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게이트 추적②] 3년 만에 ‘100만 가입자’ 모은 비결은?
1만원 포인트 8500원 판매‧3개 가맹점으로 시작
다단계 방식의 SNS 공유 이벤트로 포인트 홍보
입소문 타며 10‧20‧50만원 딜…구독 서비스 론칭
폰지사기 의심에도…가맹점 수 늘리며 신뢰 확보

그야말로 아수라장. 서울 양평동 머지플러스 사무실이 있는 한 건물 앞에 전국 각지에서 수백 명이 몰려들면서 남은 포인트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대신 환불을 요청해주는 대행 알바까지 등장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체공휴일인 오늘까지도 환불 대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태는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다. 머지포인트 대란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머지포인트는 지난 3년 동안 어떻게 성장해왔을까.
13% 낮추고 ‘딜’ 품절…포인트 사재기 등장
초창기 머지포인트 홍보를 위해 머지플러스가 이용한 방법은 일종의 다단계 방식의 SNS 공유 이벤트다. 댓글로 구매를 인증하고 SNS 공유 시 1000포인트 증정, 3장 이상 구매하고 SNS 구매 시 1만 포인트를 증정하는 방식이다.

본격적으로 제휴 매장이 늘어난 것은 2019년 8월이다. 당시 편의점 GS25를 비롯해 유가네닭갈비, 탐앤탐스, 카페베네, 매드포갈릭 등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다소 늘어났다. 2019년 하반기부터 10만원 딜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주 판매처인 이커머스 업체에서는 딜이 올라오면 매진되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제휴 가맹점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2020년 3월 기준 제휴 매장은 2만개를 넘어섰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도 가맹점에 포함되면서 신뢰를 쌓았고 ‘딜’이 뜨면 포인트를 쌓아두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그 무렵이다.
이용자가 늘면서 머지플러스는 할인율은 13%로 줄이기도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10% 할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 때문에 딜이 뜨면 몇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포인트를 쌓아두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일각에서 폰지사기(다단계 금융 사기) 등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구매자들은 늘어나는 제휴 가맹점 수를 볼 때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할인은 다시 18%로 폭이 커졌고 2020년 10월부턴 20만원권 판매가 시작됐다. 한 달 뒤엔 50만원짜리 딜이 나왔다. 최근까지 머지플러스는 소액 딜보단 20만원, 30만원 대의 높은 금액 위주의 딜을 판매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머지플러스라는 구독 서비스를 론칭한 것도 최근이다. 월 1만5000원을 내면 머지포인트를 20% 할인된 가격으로 자동 구매해서 대신 결제해주는 구독 시스템. 1년에 약 18만원인 해당 서비스를 2~3년 장기 계약한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연간회원권 판매에는 하나멤버스, 페이코, 토스 등과 같은 금융사들과의 제휴가 신뢰도를 상승시켰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제휴 가맹점도 ‘보증’ 책임론 커져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파격적인 할인을 알린 뒤 할인율을 줄이고 딜을 한정수량 판매하면서 딜이 뜰 때 사재기를 해놓도록 마케팅을 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느 가맹점을 가더라도 결제가 가능하고 내로라하는 금융권과 협업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인 배경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실제 KB국민카드는 연내 머지플러스 이용 혜택을 담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출범할 계획이었다. KB금융의 모바일 결제 앱인 KB페이와도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히면서 머지플러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유통·식품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머지플러스가 대형 서비스로 성장한 데 이들이 일종의 ‘보증’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제휴처를 선정하는 기준이 서비스를 검증하는 것보다 소비자 반응이나 경쟁사 제휴 여부가 중요한 척도가 된 지 오래”라면서 “수시로 할인 행사 딜을 열며 주 판매처가 된 이커머스 업체들로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들 모두 마케팅 효과는 챙기면서 분쟁은 외면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반입 금지’ 몰랐다가 낭패 …日 여행 필수템 ‘이브’ 못 들여온다
2“벚꽃 위로 눈 날리고”…전국 강풍특보에 날씨 혼돈
3“또 꺼졌다” 부산 도시철도 공사장 인근 ‘싱크홀 공포’
4 국힘 윤상현, 대권 도전 결심…이번주 출마 선언 전망
5“남자친구 있어요?” 더본코리아 ‘술자리 면접’ 논란에…고용부 나서
6KB국민은행, KAI와 1조원 규모 상생협력 MOU 체결
7의대 쓸어담고 美 명문대도 휩쓴 고등학교, 어디?
8트럼프, 반도체 관세 ‘밀당’…“14일에 말하겠다”
9 유승민, 대선경선 불참키로…“국민의힘, 변화의 길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