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게이트 추적③] 다단계 판박이? ‘머지 4개 법인’ 미스터리
높은할인율‧인지세‧결제대행 수수료까지 ‘부담’
자본금 30억짜리 회사가 ‘1000억’ 감당하는 구조
자본금 1억원 ‘머지서포터’…영업이익률이 97%
머지오피스 4차례 CB발행 뒤 7월말 전액 상황
외감법인 선정됐다더니…베일에 싸인 재무구조
‘20% 무제한 할인 서비스’ 그리고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 머지포인트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머지포인트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상품권과 비슷한 개념의 모바일 플랫폼. 20%라는 파격적 할인혜택을 앞세워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제휴 가맹점수는 8만개에 이른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부는 정작 돌려막기식 땜질 경영으로 곪아 들어가고 있었다. 20%라는 높은 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사가 적자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수익구조였기 때문. 이른바 ‘머지포인트 게이트’는 결국 터질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서비스 제한 닷새 째.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코노미스트]가 머지포인트 게이트를 추적해봤다.
“비정상적인 할인율이죠.” 머지포인트 사태는 애초에 무리수를 둔 사업구조에서 촉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휴사 할인을 하는 전자금융업자는 많지만 머지포인트처럼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수익구조 뿐 아니라 머지와 관련된 회사로 추정되는 4개 법인도 의문스럽긴 마찬가지다. 머지포인트의 사업구조는 뭐가 다른걸까.
기형적 구조로…제2의 ‘쿠팡·마켓컬리’ 꿈
우선 수익구조다. 일반적인 10만원 상품권이 유통된다고 가정해보자. 상품권업체가 가맹점으로 약 5% 할인된 가격(9만5000원)에 판 뒤 소비자는 가맹점으로부터 9만8000원에 상품권을 구입한다. 소비자가 상품권으로 소비를 하면, 상품권업체는 약 2~3개월간 현금을 보유한 뒤 여기에 약 2% 수수료를 제외하고 가맹점에게 상품권과 맞바꾼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상품권업체는 소비자에게 판매 후 지급받은 현금의 이자,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은 경우 발생하는 낙전 수입 등을 챙긴다. 이 방식은 업체와 소비자가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다. 가맹점은 판매촉진으로 인해 이익을 발생시키면서 서로가 윈윈하는 관계다.
머지포인트는 어떨까. 20%의 높은 할인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회사가 적자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수익구조다. 10만원 이상의 고액 전자상품권 판매로 인지세도 발생한다. 여기에 결제 수수료도 발생된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결제대행업체를 통해 대금을 지급하는 것과 달리 머지포인트는 결제대행업체에도 대금 지급 수수료를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일반적 상품권 판매방식과 달리 소비자와 가맹점이 모든 이익을 독점하게 된다. 팔면 팔수록 손실폭은 더 커지는 기형적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해피머니 등 대부분 상품권업체들은 인지세 문제로 10만원 이상 고액 상품권 발행은 하지 않는다”며 “머지포인트 자체로는 돈 벌 길이 없고 투자자 발굴을 통해 새 수익처 확보를 노린 것으로 보이지만 구멍이 너무 많아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머지포인트 롤모델로 ‘쿠팡이나 마켓컬리’를 꼽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래 가치를 위한 계획된 적자를 보면서 거대 자본 투자를 받은 기업들. 머지포인트 역시 회원 수와 거래 규모만 가지고는 뚜렷한 이익 창출이 어려웠기 때문에 성공한 스타트업인 이들과 같은 전철을 꿈꿨다는 분석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금 30억원 뿐인 회사가 1000억원대 규모의 거래액을 고스란히 감내야해 했던 상황이다.
‘머지홀딩스‧머지플러스’ 합병…누적 손실 없앴다?
