
 
초창기 머지포인트 홍보를 위해 머지플러스가 이용한 방법은 일종의 다단계 방식의 SNS 공유 이벤트다. 댓글로 구매를 인증하고 SNS 공유 시 1000포인트 증정, 3장 이상 구매하고 SNS 구매 시 1만 포인트를 증정하는 방식이다.  
초창기 머지포인트 홍보 이미지와 제휴업체 3곳. [사진 앱 캡처]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된 2019년 1월에는 티몬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업체들을 통한 ‘핫딜’이 자주 노출됐다. 포인트 판매금액은 1만원에서 5만원(3만9900원)으로 올라갔고, 제휴업체도 기존 3곳에서 셀렉토커피 한 곳이 추가됐다.  
 
본격적으로 제휴 매장이 늘어난 것은 2019년 8월이다. 당시 편의점 GS25를 비롯해 유가네닭갈비, 탐앤탐스, 카페베네, 매드포갈릭 등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다소 늘어났다. 2019년 하반기부터 10만원 딜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주 판매처인 이커머스 업체에서는 딜이 올라오면 매진되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제휴 가맹점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2020년 3월 기준 제휴 매장은 2만개를 넘어섰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도 가맹점에 포함되면서 신뢰를 쌓았고 ‘딜’이 뜨면 포인트를 쌓아두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그 무렵이다.  
 
이용자가 늘면서 머지플러스는 할인율은 13%로 줄이기도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10% 할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 때문에 딜이 뜨면 몇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포인트를 쌓아두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일각에서 폰지사기(다단계 금융 사기) 등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구매자들은 늘어나는 제휴 가맹점 수를 볼 때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할인은 다시 18%로 폭이 커졌고 2020년 10월부턴 20만원권 판매가 시작됐다. 한 달 뒤엔 50만원짜리 딜이 나왔다. 최근까지 머지플러스는 소액 딜보단 20만원, 30만원 대의 높은 금액 위주의 딜을 판매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머지플러스라는 구독 서비스를 론칭한 것도 최근이다. 월 1만5000원을 내면 머지포인트를 20% 할인된 가격으로 자동 구매해서 대신 결제해주는 구독 시스템. 1년에 약 18만원인 해당 서비스를 2~3년 장기 계약한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연간회원권 판매에는 하나멤버스, 페이코, 토스 등과 같은 금융사들과의 제휴가 신뢰도를 상승시켰다는 분석이다.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측이 지난 11일 돌연 머지포인트 결제처를 축소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앱 캡처]

금융권·제휴 가맹점도 ‘보증’ 책임론 커져  

업계에서는 머지플러스 누적 가입자가 약 100만명, 포인트 발행금액이 약 1000억원대 업체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으로 ▲소비자와의 딜 밀당 ▲금융권과의 제휴를 통한 신뢰 ▲6만~8만에 이르는 가맹점 수 확보 등을 꼽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파격적인 할인을 알린 뒤 할인율을 줄이고 딜을 한정수량 판매하면서 딜이 뜰 때 사재기를 해놓도록 마케팅을 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느 가맹점을 가더라도 결제가 가능하고 내로라하는 금융권과 협업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인 배경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실제 KB국민카드는 연내 머지플러스 이용 혜택을 담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출범할 계획이었다. KB금융의 모바일 결제 앱인 KB페이와도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히면서 머지플러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유통·식품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머지플러스가 대형 서비스로 성장한 데 이들이 일종의 ‘보증’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제휴처를 선정하는 기준이 서비스를 검증하는 것보다 소비자 반응이나 경쟁사 제휴 여부가 중요한 척도가 된 지 오래”라면서 “수시로 할인 행사 딜을 열며 주 판매처가 된 이커머스 업체들로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들 모두 마케팅 효과는 챙기면서 분쟁은 외면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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