2017년 7월 설립된 머지홀딩스 자본금은 1억원이다. 이 회사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3차례 증자한 뒤 2021년 2월 폐업됐다. 초창기 대표는 권남희 대표 동생인 권보군씨. 권씨는 2018년 11월 대표이사 신청착오 등기와 퇴임 등기가 완료되며 사임했지만 2020년 8월 사내이사로서는 중임했다.
머지플러스는 2020년4월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됐다. 초창기 사내이사는 역시 권보군씨. 권씨가 2020년 12월 21일 사임한 뒤 삼성전자 출신 권강현 대표가 취임했다. 당시 머지플러스 측은 고객 공지를 통해 “머지홀딩스와의 합병으로 누적손실을 모두 없앴다”며 “1차 유상증자(기업가치 1450억원)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유상증자를 밝히면서 투자유치 금액을 밝히지 않고 기업가치를 밝힌 부분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종의 착시현상을 통해 기업 규모를 부풀리기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기업가치 1450억원과 달리 실제 머지플러스가 증자 받은 금액은 27억원이다. 이를 통해 머지플러스 자본금은 30억원으로 늘었고 다시 3000만원을 증자하면서 30억3000만원이 됐다. 이후 약 5개월간 대표직을 유지해오던 권 대표는 2021년 6월 돌연 사임했고 동시에 지금의 권남희 대표가 취임했다.
상식 벗어나는 재무구조, CB상환 배경은?
특이한 것은 이 회사의 재무구조. 지난해 매출액 약 29억원, 영업이익 2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97%에 달하는 셈. 상식을 벗어나는 재무구조를 빗대 볼 때 업계에선 머지플러스로 벌어들인 매출과 예치금 상당액을 머지서포터에서 핸들링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특이한 법인은 머지오피스다. 등기부등본상 이 회사의 사업목적은 사업지원과 부동산임대업 등을 수행하는 곳으로 2019년 7월 머지피플이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자본금 1000만원으로 차려진 이 회사는 이후 수차례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2019년8월 5억원으로 1회 CB를 발행받은 뒤 2020년 3월 30억원의 CB를 2차로 발행했다. 2020년 11월엔 15억원의 CB를 연속으로 발행했고 2021년4월엔 머지오피스로 상호를 변경했다. 머지오피스는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7월말 발행받은 CB를 모조리 상환했다.
IB업계에서는 비상장사의 CB발행도 일반적이지 않지만 CB발행 뒤 전환이 아닌 상환으로 종결된 점도 이상하다고 입을 모은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냥 대여도 아니고 CB 투자였다면 지분을 나눠가지려고 한 것인데 그것을 전환이 아닌 상환했으면 무언가 어긋났다는 걸 의미한다”고 추측했다. CB 자체가 전환을 전제로 발행하고 상환을 안전장치로 두는 건데 상환했다는 건 이 회사에 대해 알지 못했던 걸 알게 됐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머지는 사업 운영을 하며 자주 운영권에 대해 양수를 공지했는데 아마 이런 법인 변경과 관련된 사항이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머지 관련 알려지지 않은 관계사가 더 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앞에선 투명성 강조…뒤로는 재무 비공개
머지플러스는 외감법인이다. 스스로도 올해 초 유상증자에 성공했다는 공지를 통해 “올해부로 외감법인에 선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외감법인은 매출과 자본 종업원 등 여러 기준 중 2개 이상 항목에서 일정규모 이상 되는 기업으로, 결산사업보고서를 회계법인 외감을 거쳐 공시해야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머지플러스 측은 신용정보 조회 사이트를 통한 회사 재무정보 조회를 비공개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커지는 기업 규모와 투명해짐을 강조한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감춰야 될 게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외부에서 자금조달을 하거나 금융거래에 편의성을 얻기 위해서도 외감법인이 되는 것이 좋은데 이를 하지 않는 데는 분명 찜찜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금융당국이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태에 대해 재무제표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머지플러스 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들의 사업 투명성에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며 “이들의 사업구조 명확하게 밝히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검경에 수사 의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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